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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길
레이너 윈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3월
평점 :

영국의 사우스 웨스트 코스트 패스(SWCP) 1000킬로 걷기 : 소금길 - 레이너 윈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트레킹 혹은 도보여행의 코스가 있다.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은 스페인의 순례길일 것이다. 소금길이라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영국의 사우스웨스트 코스트 패스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우리 나라에도 최근 생긴 제주 올레나 일본에도 순례자를 위한 시코쿠 순례길도 있다. 여기 하던 농장이 법정공방에 휩싸이고, 하던 일과 집을 부부가 삽시간에 잃어버린 사람이 있다. 책의 주인공이자 실화인 레이너와 모스이다. 남편인 모스는 피질기저퇴행 증상으로 뇌의 특정부위에 세포상실과 퇴행이 오는 병을 진단받았다. 거의 무일푼에 가까운 이 부부는 뭐 어쩌겠어의 심정으로 짐을 챙겨 영국 남서부의 사우스 웨스트 코스트 패스 1,000킬로를 걷기로 한다. 이베이로 38파운드에 텐트를 사서 직접 거의 무일푼에 가까운 상태로 말이다. 중간에 자동이체로 들어올 돈이 다빠져나가서 거의 못먹고 다닌다거나, 지도에 의지해 다니다가 전혀 먹을 것을 안파는 곳을 지나가기도 한다. 사유지에서 쫓겨날까봐 전전긍긍 하면서 텐트를 펴기도 하고, 모스가 비바람에 건강이 안좋아지지는 않을까 걱정 하면서도 묵묵히 걸어낸다. 정확하게 이 코스가 어디인지 궁금해서 구글로 찾아보았다. 거의다 해안도로를 끼고 걷는 코스더라. 그만큼 바람이 몰아치는 부분들이 이해가 갔다. 어떤날은 친절한 관광안내소에서 먹을것이나 따뜻한 물을 얻기도 하고, 신기한 과수원에서 이야기 한자락과 희안한 사진을 찍으며 융숭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더디지만 그래도 묵묵히 걸어나간다. 왜 걷느냐에 대한 답은 희망이다. 걷고 걷고 걸으며 두사람은 원래 이 사태 해결을 위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었다. 책을 읽으면, 힘든 상황에 대한 미사여구가 별로 없다. 사람들이 둘을 꺼리는 것 같은 시선. 노숙자로 보는 것 같을때도 적절히 서로를 방어할 거짓말을 하는게 편하다는 것을 알게된 후 적당히 교양을 떨기는 하지만 말이다. 레이너와 모스는 그들 자신이다. 그들이 살아간 일분일초가, 온갖 경험을 넣어 푹 끓인 인생이 바로 그들이다. 소금길을 걷는 동안 모스가 죽는건 아닐까 노심초사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랜시간 걸으며 그들은 자유로워졌고,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유대관계도 좋아지고. 인생도 어느 시점에는 쉬어가는 시간, 시련의 시간이 있다. 그런 시간이 오더라도 좋은 파트너와 함께 걸어가는 길이라면 무거운 짐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모스가 나의 집이었다라고 밝힌 레이너의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삶이 아름답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