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4
알리나 브론스키 지음, 송소민 옮김 / 걷는사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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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의 그곳 :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 알리나 브론스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원전사고로 유명한 체르노빌사건이 발생한지도 벌써 35년이 지났다. 가상의 원전사고지인 체르노보가 체르노빌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정확하게 사고지가 어디쯤인지를 찾아봤다. 꽤나 프리피야티 강과 가깝고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에서 1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체르노보 마을은 1986년 원전사고가 일어난 후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지역이 되었다. 이곳에 주인공 할머니 바바 두냐가 돌아온다. 딸인 이리나와 아들인 알렉세이는 다른곳에 살고 있다. 사람이 살 수 업슨 곳에서 살겠다는 할머니의 비상식적인 귀향은 매스컴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몇몇 이들도 뒤따라 들어와 이웃이 된다.

몇 년전 보았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사고지 고향마을에서 이주해서 근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만약 내가 그런 사고의 당사자라면, 아무리 고향이 좋다한들 피폭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주를 할 것이다. 그런데, 영화속 사람들은 고향을 잊지 못해 근처로 다시 되돌아 온다. 많은 수는 떠났지만, 확실히 소수라도 남아있는 사람이 있었다. 일부는 추억을 그리워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달라진 그 땅을 보살펴줘야 한다고 생각하더라.

바바두냐의 마음도 다시 돌아온 고향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알았을 것이다. 그녀의 이주를 관찰하기 위해 찾아오는 과학자들은 방사능 보호복을 걸치고 단단히 무장하고 방문한다. 그녀가 손님 대접으로 내놓은 버섯 절임을 채집해가고, 밭에서 기른 토마토를 고무장갑 낀 손으로 만진다.

 

걱정이 예고도 없이 시도 때도 없이 계속 나를 덮친다. 걱정이 머릿속에 첩첩이 쌓여 더 이상 생각도 맑게 할 수 없다. 내가 더 이상 살지 않는 삶으로 나를 되돌리는 순간이다. 페트로프와의 대화는 언제나 훌륭한 도화선이 도니다. 그는 가슴을 찌르는,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던진다. p.122

이후 마을에 딸을 데리고 온 남자 게르만 등장한다. 이후 바바 두냐는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바바 두냐는 건강한 딸을 데리고 온 게르만을 나무란다. 죽음의 땅에 건강한 아이를 데려와서는 안된다는 이유다. 다 저물어가는 생명인 자신들은 괜찮지만, 새 생명은 안된다는 것. 이후 죄를 덮어쓰고 바바 두냐는 수감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죄를 인정한다는 것이 잘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하지만, 그 땅에 돌아오고 머지않은 삶을 마감할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예견되었던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읽는 동안 망령들과 대화한다는 포인트에서 반전소설로 유명한 [5도살장]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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