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이승희 지음 / 폭스코너 / 2021년 3월

시인과 식물들의 동거동락 :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 이승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저자의 이름을 보고, 책 표지에 여러 <연두>들에 둘러쌓인 남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의 도입부인 화원에서 앵두나무를 고르는 내용에서야 작가가 남자임을 인지했다. 화원 아주머니와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었는데, 조금 부실한 앵두나무를 입양하긴 꺼려져서 다른 나무를 찾았는데, 결국은 처음 본 그 녀석을 데려오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아저씨한테 시집갈려고 보였나 보다는 말. 장사하는 사람이 하나밖에 안남은 물건 팔려는 말이겠지만 참 예쁘게 표현해주셔서 아마 작가도 인연이다 싶어 반려식물로 키우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식물 기르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솔직히 잘 기른다고 하기는 어렵다) 작가가 일반 주택에서 기거하며 시멘트로 한평 남짓의 땅에 화단을 만드는 그 마음을 잘 알겠더라. 나도 올 봄에 반려 식물로 책의 말미에 나오는 요새 유행식물인 마오리 소포라도 데려왔고, 알로카시아와 녹영도 데려왔다. 소포라는 저자와 같이 역시나 과습인지 통풍인지 때문에 안그래도 소품으로 샀는데, 가지가 말라가고 있다. 나역시 화원에서 소포라는 키우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겨울같은 작은 잎이 옹송그리며 있는 매력에 빠져 반려식물로 데려오고 말았다. 앙상한 가지만큼이나 마음이 옹졸한 녀석인지 키우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달리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년시절의 정말 많은 부분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구나를 동감했다. 어려서 봤던 꽃, 그 향기 느낌, 시각적 이미지 등은 인생의 여러 가지 포인트에서 갈망하는 것을 만드는구나 싶었다. 나의 경우 어린시절 장미덩굴입구로 만들어진 집에서 살았어서 그런가, 아직도 그 생장미의 향을 좋아한다. 화원의 장미가 아니었던 터라 그 많던 진딧물의 이미지도 같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사람은 크게 식물을 좋아하는 부류와 아닌 부류로 나뉘는데, 나와 작가님은 극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언제나 말은 없지만 반려식물로써 연두색의 새순과 초록이 주는 치유의 힘은 대단하다. 책을 읽으면서 보스톤 고사리와 몬스테라와 대나무까지 심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몬스테라는 워낙 요새 인기인데다, 정글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괜찮다고 하니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고사리 종류를 관상용으로 키워볼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책에서 읽고 사진으로 보니 훨씬 더 매력 있는 식물이었다. 이제는 양치식물까지 손을 대고야 마는지.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나중에 다묘가 되듯이, 식물을 키우는 집은 어쩔 수 없이 식물을 늘리고야 마는 것이다.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식물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은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