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자리를 내어 줍니다
최현주 지음 / 라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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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의 작은 책방 ‘책봄’을 통해 모든 생명을 환대하고 존중하는 따스한 마음을 나누고 계신 분의 글이라니!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벌써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요. 어느 시인님께서 ‘작지만 귀한 책방’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책봄과 책봄에 스며든 이야기들! 몹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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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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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한 제목이다. 사물이 소멸되었다니. 지금이야말로 매분 매초 생산되고 소비되는 (그리고 그만큼 버려지는) 사물들이 넘쳐나는 ‘사물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아니던가. 오늘날을 ‘사물과의 관계를 상실한 시대’로 정의하는 철학자의 진의는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을 읽는 과정은 내 의아함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질문하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오늘의 자유를 위해 오늘을 사유하는 철학자의 지로(指路)를 따르며.


사물의 본질과 사용가치 또는 사물에 깃든 고유한 기억이 아닌, 외부에서 결정되고 제작되어 주입된 사물의 ‘정보’만이 사물의 실재를 대표하는 정보 자본주의 사회. 그 안에서 무수한 사물들이 죽은 채로 태어나고 이내 사라진다.


인간은 오로지정보 중심으로 세계를 지각한다. 실재와의 긴밀한접촉보다 정보로의 긴박한접속 개별의 삶과 전체의 사회를 지속가능케하는 진리로 여긴다. 자신의 처분 불가능한 제약과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제・예측 가능한 것만을 갈망하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먼저, 쉽게, 많이, 빨리 취할 있는정보들이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인간은 하염없이 머무르는 방법을 잊고 살아간다. 가만히 멈추고 고요히 듣고 주의 깊게 바라보며 결속된 관계를 맺기보다는, 우연과 일시성에 기반하는 흥분과 자극을 끊임없이 쫒으며 조종 가능한 가상의 세계 속에 살아가기를 선호한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화면 속 세계를 자신의 욕구에 종속시키며 자기 자신을 강화함과 동시에, 자신과 다른 모습과 다른 생각의 생각의 타자를 자신의 땅 위에서 점차 사라지게 만든다. 그러나 손으로 움켜쥘 수 없는 정보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는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정보 위에 표류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은 타자와 사물의 실재뿐만이 아니다. 결국 자기 자신까지 소멸되고 만다.


쉼 없이 어딘가에 접속할 뿐, 누군가나 무언가와 접촉하길 점점 꺼려하는 오늘날의 ‘호모 루덴스’ 또는 ‘포노 사피엔스’에게 철학자는 단호히 말한다. 무상한 인간의 삶에 안정성과 연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가 쉼 없이 매달리고 추종하는 ‘정보’가 아니라고. 사물이 아닌 정보와 소통, 생산과 성과에만 집착하는 자기 자신을 구하고, 사라진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이 땅(earth)을 구원하기 위한 방법은 결국 서로 연결된다고. 간결한 글을 통해 나눈 철학자의 깨달음이 자발적으로 스마트폰 안에 갇혀 ‘좋아요의 감옥’, ‘같음의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구하는 빛줄기처럼 느껴진다. 각자의 두 발을 딛고 사는 이 땅 위에서 누구도 사라지지 않도록 이끌고 비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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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내린 가지 다짐은 다음과 같다. 무위와 고요, 바라봄과 경청을 위해 애쓰는 일상을 지향하자고.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어린 왕자책을 다시 읽자고. 오래된 고전을 통해접속접촉 차이를 깊이 사유할 있는 기회를 손에 쥐어준 철학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




* 글은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는 홍분을, 놀람을 목적으로 실재를 지각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정보 사냥꾼으로서 우리는 고요하고 수수한 사물들을, 곧 평범한 것들, 부수적인 것들, 혹은 통상적인 것들을 못 보게 된다. 자극성이 없지만 우리를 존재에 정박하는 것들을. - P9

심지어 사물을 소비할 때도 우리는 이제 체험을 기대한다. 사물에서 사용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 내용, 예컨대 상표의 이미지다. 사물을 지각할 때 우리는 주로 사물에 저장된 정보를 얻기 위해 지각한다. 사물을 사들일 때 우리는 감정을 구매하고 소비한다. 제품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감정을 충전 받는다. 가지 창출의 결정적 요소는 제품을 차별화하는 정보들, 소비자에게 특별한 체험을 넘어 특별함의 체험을을 약속하는 정보들이다. 상품에서 정보는 사물적 측면보다 점점 더 중요해진다. - P26

정보는 맞닿음을 줄인다. 지각은 깊이와 집약성을, 몸과 부피를 잃는다. 지각은 실재의 여기 있음 층에 진입하여 깊어지지 못한다. 지각은 단지 실재의 정보 표면만 스친다. - P86

반복 불가능한 감정, 흥분, 체험의 시대에 삶은 형태와 리듬을 상실한다. 삶은 철저하게 덧없어진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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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없어 그림책은 내 친구 68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 논장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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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로 인한 무력감과 고통, 불안을 견뎌내며 조금씩 나아짐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회복의 서사. 키티 크라우더 작가는 자신의 특유의 단순하고도 부드러운 그림체로 느리지만 분명한 위안을 이 세상 모든 ‘잃은 마음’들에게 전한다.




어린 라일라에게 엄마의 죽음은 상상 속의 친구 ‘없어’를 만들어 낸 계기가 된다. 언제나 기분이 좋은, 못된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 ‘없어’는 바로 라일라 자신의 불안과 공허를 달래기 위한 의인화된 자구책. 라일라는 자신의 상상에서 튀어나온 ‘없어’와 함께 밥을 먹고, 길을 나서고, 일상을 함께 버텨나간다.


한편, 신기한 이름의 꽃들이 피어있던 정원은 엄마의 죽음 이후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 되어버렸다. 정원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아빠마저 자신의 마음을 쉬이 추스르지 못해 제대로 돌보지도 바라봐주지도 못하고 있는 쓸쓸한 정원. 그 위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며 한숨 쉬는 라일라에게 ‘없어’는 말한다.

📚“그건 아니야. 사람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하지만 ‘없어’의 따스한 위안은 짙은 상실감 속에 허우적대는 이들의 차가운 심장에 그리 쉽게 스며들지 못한다. 더 이상 내 몫이 아닌 것만 같은 희망을 부정하고 원망하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라일라는 발견하게 된다. 차가운 얼음 위에서 그대로 씨앗이 사라지지 않도록, 자신의 부리로 씨앗을 물고서 씨앗이 다시 심길 정원을 찾고 기다렸던 흰눈썹울새를.


그리하여 라일라는 다시 그리고 새롭게 정원에 씨앗을 심는다. 살아생전 엄마가 좋아했던 히말라야푸른양귀비 씨앗을 심고서 정원을 정성껏 가꾸고 돌본다.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지난한 시간을 함께 견뎌낸 라일라와 라일라의 정원에 어느 날, 한 그루의 선물이 등장한다. 그 선물을 바라보는 차가운 심장들마다 온기와 용기가 잔잔히 퍼져나간다. 지극한 애도의 시간을 견딘 마음들은 단단한 토양이 되어 새로운 싹을 틔울 준비를 마친다. 


정원 위 선물 한 그루의 짙은 그림자, 씨앗을 부리에 물고서 잃은 마음들 곁에 머물러있을 흰눈썹울새의 선명한 그림자, 없음을 긍정하도록 도운 내면의 벗 ‘없어’의 보이지 않는 그림자・・・. 책 속의 많은 그림자들은 없음을 마주해야만 하는 모든 이들에게 말없이 말한다. 삶은 수없이 사라지는 일과 다시 살아나는 일의 연속이라고. 없음으로 다시 또는 새로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의 씨앗은 언제든 우리의 손에 쥐어져 있다고. 어디서든 우리의 곁에서 새로이 심길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그러니 있고 없는 그림자들이 건네는 위안을 펼쳐두고서, 지금의 당신은 당신의 상실을 마음껏 슬퍼하라고. 시간이 흘러 당신이 다시 씨앗처럼 작은 용기를 내게 될 때까지 텅 빈 정원 위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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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책은 라일라가 자신의 아빠를 위해 그려내고 빚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나와없어 통해 아빠가 충분히 슬퍼하고 치유받고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그리하여 함께우리 봄을 맞길 바라는 사랑을 담아낸



* 이 글은 논장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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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펭귄의 빨간 모자 비룡소의 그림동화 310
숀 E. 에이버리 지음,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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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는 다른 엉뚱한 생각과 참신한 행동들로 일상을 채워나가는 ‘눈에 띄는’ 펭귄, 프랭크. 어느 날, 프랭크는 흑백으로만 가득 차 춥고 칙칙한 펭귄들의 세상에 따듯하고 멋진 무언가를 소개한다. 자신이 직접 뜬 빨간 털모자를.



그러나 살면서 한 번도 흑백 외의 다른 색을 본 적이 없는 펭귄들에게 ‘빨간색’은 그저 낯설기만 하다. 살면서 한 번도 머리에 무언가를 써본 적 없는 펭귄들에게 ‘털모자’는 그저 두렵기만 하다. 처음 보는 색과 형태에 대한 불안은 빨간 모자를 향한 경계를 쉬이 풀지 못하도록 만든다.


어쩌다 겨우 용기를 낸 한 친구가 프랭크의 빨간 털모자를 건네받았지만, 이윽고 바다에서 튀어나온 무시무시한 범고래 때문에 겁에 질린 펭귄들은 곧바로 달아나고 만다. 범고래와 빨간 털모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프랭크의 외침은 도망치는 펭귄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홀로 남은 프랭크는 ‘빨간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색깔의 털실들로 다시 털모자를 뜨기 시작한다. 최고로 멋진 색을 담아 최고로 멋진 털모자를 만들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다른 펭귄들의 인정을 상상하고 기대하면서. 그러나 이미 자신들의 세계를 잠식한 불안 때문에 털모자를 털모자로만 바라보지 못하게 된 펭귄들은 프랭크에게 꽥꽥 소리를 질러댄다. 끔찍한 털모자를 비난하며. 끔찍한 색깔들을 자신들의 세계에 물들인 프랭크를 비난하며.




추운 몸과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전달해줄 털모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환대해줄 이들의 부재 속에서, 프랭크는 슬피 눈물을 흘린다. 그런 프랭크를 바라보며 독자는 자연스레 의문을 품게 된다. 외롭고도 괴로운 프랭크의 외침에 감응할 존재는 정말로 없는 걸까. 흑과 백뿐인 세상에서 흑과 백이 아닌 무언가나 누군가를 향해 ‘네가 좋아’라는 환영의 메시지를 건네줄 친구는 정녕 존재할 수 없는 걸까. 


어쩌면 아니 결국은 그 답을 찾기 위해, 그 답을 확신하기 위해 아이와 어른 모두 그림책을 펼쳐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구도, 환대도, 인정도, 존중도 없는 듯한 매정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무언가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부정당하거나 폄하되지 않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형형색색의 온기를 자신의 세상에 가득 물들이는 ‘프랭크’와 프랭크의 ‘친구들’(이 친구들의 정체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그들은 함께 다름을 넘어 이음을 연주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놀랍고도 굉장한 노래를 보고 들으며 생각한다. 결국 이 노래가 흘러 가닿을 곳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다른 펭귄들의 빙산일 것이라고. 다름을 향한 불안을 극복하고서 언젠가는 서로가 서로의 ‘친구들’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닷속 빨간 털실을 어루만진다. 모두를 잇고 품을 준비가 되어있는, 새롭고도 재미난 그 빨간 털실을.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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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이 웃었어 사계절 그림책
기쿠치 치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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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빨강, 파랑, 노랑 등의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작품을 그리고 만드는 기쿠치 치키 작가님. 작품마다 제작 방법(수묵화, 목판화)은 달라도, 작품을 통해 작가님이 표현하려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선명하다. 자아 확립 및 상호 존중의 과정(『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신나는 놀이 과정(『왜 좋은걸까?』), 밴드의 행진 과정(『치티뱅 야옹』) 등의 방식을 통해 작가님이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분명하다.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다는 자연의 진리를 기억하자고. 그렇기에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든 살아 있는 모든 생명과 함께 경계를 허물고 마음을 나누며 연결될 수 있다는 자연의 초대를 반갑게 받아들이자고.


이와 같은 메시지를 바람과 함께 나서기 시작한 어린아이의 ‘산책’ 과정을 통해 생동감 있게 전달한 작가님의 신작 『해님이 웃었어』. 한 장 한 장 천천히 들여다보는 동안 해사하게 웃는 아이의 노란 얼굴과 내 얼굴이 점점 겹쳐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겉표지에서 이미 끝난(이수지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겠다) 원색의 향연에 급격히 빠져들면서. 장마다 펼쳐진 자연스러운 원색의 조합에 살며시 스며들면서. 한 권 가득 채워진 원색의 손길에 온 마음이 붙잡히면서.




아이는 산책길에서 마주한 모든 장면과 거리를 두지 않는다. 그 장면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걸음과 몸짓으로 지금의 순간을 충만하게 체험한다. 아이는 벌레들이 건네는 이야기에 살며시 귀를 기울이고, 꽃과 나비가 함께 춤추는 꽃밭 위에서 춤을 추듯 걷는다. 스쳐 지나갈 법한 전경 안에 기꺼이 눈길을 두고, 그 안을 채우는 여러 생명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마음을 둔다. 커다란 나무의 뿌리가 어디까지 뻗어갈지 상상하며 다정히 나무를 어루만지고, 나무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수많은 새들과 하나하나 눈을 맞춘다. 그렇게 도달한 산책길의 절정. 아이와 공명해온 자연의 수많은 생명들이 서로서로 손을 맞잡은 클라이맥스. 해방감과 소속감 모두를 동시에 느끼는 희열의 순간. 나는, 아, 아, 감탄의 음절만을 한참 동안 내뱉었다. 


산책길의 마지막, 해님이 웃는다. 자연의 온 친구들과 하나가 된 아이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자신 아래 연결된 모든 존재들을 자신의 밝고 따스한 빛으로 안아주었다. 그 빛 속에 내 얼굴을 파묻고 간절히 빌었다. 아이와 아이 곁에 있는 모든 생명들에게 살아가는 내내 해님의 미소와 포옹이 함께 하기를. 아이와 아이 곁에 있는 모든 생명들이 살아가는 내내 해님의 미소와 포옹을 잊지 않기를. 더불어 그 생명 안에 나 또한 포함되기를. 그리하여 언제 어디서고 함께 뛰놀 수 있다는 기쁨과 위로가 살아가는 내내 나와 함께 하기를.



7월 20일 저녁에 있었던 저자 온라인 북토크는 이번 작품과 작가님에 대한 이해가 한층 더 깊어진 시간이기도 했다. 한 장의 그림마다 네 겹으로 쌓인 정성의 깊이, 한 권의 그림책에 들인 기나긴 시간의 길이, 한 생명 한 생명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세상의 너비. 이 모두를 가늠하고 감지할 수 있었던 진심의 시간이었다. 단 한 번도 쉽게 완성한 적 없는 그림, 숱한 실패와 반복되는 지난한 과정 끝에 완성된 작품이 참으로 귀하고 아름답다. 이 귀한 아름다움을 내 두 손으로 직접 감각할 수 있게 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애쓴 수많은 분들의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싶다. (사계절 출판사 블로그에 올라온 『해님이 웃었어』 제작 과정 글은 그림책’만’의 물성을 위해 애쓰는 모든 분들의 정성과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본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편 속표지, 내지, 그리고 마지막 장의 작가・역자 소개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무당벌레의 몸짓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펴보는 것은 이 작품을 통해 맛볼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이다. 일본에서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벌레’를 의미한다는 무당벌레가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과 연결되는지를 독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신 작가님. 언어의 장벽을 넘어, 국적의 경계를 넘어 이어지고 전달된 작가님의 친절한 마음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작품의 계기와 모델, 각종 모티브가 되어준 아드님과 함께 언제나 다정하고도 활력 넘치는 일상을 보내시기를. 무엇보다 ‘연결’의 위로와 힘으로 말미암아 묵묵히 나아가시기를. 통하지 않는 언어의 경계를 넘어 통하길 바라는 마음을 이렇게나마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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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은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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