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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자꾸만 나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반유화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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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성들이 한번쯤 고민하는 :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반유화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목을 보고 또 어떤 내용으로 내 핑크텍스를 높일 셈이야? 하고 꼬아서 봤던 나를 반성한다. 지금은 그나마 연령대가 높아져버렸지만, 최근까지도 비슷한 내용으로 나 또한 고민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사례로 실려 있었다. 40대이지만 아직도 결혼과 직장생활 그리고 꾸밈노동과 페미니즘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책의 서두는 역시 <결혼> 이런 N포세대가 된 우리들에게도 결혼을 하라는게, 아니면 안해도 되는게 가능한건지에 대한 물음이다. 답변은 인생은 패키지가 아니며 노랫말처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라고 나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거기에서 그칠게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의 목록을 <세분화>해서 리스트업 하라고 한다. 결혼을 예로 들면 누군가와 함께 사는게 싫은건지, 가족이라는 경제적 심리적 공동체를 만들기가 싫은 건지,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반대로 누군가가 내게 의존하는 것이 싫은 건지, 결혼한 여성에게 기대하는 성 역할, 즉 동등하지 못한 가사, 양육, 며느리로서의 의무를 부여 받는게 싫은 건지, 자녀를 갖기가 싫은 건지 말이다.
이렇게 결혼이라는 단어를 잘게 나누어 따로따로 생각하다보면 나만의 호불호를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내가 두려워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좀 더 선명하게 알 수 있다.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보고, 롤모델도 찾아보고, 이야기를 들어서 간접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대신 결혼을 하던 안하던 다른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으니 그 점을 제일 정신을 똑똑히 차려야 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라거나, 누구를 실망시키기 싫다는 마음,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마음에는 반드시 보상심리가 따르기에 철처히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와 실직을 통해 메이크업이라는 <꾸밈노동>을 전혀 하지 않고서 8개월 정도를 지냈다. 다시 구직시장에 나가는 시간부터 나도 고민을 한 것이 있는데. 바로 다시 화두에 떠오르게 된 메이크업이다. 면접이야 그나마 구직활동이라는 명분이 있었는데, 다시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왜 남자들은 꾸밈노동은커녕 개인위생도 무시되게 오시는 분도 있는데 나는 곱게 화장까지 해야 될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마음 한켠으로는 또 화장을 하면 생기 있어 보이고, 그나마 예뻐 보여서 또 만족감도 드는 내 자신이 좀 이상한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다. 꾸밈노동이라는 말도 조금 이상한 느낌도 드는데(이렇게 지칭하기에 말하고는 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누가 강제로 시킨일도 아니다. 화장을 안하고 회사에 오면 안된다 라는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100%의 여직원들은 화장을 하고 회사에 나온다. 암묵적으로 사회에 퍼져있는 압력 때문에 나도 화장을 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 자신도 어떤 날은 화장해서 기분이 좋았다가, 어떤 날은 내가 왜 이걸 계속해야하나 황금 같은 아침시간을 최소 1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가 이시간이면 책을 50장은 읽을 수 있는데 그런 생각도 했다. 책에서는 꾸민다면 자신이 원해서 하는 행위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말했던 <이중구속>의 일종이라고 한다. 이중구속은 표면의 메시지와 이면의 메시지가 상반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원하는 걸 편하게 고르라고 하고, 내심 기대했던 쪽을 원하지 않으면 언짢은 표정을 짓는 등의 방법으로 실제로는 그 선택을 하지 않았을 때 유무형의 손해를, 선택을 했을 때는 보상을 주어지게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코르셋의 경우 겉모습과 정체성 사이에서 복합성을 드러내는 문제이다 보니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젠더와 자기 자신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따라서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과 여성성개념 그리고 규범적 여성성이 얽혀서 구별하기 힘든 경우 이렇게 하면 나아질 수 있다. 만약 내 스스로 구속이라고 느껴왔고 자신의 정체성과도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현실적인 면을 따져 어느 정도 멀리하면 된다. 아마 출근시 화장의 경우에는 멀리하고 싶어도 그 압력이라는 무언의 메시지 때문에 아예 안하고 가게 되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색조화장을 덜 하는 정도에서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을까 싶다. 꾸밈은 싫지만 또 피부트러블이 노출되어 보이는 것도 싫은 마음도 있어서다. 아무튼, 여전히 고민하고 있지만 책의 말미에 적힌 것처럼 이게 이상하지 않나?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바꿀려고 노력할 때 세상은 바뀐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