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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지음 / 열매하나 / 2023년 6월
평점 :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인간의 마음으로 인해 마구 베어지고 있는 제주의 나무들. 훼손된 제주의 생명 곁에서, 상처 입은 제주의 마음 안에서, 제주의 예술가는 나무(종이) 위에 100그루의 나무를 심어나갔다. 지키고 싶은 이들을 지키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과 지켜야 하는 이들을 지키려는 애틋한 마음이 담아 그린 ⟪나무 마음 나무⟫. 그 안에서 만난 모든 그림과 문장은 사랑의 고백이자 다짐이었다.

백 장의 그림은 숲이, 땅이, 지구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의 연결망임을 노래하고 있다. 그 안에선 그 어떤 나무도 우두커니 홀로 서 있지 않다. 뿌리와 가지는 어디에나 연결되어 있다. 고유하며 다양한 생명들은 서로의 주변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자라나고 살아간다. 한 장 한 장 그림을 넘기며 백 장의 숲을 거니는 동안, 누군가의 무심無心은 한 겹 한 겹 벗겨져 간다. 벌목과 로드킬, 자유와 평화는 더 이상 타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백 장의 그림 속에서 수많은 동그라미를 발견한다. 뿌리의 형태로, 가지의 형태로, 존재의 형태로 드러난 각양각색의 동그라미는 다른 동그라미와 ‘접촉’되어 있고, ‘중첩’되어 있고, ‘접속’되어 있다. 맞닿아 연결되어 있는 생명. 겹쳐져 함께 자라는 생명. 하나의 세계로 살아가는 생명・・・ 백 장의 그림은 하나의 동그라미 안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서로와 동행하며 살아가야 하는 모든 존재를 끌어안고 있었다. 나만을 지키는 외로운 힘이 아닌 모두를 연결하는 단단한 힘을 품은 ‘생명의 동그라미’ 안에 모두 함께 접속하기를 권유하면서.
🔖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그리다가 문득 내가 숲 속의 나무가 된 것만 같았다. 땅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고, 하늘로 가지를 곧게 펼친 나무. 새들이 노래하는 숲에서 다른 풀, 나무들과 연결된 존재.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생의 숙제를 각자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실천하고 있는 이들의 기록은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다정한 위로가 되어준다. 자연과 공명하는 삶의 드로잉을 이어가는 홍시야 작가님의 그림 또한 일상 속의 작은 행동과 변화, 선택과 연대로 사랑을 살아가려는 이들의 마음에 한 그루의 묘목으로 단단하고도 든든하게 심길 것이다. 그 마음의 나무가, 그 나무의 마음이 하나씩 채워지고 이어져 이뤄질 푸른 숲에서, 우리는 ‘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마구 베고 쳐냈던 존재들을 하나씩 알아차리겠지. 우리의 ‘우리’여야 하는 존재들과 맞닿아 연결되겠지. ‘우리’라는 하나의 원 안에서, ‘우리’라는 하나의 원으로서 함께 살아가겠지.

모든 페이지를 구김 없이 펼쳐 감상할 수 있도록 ‘사철 노출 제본 방식’로 제작된 ⟪나무 마음 나무⟫. 읽는 이로 하여금 휘어짐 없이, 올곧게, 바르게, 있는 그대로 나무의 마음을 마주할 수 있도록 다정한 배려와 지극한 정성을 담아 완성한 책의 만듦새. 그 덕분에 작가님이 함께 나누고자 했던 마음을 온전히 감각할 수 있었다. 작가님이 함께 느끼고자 했던 사랑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었다. 책을 펼치기도 전부터 그 만듦새로부터 책을 그리고 쓰고 만든 이들 모두의 진심을 고스란히 전달받게되니, 열매하나 출판사가 펴내는 책에 매번 감탄할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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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마음 나무⟫에 관심이 생긴 당신께.
홍시야 작가님의 사운드 드로잉 앨범 <우주 담요>를 반복해 들으며 이 책을 펼쳐보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사랑이라는 리듬과 공존이라는 색채로 그려진 이 아름다운 멜로디의 마지막 장에서 나무의 마음으로 나무와 함께 읊조릴 ‘한 문장’을 기대해보시기를.
눈과 귀로 전해지는 파동에 몸을 떠는 시간을 한껏 누려보시기를.
연결을 갈망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에 퍼져 나갈 고요한 울림을 함께 느껴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