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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어쩌다 보니 황혼, 마음은 놔두고 나이만 들었습니다
이나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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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팔팔칠칠의 진심 : 인생이라는 멋진 거짓말 - 이나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구구칠칠팔팔>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다. 노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일주일만 병원신세를 지고 깔끔하게 죽는 것을 바라는 말이라고 한다. 태어남을 선택하는 것도 할 수 없지만, 태어났고, 삶을 영위하다가 안온한 영면의 방법을 원하는 것은 누구나의 바램일 것 같다.
저자는 정신과전문의로 살아온 이나미 박사이다. 가끔 방송에서 얼굴을 보았던 적도 있는 것 같다. 저자의 화려한 약력으로 보면 알려진 의사에, 유학을 다녀온 박사학위자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전문직 여성으로 평탄한 삶을 살아왔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시부모를 30년 동안 한집에서 모시며 밤을 새건, 애들을 돌보건, 환자를 보건 무조건 아침 7시면 아침상을 차리는 삶을 사셨다고 하는데, 곳곳에서 희생하고 사신 마인드가 엿보인다. 60대가 넘으셨으면 이제 노인의 초보에 접어드신 셈인데, 아마 임상으로 보신 케이스도 많고 하셔서 그런지 노년은 이럴 수 밖에 없다 라고 하는 질병적 소견 등은 첨예하였다. 늙어서 오는 뇌 회백질의 감소랄지, 나이들면서 오는 관절적 질병, 기저질환 등이 있으니 예전처럼 마인드를 아무리 밝게 살아도 노년에 적응하고 양보하는 삶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보면 종신면허와 다름없는 의사인데도, 나이가 들어서 봉사단체에서도 반겨지지 않았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노인들이 겪는 <나의 쓸모없음>에 대한 마음의 힘듬을 얘기하더라. 타이틀을 다 떼고 겉모습에서 오는 부분만으로는 반겨지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것은 누구나 같나보다. 사회적인 시선 이런 것들도 노년이 되며 변화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고, 가족에서도 멀어지고, 멀리사는 자녀가 있더라도 부담을 느끼게끔 할 수 없고, 그렇지만 외로움에 시달리는 그런 삶이 이어진다는 것이 조금 두려워 졌다. 노년에도 젊게사는 사람 그리고 활력있는 사람, 기행을 하는 사람들을 매스컴에서 조명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경제적 빈곤과 질병에 고통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삶을 같이 겪을 배우자의 부재도 많은 사람들이 겪게 되기 때문에 정서적 고립도 많다.
책에서는 그래서 노년의 연애, 황혼 이혼 등도 에피소드로 다루며 넘어가고 있다 이런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다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노년의 삶을 시니컬하게 짚어준 박사님의 글을 읽으며 그나마 경제적인 기반을 쌓은 다음, 나를 돌보는 것에 치중할 수 있도록 현재를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년이 그나마 버틸만할 수 있게 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