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펭귄의 빨간 모자 비룡소의 그림동화 310
숀 E. 에이버리 지음,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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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는 다른 엉뚱한 생각과 참신한 행동들로 일상을 채워나가는 ‘눈에 띄는’ 펭귄, 프랭크. 어느 날, 프랭크는 흑백으로만 가득 차 춥고 칙칙한 펭귄들의 세상에 따듯하고 멋진 무언가를 소개한다. 자신이 직접 뜬 빨간 털모자를.



그러나 살면서 한 번도 흑백 외의 다른 색을 본 적이 없는 펭귄들에게 ‘빨간색’은 그저 낯설기만 하다. 살면서 한 번도 머리에 무언가를 써본 적 없는 펭귄들에게 ‘털모자’는 그저 두렵기만 하다. 처음 보는 색과 형태에 대한 불안은 빨간 모자를 향한 경계를 쉬이 풀지 못하도록 만든다.


어쩌다 겨우 용기를 낸 한 친구가 프랭크의 빨간 털모자를 건네받았지만, 이윽고 바다에서 튀어나온 무시무시한 범고래 때문에 겁에 질린 펭귄들은 곧바로 달아나고 만다. 범고래와 빨간 털모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프랭크의 외침은 도망치는 펭귄들에게 들리지 않는다.


홀로 남은 프랭크는 ‘빨간색’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다양한 색깔의 털실들로 다시 털모자를 뜨기 시작한다. 최고로 멋진 색을 담아 최고로 멋진 털모자를 만들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다른 펭귄들의 인정을 상상하고 기대하면서. 그러나 이미 자신들의 세계를 잠식한 불안 때문에 털모자를 털모자로만 바라보지 못하게 된 펭귄들은 프랭크에게 꽥꽥 소리를 질러댄다. 끔찍한 털모자를 비난하며. 끔찍한 색깔들을 자신들의 세계에 물들인 프랭크를 비난하며.




추운 몸과 마음에 따스한 온기를 전달해줄 털모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환대해줄 이들의 부재 속에서, 프랭크는 슬피 눈물을 흘린다. 그런 프랭크를 바라보며 독자는 자연스레 의문을 품게 된다. 외롭고도 괴로운 프랭크의 외침에 감응할 존재는 정말로 없는 걸까. 흑과 백뿐인 세상에서 흑과 백이 아닌 무언가나 누군가를 향해 ‘네가 좋아’라는 환영의 메시지를 건네줄 친구는 정녕 존재할 수 없는 걸까. 


어쩌면 아니 결국은 그 답을 찾기 위해, 그 답을 확신하기 위해 아이와 어른 모두 그림책을 펼쳐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구도, 환대도, 인정도, 존중도 없는 듯한 매정한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무언가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부정당하거나 폄하되지 않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형형색색의 온기를 자신의 세상에 가득 물들이는 ‘프랭크’와 프랭크의 ‘친구들’(이 친구들의 정체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그들은 함께 다름을 넘어 이음을 연주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놀랍고도 굉장한 노래를 보고 들으며 생각한다. 결국 이 노래가 흘러 가닿을 곳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다른 펭귄들의 빙산일 것이라고. 다름을 향한 불안을 극복하고서 언젠가는 서로가 서로의 ‘친구들’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바닷속 빨간 털실을 어루만진다. 모두를 잇고 품을 준비가 되어있는, 새롭고도 재미난 그 빨간 털실을.



*해당 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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