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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가 모르는 이웃
박애진 지음 / 들녘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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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이웃’ 다른 ‘핏줄’들 : 우리가 모르는 이웃 - 박애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붉은 글씨로 써있는 우리가 모르는 이웃이라는 글자. 그리고, 3편의 연작소설을 읽었다.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짜여진 세계관의 비슷한 시기에 씌인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짧은 단편인 <나, 너와 함께> 이후 마지막 소설인 <붉은 오렌지 주스> 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처음 민수가 주인공인 구미호와 비슷한 핏줄을 이야기 할 때만 해도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있는거지? 의아하다가 작품이 이어져 나가면서 내 세계관도 어느 정도 ‘그래 이런 세상에서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환타지에 조금은 적응하게 되었다. 점점 글을 읽을수록 겹치는 등장인물도 생기고, 점점 처음에 봤던 표지가 이해가 갔다. 처음 표지로 돌아오자면 어떤 여자가 붉게 물든 창밖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 밤이고, 늑대가 울고, 달이 밝고, 강과 소녀가 있다. 여자의 발치에는 붉은 오렌지 주스가 조금씩 떨어져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가 이해가지 않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은 저기서 창문을 내다보는게, 혜인일지, 혜지일지, 인아일지 생각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혜인이 도와주는 민수는 보통 사람처럼 평범하게 자라다 이십대 중반이 되면 그 모습 그대로 백년간 나이를 먹지 않는다. 백살이 되기 전에 젊은 남자의 간을 먹으면 같은 모습으로 천년을 더 살 수 있는 특수한 ‘핏줄’이다. 이를 도와주는 혜인은 변호사로 그녀도 우리가 모르는 비밀을 간직한 이웃이다. 책이 계속될수록 이 알 듯 모를 듯 비밀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의 속사정이 나온다. 특히 100년의 젊음을 누리는 데도 신분세탁이 필요하고, 그에 대한 커리어가 다 엎어져서 세상 피곤하게 살 수 밖에 없는 민수의 삶이 제일 재미있게 느껴졌다. 뭔가 특수하고 신비로운데 삶에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는거 같고, 친구들도 젊음 때문에 멀어지고, 고독해진다. 그 와중에 나는 간을 계속 먹어야 할지 애를 낳아야 할지, 고민은 깊어지고 말이다. 남들과 다른데도, 속으로는 남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산다. 백년동안 젊게 살 수 있다고 하면, 그냥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그리살려고 할텐데, 주인공은 고민에 쌓여있다. 간을 먹어도 문제, 애를 낳아도 문제, 같이 할 만한 사람을 찾는 것도 문제다. 뭔가 극단적인 양극은 비슷한 점이 있다는게 이런 말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의 결말은 얘기하기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상상력이 옅어진 뇌에 재미난 상상력을 더해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