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 - 까탈스런 소설가의 탈코르셋 실천기 ㅣ 삐(BB) 시리즈
최정화 지음 / 니들북 / 2021년 3월
평점 :

까탈스런 소설가의 탈코 실천기 : 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 - 최정화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정화 작가는 작가의 이번책에도 실리지 않은 단편 <라디오를 좋아해?>로 먼저 알게 되었다. 퀴어단편이라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일 것이다.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는 사람과의 사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무래도 <다름>이라는 주제를 잘 풀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튼 이 소설가가 탈코르셋(사회에서 ‘여성스럽다’고 정의해 온 것들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실천해본 이야기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그것들의 범주로는 탈브라 (노브라라는 말은 브라가 디폴트여서 보편적으로 씌이는 말이지만 피해보겠다), 제목과 같은 트렁크팬티, 여성스럽다고 보여지는 의복을 선택하지 않음, 제모를 하지 않아보기, 화장안하고 지내기 였다.
이중에서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이 있느냐? 라고 물어본다면 없는 것 같다. 탈브라는 겨울에 종종한다. 작가처럼 365일 아예 탈브라 상태로 외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직까지는 덜 깨여서 그런지 남들이 내 유두를 쳐다본다는 것이 느껴지는 그 시선만큼은 아직 극복하지는 못했다. 브래지어를 하고싶으면 하고 하고싶지 않으면 안해도 되는 시대가 아직은 오지 않은 것 같아서다. 브래지어를 하면 숨막히고, 소화가 안되고, 불편한데도 하지 않아도 될 자유가 분명 있지만, 그동안 학습된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의 범주에 단정한 의복이 포함되다보니 아직 매일같이 브라는 입고 있다. 하지만 여성들이라면 다 알겠지만, 집에서 자연인 상태로 있으면 얼마나 날아갈 것 같고 좋은가. 다 알고 있는데, 너무 잘아는데, 그래도 남들의 시선은 아직 신경씌인다. 실제로 탈브라로 나가는 날은 조금 어깨가 움츠러 들더라. 작가처럼 더 용감해질 날이 올것인가 싶다.
이외에 트렁크 팬티나, 드로즈로 변형해서 입는 것 정도는 십수년전부터 실천에 옮겨온 것들이다. 심지어 삼각팬티의 레이스나 쓸데없이 리본장식이 달린 것도 질은 낮으면서 코르셋화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그런 디자인도 고르지 않는 편이다. 세상에 팬티에 리본이라니, 이게 무슨 기괴함인가, 그리고 브라의 가운데에 리본이나 보석장식들이 박힌 것을 보면, 이제는 이게 참 무슨일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남성용 사각팬티들은 참 질기고, 면도 좋은데, 여성용은 참 약한 소재에 비싸다. 여기저기 핑크택스 투성이다. 애들 옷도 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
코로나로 좋아진 점 중에 하나가, 메이크업에서 자유로워진 것인데, 이제는 나도 최소한의 메이크업 (선크림) 그리고 피부표현 정도만 한다. 그것도 꼭 화장을 해야 교양있게 보일 자리에서만이다. 1년동안 사지 않은 화장품들과 화장품값을 합해보니 100만원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그만큼 꾸밈노동에 돈과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었던 것이다. 요새는 이 돈으로 나도 작가처럼 근육과 건강을 키우기 위해서 운동을 다니는 데 쓰고 있다.
<탈코르셋 실천> 어렵지 않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자유를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