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
에밀리 파인 지음, 안진희 옮김 / 해리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여성의 침묵에 편안함을 느끼는 사회에서 : 내가 말하지 못한 모든 것 - 에밀리 파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로 놀란 부분이 몇가지 있는데, 첫째는 작가가 현재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시절 마약을 했다는 것과 비행을 저지른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일랜드에서 헌법으로 이혼이 불허되던 것이 19971월에서야 가능하게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어느 나라에서 서기 2000년이 다 되어서야 이혼이 합헌이 된단 말인가, 최근까지 낙태가 불법이었던 여기 만큼이나 세상의 여러곳에서는 여러 가지의 사람을 규제하는 희안한 법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책의 초반에는 그리스에 살고계신 알콜중독 아버지를 모셔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책의 면면히 작가의 아주 사적이고도, 여자들이라면 겪었을만한 이야기가 다양하게 들어있다. (약을 하는 비행청소년의 이야기는 어떨지 모르지만..약은 아니더라도 갖은 이유로 반항하는 사춘기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저가항공으로 환승을 하면서, 휠체어로 탑승을 못시켜준다는 항공사와 씨름을 하고, 아버지를 모셔온다. 그런데 알고보면 아버지와는 이미 어머니와 별거를 하신지 십수년째 가족으로 작가가 인식했던 구성원은 어머니와 여동생 셋이다. 가족의 와해와 설명못할 외로움 등으로 미성년자이지만 클럽을 다닌다던가, 약에 중독된다던가, 학교를 빠지고 안나간다던가, 클럽에서 머리를 맥주병으로 맞는다던가. 생각보다 심각한 비행에 빠졌다가 다시 나온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리고, 30대가 들어서 아기를 가지려고 시도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남자친구와 둘이서만 살게 된 이야기를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람들은 악의를 가지지 않고 왜 애가 없느냐 물어보지만, 삼십대 후반의 여자가 답하기엔 끔찍하다고 말하고 있다. 쉽게 대답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를 가지려고 노력했는데 유산했고, 불임이래요. 이런 얘기를 매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한 출연자가 애를 왜 가지지 않느냐는 이야기 때문에 안해본게 없다고, 시험관도 방송으로, 살이 쪄서 애를 못갖는다 얘기해서 몇십키로도 빼봤다고. 그런데도 안생겼다면서 울면서 이야기 하더라. 참 사람들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입에 올리면서도 상대방이 받을 상처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강연을 갔던 작가에서 질문하는 다른 남성이, 교수님의 이야기 블라블라...근데 왜람되지만 교수님 귀여우시네요. 라는 질문으로 자신의 프로페셔널함을 부정받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위해서,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회피하고 싶어서 이런 성차별적 발언에 대해 침묵했던 적이 많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대게 직장 안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적인 발언은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할 만한 준거가 없다. 이 사실은 성차별 발언을 별다른 거리낌 없이 쉽게 하도록 만드는 데다. 그것의 문제점을 인지하기 못하게 만든다. p.226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그동안 느꼈던 불편함의 이유를 속시원히 긁어준 것 같았다. 침묵을 강요받더라도 본인의 불쾌감이 있으면 당당히 밝혀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