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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설운영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월
평점 :
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정신질환자 가족들의 공동체 ‘정신건강가족학교’를 경기도 수원시와 함께 설립하고, 한 아들의 든든한 아버지인 작가가 역은 책이다. 저자의 아들이 현재 조현병(정신분열) 투병중인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읽으면서 내용의 많은 부분이 자식의 병을 호전시키고자 많이 노력한 부분이 나오는데, 대신 아들 본인의 인터뷰나 소감은 말수가 적은 편이라는 말로 거의 다뤄지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웠다. 조현병의 원인은 도파민 호르몬의 과잉으로, 자녀의 발병은 사춘기인 고등학교 시절부터 환청으로 시작되어 발병했고, 여러 차례 기관을 바꿔가며 치료에 힘 쓴 것으로 보인다. 그중 최면치료를 해준다고 하면서 환자를 방치하고 돈을 뜯어가는 돌팔이 이야기도 나오는데, 가슴이 저려왔다. 그냥 몸만 아파도 큰병원에 가면 검사다 필요한 항목이다 하며 여기저기 돌려대기 바쁜데, 인지능력이 적은 대상을 상대로 여러번 해야한다는 말까지 하며 감언이설로 사기를 치다니.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대체의학을 빌려보려는 간절함을 짓밟은 것 같아서였다. 최근까지 일했던 회사 2군데에서 지적장애인과 실제 근무를 같이 해보기도 하고 일을 지시 해줘야하는 후임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회사에서는 상사의 자녀가 정신질환자여서 그 자녀를 케어하고 부모로서 감당해야 하는 고민들을 익히 들어온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그래도 인지장애 정도로 사회화가 가능한 친구들인 반면, 저자의 자녀는 번번히 사회화에 어려움을 겪은 이야기가 나온다. 일단 글로 진행되는 정도를 가늠해보면 약이 수면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잦은 것 같고, 환시 환청 때문에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수없이 대안학교나, 아르바이트, 지인, 친척을 통해서라도 다방면으로 애쓴 눈물겨운 사투가 보인다. 개인적으로 심각한 조현병의 경우에는 망상장애로 인한 사건사고가 있어서 기관에서 진료 받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각자 생각하는 바가 충분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현병의 평생 유병률(개인이 평생 한번이라도 걸릴 비율)은 1%정도 라고 하는데, 꼭 조현병이 아니더라도 우울증이나 치매로 인한 섬망 등 인간의 평생을 놓고 본다면 정신질환이 나는 절대 걸릴 일 없다고 단언하는게 더 힘든 시기가 왔다. 작가의 말처럼 치매의 경우에는 국가적으로 돌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정신지원센터에서 도움을 주는 반면
기타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가족들이 그 전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통감한다. 사설이 아니라 다양한 정신질환 관련해서 케어서비스가 생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중치료(입원) 이후 호전되었다면 재활을 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으로 보여 그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정신질환, 몸이 아픈 것처럼 정신도 아플 수도 있는데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의 죄일까. 이 문제를 언제까지 쉬쉬하고 움츠리고만 있을 것인가. 그러는 동안에 우리 사회는 더 아파간다. p.27』
『정신장애인 가족들은 알지 못해서 말할 수 없었고, 말할 수 있어도 냉대와 박해 속에서 말할 수 없었고, 그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더 괴로웠다. 아픔의 그늘 속에 있는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강요가 아니라 고통의 나눔과 연대를 통한 거듭남이었다. p.169』
특히, 저자의 둘째 아들이 밝힌 글을 읽으면서, 한 개인을 온전히 치료하기 위해 다른 병이 없는 형제가 정서적 지원이나 지지를 받지 못해 힘듦을 토로한 것은 그 나름대로 마음이 좀 안좋았다. 저자는 역시나 그럴려던 의도는 없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말미에는 직계가족이 죽으면 잘 돌봐달라는 책임을 부탁하고 있으니 그것도 동생에게는 부담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한 가족이 와해되지 않게 사회적으로 좀 더 나눔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