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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 관한 증명
이와이 게이야 지음, 김영현 옮김, 임다정 감수 / 클 / 2021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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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음을 간직하고자 한 료지 : 영원에 관한 증명 - 이와이 게이야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의 초입에서 뭔가 오래된 이공계 건물들의 묘사에서 피식 웃음이 났다. 뭔가 이공계 건물은 실험실이나, 다니는 사람들의 딱뿌러지는 성격에서나 특유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알아주는 수포자인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는 뭔가 하나의 논리를 찾아 질주하는 사람이 된 것 마냥 기쁘고,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예전과 같은 료지를 보면서 조금 더 성장하지 그랬냐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읽은 <영원에 관한 증명>은 천재 수학자가 변치 않고, 하나에 매달려서 지낼 때 그의 일생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슬픈 이야기였다.
책의 초입 료지와, 구마자와, 사나 그리고 고누마 교수님의 4각구도가 성립되고 료지가 자신의 팀을 만들어 수학적 증명과 함께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다들 가슴 한켠에 료지를 향한 흠모와 재능을 부러워 하면서도 료지의 재능에 매료되는 부분이 있으니까. 구마자와나 사나도 일본수학경시대회 출전까지한 내노라 하는 수학의 영재들이었지만, 그 중의 1%에 속하는 료지와는 너무나도 출발점 자체가 달랐다. 보통 어린나이에 월반을 하거나 박사과정을 밟게 되는 영재들이 나중에 인간관계와 신체적 성장과의 괴리 같은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게 된다는 소리를 가끔 들은 적이 있는데,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보여준다. 료지를 붙잡기 위해서 다른사람이 아닌 료지만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내고, 잡을 오퍼하고, 성과를 자신의 학교에서 내주기를 바란다. 내 지도하에 있는 학부생으로, 등등. 그의 지도교수인 고누마는 료지를 선망하고 아끼는 동시에 질투하고, 좌절한다. 결국 고누마 교수는 대학을 떠나 연구소로, 사나는 공학부로, 구마자와는 미국으로 떠나며 료지의 완벽했던 세상이 서서히 무너진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능력을 인지하고, 내가 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세계가 확장되는 범인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인데. <수학>이라는 수의 세계가 제일 자연스럽고, 제일 잘하는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다들 수학을 떠나는 것으로 비춰지는게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일을 잘하면서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만 더 잘하지 못해서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정녕 모른다니. 자신에게는 너무도 명징하게 눈에 보이는 세계가 남들에게는 이해하는 말로 들리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점점 고립되고, 고누마가 떠나고 새로온 교수와의 불협화음. 그리고 면박을 당하는 사건. 이런 것을 보면 료지가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런 비극까지 가지 않았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끝으로, 구마자와가 내가 료지를 죽였다는 말을 하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책을 읽어가며 두 사람의 마음의 노선을 찾아보면 좋겠다. (아니, 12 페이지에서 그런 말을 해서 뭔가 스릴러인데 결말 알려주고 시작하는 건줄 알고 놀람!) 중간중간 료지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구마자와의 이미지는 조금 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만큼 료지가 의지했던 것은 그였으므로.
료지 정도의 재능이 있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문제를 보면 매직아이처럼 답이 바로 보이고.
모든게 명징하게 보인다는 것. 어떤 가설이더라도 그것의 개괄이 바로 보인다는 것.
결말의 새로운 씨앗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