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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삶은 처음이라
김영임 지음 / 리더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이다지도 힘들수가 62년생 윤희숙.. 여자의 삶은 처음이라 - 김영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여자의 삶은 처음이라 라는 소설은 거의 모든 내용이 힘든 멍에와 속박과 고부갈등으로 그려져 있다. 이 글이 읽는 내내 편치 않았던 것은 이것이 비단 소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었다. 외도를 하는 남편, 심지어 혼외자를 아들 못낳은 죄(?)로 키워달라고 하는 뻔뻔한 남편이 처음 남편이 된 윤희숙씨. 제목에 붙인 62년생은 82년생 김지영과 비슷한 느낌이라 라임을 맞춰본 것이다. 심지어 딸을 낳고 키워가는 동안에도 결혼해서 신혼여행을 간 순간부터 처녀막 혈흔이 보이지 않았다는 죄로 남자경험이 있는 아내를 맞아서 분하다는 이유로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는데 반박을 못하고 폭력에 노출된다. 여기서부터 정말 울화통이 치밀었다. 아니 그까짓게 뭐라고 사람을 두들겨 팬단 말인가. 그리고, 이 둘사이에 낳은 딸이 나중에 남친과 태국여행을 간다고 알려온것부터 희숙씨는 이해하지 못한다. 거의 서른에 가까운 딸이 남친과 여행을 가는 것을 부모된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고는 해도 사람에따라 이다지도 화를 낼 일인가 싶었다. 남자와 섹스하러 여행간다고?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물론 개연성으로 보면
남자경험이 있다고 여겨진 본인이 그 이유로 계속적으로 폭력에 시달린 것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었다. 그래도 어른들 생각은 그게 아니겠지 하면서 계속 읽어나갔다. 희숙씨의 어머니는 시어머니의 폭력으로 한쪽눈이 젓가락으로 찔려 실명당했다. 이정도의 폭력 이야기가 나와서 정말 할머니들의 시집살이는 이정도인가. 이정도로 며느리를 사람취급을 안하는가 아연실색했다. 꾸며진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숱한 핍박을 받은 며느리자리는 어디서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나서 남편은 동네 과부와 눈이 맞아서 달아나질 않나. 주인공의 어머니도 주인공도 순탄한 삶이 아니다. 이후 희숙씨는 이혼을 하고 새로운 남편을 만나게 되는데, 이마저도 5년만에 두 번째 이혼이다. 두 번째 이혼까지는 참아보려 했지만 가족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환경속에서 이번에는 당당히 이혼을 택한다.
책의 결말에서는 딸 세대의 변화와 여성이 겪어야 하는 속박들을 이겨내자는 메시지가 있지만, 책의 많은 부분이 심하게 폭력적이라 읽는 동안 조금 괴로웠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삶이 실제로 있었을 걸 알았기 때문에. 그래서 좀 더 다음 세대에게는 나은 인권을 위해서라도 나도 조금 더 깨인 사람이 되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여자로든 (남자로든) 태어나면 삶은 1회차니까 말이다. 책의 많은 부분 그놈의 불알을 못달아서 내가 그렇다! 라는 말 대신 여자라도 다 할 수 있다 라는 부분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