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침실로 가는 길
시아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2월
평점 :

푸른 침실로 가는길 - 시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푸른 침실로 가는 길》의 주인공 ‘시아’는 어려서부터 엄마의 학대에 노출된 채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살았다. 신기한 프롤로그에서 혹 매트릭스에서 빨간약을 먹을래 파란약을 먹고 끝까지 갈래? 하고 묻는 것처럼 파란약을 먹고 끝까지 49개의 기억들을 계속 기록한다. 이 기억의 굴레를 끊어내는 것은 그것을 풀어서 한 장으로 마무리하는 일 뿐이다. 그래야 벗어날 수 있다.
수락했으면 바로 시작된다. 꿈인지 경계를 지을 수 도 없게.
주인공은 끊임없이 삶과 생으로부터 도피를 꿈꾼다. 사창가를 찾아가 일을 하려고도 하고, 즉흥적으로 결혼하기도 한다. 하는 선택마다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고 피하고 싶은 존재와 닮아가는 것을 깨닫는다. 보통 그렇지 않은가? 결혼 상대자를 만날 때 부모님 될 자리를 보라는건 자라나면서 배운 그 역할, 가풍, 등등을 두루 보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다르게 벗어나고 싶다고 해도 그 집에서 풍기는 행해지는 공기의 내음까지는 바꿀 수 없는 법이다. 콩심은데 콩이나고 팥심은데 팥이 나는 법이 아니던가.아버지의 사업으로 잘 사는 집이었다가, 집이 폭망한 뒤로 어머니(그미)는 계속 주인공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다. 자기딸을 악마라고 부르는 사람을 어머니라고 불러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화차에서처럼 정말 다른 인생을 살고싶었을 만큼 주인공은 학대를 당한다. 성적으로도.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바로 결혼을 하게되는데, 도피성으로 급하게 선택한 결혼생활이 원만할 리가 없다. 남편은 주정뱅이인데다가 역시나 폭력을 휘두른다. 아이까지 낳았지만, 폭력의 대물림을 걱정하는 주인공은 다시 그미를 찾아 간다. 이런 것을 보면 설령 집을 떠나 정말 좋은 배우자를 만난다고 해도 언젠가 몇 번은 다시 예전 집과의 인연이 남아있어서 이상하게 얽히는 일도 많고,
천륜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것은 이다지도 힘든일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미워했지만 다시 완전히 안볼수는 없는 그런사이. 정말 경멸하고, 싫어했지만, 내가 늙어서 돌아보면 닮아있는 그 눈빛과 그림자 그리고 말투. 이후 아이를 어머니께 맡기고 간호사로 열심히 일하게 된다. 다시 어머니의 학대에 놓인 자녀가 걱정되었지만, 결과는 다들 책으로 확인하기로 해보자.
개인적으로는 어머니를 미워하지만 용서하는 대인배는 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작가님을 응원한다. 나는 아마 다시 그미를 찾지않고 지냈을 것이다. 보고 싶어 할만큼 사랑을 회복할 만큼의 연민보다는 그 어린시절의 나를 더 사랑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