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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용 팝니다
안영은 지음, 지은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2023년 6월
평점 :
수지네 집으로 배송된 한 택배 상자. 긴급 배송, 위험, 취급 주의라는 문구가 쓰인 상자 안에는 수지네 가족이 주문한 ‘반려 용’이 들어있었습니다. 분홍색 몸통, 뾰족뾰족 알록달록한 발톱, 초록 비늘, 빨간 뿔, 초롱초롱한 눈망울・・・ 상상과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기 용을 보고 당황한 수지네 가족. 그러나 이내 ‘용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도 용을 키우는 건 재미있을 거야.”라고 말하면서요.
그러나 용구와 함께 하는 일상은 이전과 같을 수 없는 순간의 연속입니다. 엄청난 속도로 쑥쑥 자라나는 용구는 눈 닿고 손 닿는 것마다 먹어치우고 부숴트리고 지저분하게 만듭니다. ‘반려동물도 우리 가족이니까’ 라고 생각하며 불편한 일상을 감내하려 했던 수지의 엄마아빠. 그러나 결국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게 되고, 두 양육자는 수지 몰래 용구를 중고 마켓에 팔기로 합니다.
용구에 대한 설명은 이렇게 쓰여있었어요. ‘반려 용 팝니다. 기저귀를 채우면 푹신한 소파로 쓸 수 있습니다.’ 용구는 어느 가족에게 다시 팔려갔을까요. 새로운 집에서는 ‘용구답게’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하며 지낼 수 있을까요. 자신의 세상을 너무도 크게 차지해 버린 용구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용구를 돌보고 사랑했던 수지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 줄까요.

🔖반려(伴侶): 평생 함께 하는 짝
용구는 ‘반려 용’으로서 인간(들)과 가족의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기대와 다른 모습이라는 이유로, 용구는 인간에게 ‘반려’로서 충분히 배려받지 못했어요. 인간의 요구와 다른 행동을 한다는 이유로, 인간은 용구와 맺은 인연을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어요. 인간이 원하는 대로 지낼 수 없어 인간과 함께 지내지 못하게 된 용구. 그 커다란 두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용구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나를 나대로 환대할 수는 없는 건가요?”
반려란 중고 마켓에서 돈을 주고 살 수도 무료 나눔으로 받을 수도 없는 것, 직접 배우고 부딪히며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 삶임을 깨닫게 하는 그림책 ⟪반려 용 팝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절망일 수도,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 나와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존재⎯인간이든 동물이든⎯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함께 사는 법을 용구와 함께 고민해 볼까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우리,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우리. 우리는 이 이야기의 방향을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유쾌한 묵직함이 담긴 이 그림책이 우리의 결정을 힘껏 도울 거에요.
덧붙이는 이야기 하나. 꿈과 희망이 가득하다는 놀이공원의 입구에서 용구와 수지는 입장을 거절당합니다. ‘반려동물 입장 불가’라고 쓰인 표지판 앞에서, 용구와 수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이 장면에서 저는 현실 속 가로막힌 공간들이 떠올랐어요. 당신이 어린이라서 못 들어와요, 당신은 노인이어서 못 들어와요, 당신은 장애인이라서 못 타요, 당신은・・・・・. 네가 너라서 들어갈 수 없는 공간. 내가 나라서 함께할 수 없는 공간. 다양한 이들이 모였지만 다양할 수 없는 ‘편협한’ 공간에서 자라나는 꿈과 희망은 과연 누구를 향하고, 누구만을 위할까요.
* 후즈갓마이테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