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워먼트 리더십 - 조직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리더는 무엇이 다른가
프랜시스 프라이.앤 모리스 지음, 김정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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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최선의 집단을 만드는 리더가 되는 법

간만에 책을 통해 다독임 받고 자존감 높아지는 자기계발서였다. 사실 보통의 자기계발서들은 어? 내가 잘못 살고 있었구나? 내가 부족했네? 라든지 혹은 너가 잘못살고 있었지만 이제부터 잘 살면 되지 힘내 ㅠㅠ 라는 식의 당근과 채찍을 주었다면, 이 책은 담임교사로서 현재 나의 모습을 꽤 긍정할 수 있게 해준 자기계발서였다. 담임교사로서의 나는 작은 한 사회의 리더인 셈인데, 10년의 좌충우돌 끝에 내가 꽤 괜찮은 방법을 찾고 꽤 괜찮은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는 기분이라서 왠지 뿌듯하고 행복하게 책을 읽었다.

처음 담임을 맡았을 때 학생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던 점은, 내가 그때는 너무 모든 면에서 미숙함에 불구하고 내가 짊어져야할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부족해서 오히려 독단적인(?) 리더였다는 점이다. 물론 그 미숙함에 열정과 사랑이 가장 넘쳤긴 했지만, 약간 그릇 없이 뜨거운 쇠구슬을 내민 셈이었달까. 다행히도 그때 아이들이 어쩌면 나보다 더 성숙하고 대단한 아이들이어서 그런 앗뜨앗뜨 같은 담임을 잘 견뎌주었기에 지금까지도 인생의 친구들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아주 오래도록 감사하고 살 셈이다. 이후로도 매번 담임을 맡을 때마다, 어쩌면 그렇게 새로운지. 새로운 애들을 맡아서 그렇기도 했지만 좀 더 좋은 담임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를 늘 고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나는 중심에서 배경으로 빠지기,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이룩하기(?)를 목표로 삼고 한 달음에 달려올 수 있는 거리로 한 발짝 떨어져서 한 명도 빠짐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시스템을 짜고 그 운영권을 아이들에게 넘겨주고 지켜보다 도움을 구하러 오면 도와주는 일을 주로 하고 있따. 시간이 지나면 이 방법 또한 다듬어지겠지만, 첫 번째로는 아이들이 이 집단은 안전하다고 느꼈으면 좋겠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이 집단 안에서는 모두가 소속된 존재이며 소중하다고 느꼈으면 좋겠기 때문이며, 세 번째로는 모두가 이 안에서 존중받는다고 느꼈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급을 작은 사회로 구성하고 각자에게 역할을 나누어주며 일단 신뢰하고, 헌신에서 사랑으로, 잘하는 순간 포착하기, 방관에서 사랑으로, 가장 잘하는 일을 가지고 학급에 취업하기(?) 등을 통해 아이들과 매년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것이 문화로 정착하면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서사를 만들어나가게 할 수도 있고, 학급에서 보람차게 유효한 존재로 살게 되기 때문에 학교 적응도도 높아지고 자아 존중감도 높아지는 선순환을 낳는 것을 경험했다. 사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말하는 점들에 매우 공감한다. 또한 나라는 리더를 1년 뒤에 떠나는 아이들이 진급한 학급에서 이 문화를 전파하고 확장하는 전파자가 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기회가 된다면 이를 학교 문화로 확장할 수도 있겠다하는 희망을 보았던 것도 같다.

나는 초임교사 선생님, 담임이 어려운 선생님들께 이 책을 추천해보고 싶다. 그건 내가 교사라서 그런 것이고, 교사가 아니라도 막 리더를 맡아서 뚝딱거리는 사람, 집단의 방향성을 어떻게 정해야할지 모르겠는 사람, 누구 하나 소외시키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모르겠는 사람 등이 읽으면 프로페셔널하지만 동시에 인류애가 넘치는 리더,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에 기여하는 최선의 리더가 되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키워드를 따라가다보면 아 이거였구나? 하고 배우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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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리티 - 재능을 뛰어넘는 악착같은 멘탈의 힘
팀 그로버.샤리 웽크 지음, 서종기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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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리티 #푸른숲 #마라맛멘탈 #마라맛 #멘탈 #최고 #자기계발 #성공 #클리너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한 줄 평 : 최선이 아닌 최고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멘탈 안내서.

이 책은 최선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를 지향하는 사람에 대한 책이다. 안정보다 변화와 모험을, 그래서 적당한 여러 자리 중 하나가 아닌 단 한 자리라도 기꺼이 내 자리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야망을 가진 사람을 위한 책. 책에서는 좋은 인재, 탁월한 인재, 불굴의 승부사를 각각 쿨러, 클로저, 클리너라고 부른다. 사실 셋 다 사회 생활을 적당히 하는 이들에게는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최고'를 지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인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단 한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 끝없는 도전과 자기 수양,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계속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그 어떤 책을 읽으면서보다 치열하게,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을 부딪쳐가며 읽고 나를 다듬은 책 같다. 나의 어떤 면에 이 책이 필요한지, 어떤 면에서는 적당히 변형해 받아들여야할지 같은 것들.

저자는 어디에도 안주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이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인 클리너가 되라고 한다. 농구에서는 마이클조던 같은 존재. 책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김연아 를 떠올리며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생각을 멈추고 최고를 지향하는 본능을 좇으라는 부분에서, "훈련할 때 무슨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시크하게 대답했던 김연아의 인터뷰짤이 생각났다. 확실히 저자가 스포츠맨들을 트레이닝하는 사람이다보니 일단 자꾸만 생각에 머물지 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결과로 답하며 최고의 한 자리를 악착같이 따내서 남에게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타인의 멘탈을 지배할 수 있는 절대자의 자리에 올라야 한다는 말은 설득력이 있다. 사실 운동이 아니더라도 치열한 경쟁의 필드, 이를 테면 교육계로 예들 든다면 최고가 되지 못하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공격당하기 일쑤인 사교육의 필드 같은 곳에서 내 자리를 확보해야만 비로소 안위와 발언권이 확보되는 곳에 들어서는 사람에게는 꽤나 유용한 조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싸가지 없지만 일 잘해서 버릴 수 없는 애가 되게 하고, 유명해져라 그러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를 실현하게 할 멘탈 지향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과 본능을 부정하기보다 그 욕망과 본능에 귀기울이라고, 그것이 끊임없는 성공 중독의 동력이 되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다만 결과지향적이고, 오직 나를 위한 책이다보니까 현재의 나의 위치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나 내가 지향해야할 방향과는 어느 정도 조율할 필요성을 느끼기는 했다. 나는 나를 성공하게 하는 동시에, 남을 길러내야하는 사람이기도 하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인격체들을 전인교육해야하는 주체로서는 이를 나에게 적용할 때와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는 조금 그 방향이 달라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그대로 나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귀기울이는 융통성있는 사람. 그때는 클리너보다 클로저일 수 있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방향을 정하면 엑셀을 밟는 미친 사람이어야하지만 방향을 정하기 전까지는 충분히 생각하면서도 본능과 욕망에 귀기울이고 솔직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

그러나 분명한 메시지는 너무 많은 생각으로 주저하고, 최선에 안주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 타인이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서, 혹은 이미 다른 차원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동경하거나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 그 벽을 넘어야 비로소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감나무 밑에서 입벌리고 떨어지다 앞니 나가는 수가 있다. 감을 먹고 싶으면 감을 따고, 감나무가 없으면 감을 심어야한다. 감나무를 키우는 것은 심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바로 지금부터, 생각을 멈추고 실천하라는 것!

처음에는 다소 급진적이고 극단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악착같이 해내는 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단단해지고 나면 오로지 나의 경쟁자는 나만 남는다는 이야기. 스트레스를 회피하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는 멘탈 트레이닝. 승부욕에 꽂히면 괴로워서 회피하고 안주하느라 내기라면 무조건 피하고 봤던 나에게 승부를 즐기라고 말하는 이야기다.

쓰고 보니 생각났는데, 이 책은 리더가 되는 방법보다는 일등이 되는 방법, 최고가 되는 방법에 가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등이 되어야 리더가 될 수 있는 세계에서는 200%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 일등 아닌 최선의 리더가 되어야 하는 경우에는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 누군가를 길러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부모나 교사)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 본인을 길러내는 입장에서는 스스로를 다잡고 핑계 대지 않으며 스트레스조차 즐기며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는 이야기. 최선의 삶을 표방하며 괜찮아를 말하는 출판 시장에서 독보적으로 최고가 되는 법에 대해 말하는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새로운 도전이 두려워서, 지지부진한 실패들에 지쳐서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운명 탓으로 미뤄왔던 사람들이라면 미루지말고 이 책을 꼭 읽기를,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상황과 현주소를 정확하게 점검하고 새로 출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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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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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하니포터5기_올리앤더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책리뷰 #도서제공

한 줄 평 : 유난하고 유독한.

책 제목인 '올리앤더'는 꽃과 잎, 가지와 줄기까지 모두 독소가 가득한 나무. 만지기만 해도 독이 옮고 잘못 들이마시면 죽을 수도 있는 나무라고 한다. 의대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 클로이의 부모가 아무렇게나 방치한 황량한 뒤뜰에서 지독하게도 계속 꽃을 피우는 유일한 식물. 클로이네는 그 유독한 식물을 키우지도 치우지도 않고 방치한다. 집주인 부부가 잘 관리해두었던 뒤뜰이 다 망가져도 역설적으로 지독하게 꽃을 피워내는 그 식물은 주인공 세 소녀의 위태로움을 보여주는 클리셰였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야했을까. 물론 모두가 행복한 사람들은 소설이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소녀들은 너무나도, 각자의 방식으로 극단적으로 위태로웠다. 어릴 때 유행했던 동요가 생각난다.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해솔과 클로이, 엘리는 상황은 다르지만 어른들로부터 철저하게 버림 받은 아이들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셋의 공통점은 그들이 자기 삶의 주체가 아닌 수단으로 키워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리 낯설지 않은 광경일 수도 있다. 클로이와 엘리는 겉으로는 전혀 달라보이는 모범생과 비행청소년으로 보이지만 결국 부모의 막연한 바람과 로망이 만들어낸 허상을 목표로 어떻게든 길러지느라 정작 알맹이를 방치당했다는 점이 닮았다. 그 와중에 결국은 그나마 안정된 가정을 가지고 있는 클로이와 그렇지 못한 엘리의 길이 예상한 대로 갈리는 것은 좀 답답하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클로이 또한 온전히 부모의 로망으로 자라지는 못할 것이라는 걸 의대를 자퇴한 노아를 통해 보여주는 듯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여전했다.가장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것은 해솔의 서사였다. 해솔 또한 한국에서도 방치되었지만 자신을 다잡고 커온 잡초 같은 아이인데 어머니가 해외유기한 것에 가까운 유학으로 인해 호주까지 쫓겨가서도 야무지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갔다. 그런 해솔이 결국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술과 마약을 접하고, 학업을 그만두겠다는 느닷없는 결심을 하게 하는 것만이, 이 소녀가 모두에게 버림받으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안깐힘을 쓰던 자신을 유기함으로써 미궁의 거친 세계로 무턱대고 자신을 던지게 하는 것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조심스럽지만 나는,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알듯 말듯 잘 모르겠다. 세 소녀의 부모들이 잘못된 양육방식으로 자신의 기대에 아이들을 가둠으로써 오히려 그녀들을 방황하게 했다는 것도 알겠고, 아이들을 그렇게 키워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겠고, 소녀들이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어서 자신이 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고민해보지 못했다는 것도 잘 알겠다. 완전하게 설계된 삶의 성공처럼 보이는 노아의 방황이, 정작 모든 풀이 다 죽어가면서도 지독한 독초인 올리엔더가 더 지독하게 피어도 그런 것따위 둘러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유독한 것을 치워주기보다 광적으로 딸의 미래에 집착하는 클로이 부모의 빗나간 집착이 불러온 결과가 무엇인지도 알겠다. 그런데 그게 꼭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해 위태로운 소녀들의 학업 중단, 술과 마약과 함께여야 하는 이야기였을까. 부모에게조차 버림 받은 소녀가 스스로의 성취를 무너뜨리는 이야기였어야했을까.

삶을 아무리 진지하게 생각해봐도, 17세는 모든 것을 결정하기에 어린 나이다. 30이 넘어도, 40에도 50에도 사람들은 늘 방황하고 진로를 고민한다. 10대가 가장 여리고 처음으로 방황을 겪는 시기는 맞지만 유난하고 유일한 방황기는 아니다. 물론 어려서부터 차곡차곡 건강한 나로 자라면 참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던 청소년들이 술과 마약을 통해서야 비로소 자기 강박을 내려놓고 다소 충동적인 결정을 했다는 것이 진정한 자기 개척의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학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실 교육적으로는 좀 위험한 발상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노아처럼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삶을 짊어질 수 있을 때 자신에 대한 탐구와 고민으로 길을 선회하는 것이 늦은 게 아니라는 게 더 괜찮은 메시지이지 않았을까. 어차피 클로이 부모처럼 집착한다고 다 뜻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노아처럼 20대 초반이 되어서 생각하면 늦어, 그러니까 더 어려서부터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서 뭐든 결정해야함을 종용하는 고교학점제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아무래도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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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문법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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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하니포터5기_복지의문법 #복지의문법 #김용익 ##이창곤 #김태일 #정책 #복지 #사회 #안전망 #보건의료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한 줄 평 : 흩어진 복지의 언어들을 하나의 문법으로 엮어내는 제안서.

국어교사로서 문법을 가르칠 때, 나는 첫 시간에 '책장론'을 설명한다. 책을 많이 보관하고 싶으면 한 개씩 쌓아올리지 말고 책장을 먼저 짜라고. 책장마다 범주를 정하고 쌓인 책들과 잘못 들어간 책들, 그리고 빈 책장을 파악하고 그 사이를 채워나가면 되는 거라고. 문법은 그런 존재다. 재미있는 것은 학교에서는 마치 공식처럼 가르치는 문법이지만 사실은 문법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법이 먼저가 아니라 언어의 사요이 훨씬 먼저였고, 사용되는 언어들의 공통점을 뽑아서 법칙을 만들어낸 것이 문법이기 때문에, 문법에는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구멍구멍마다 학자들의 견해가 다르고, 그 중에서 일부를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수준으로 다듬어서 가르치는 것이 학교 문법이다. 그래서 문법은 사람들의 언어 사용에 따라서 살아 숨쉬듯 움직이고 변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복지에 대한 문법이다. 사회복지정책에 대해 다양한 위치에서 살피고 정책 입안에도 참여했던 실무자와 경제사회와 복지 전문가, 재정 전문가가 만나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심도 있는 제안서를 내놓은 것이다. 국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의 몫이 존재하며, 각자는 자신의 몫을 주장하지만 모든 것이 1순위일 수는 없기에 '나중에'라는 말을 들은 집단은 분개하며 반발한다. 사실 모든 것이 1순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자기 몫을 주장하지 않으면 자기의 순위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 정책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제는 급하고 소중하지만, 결국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의 순위는 자꾸만 밀린다. 그 중 하나가 복지가 아닐까 싶다. 사실 복지는 잘못 운영하면 밑빠진 독이 될 수 있을 만큼 뚫려있는 곳이 많다. 얼추 생각해도 현재 상황으로는 손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아서 어마어마한 예산이 필요할 것만 같고, 그렇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라는 핑계가 통할 것만 같다. 하지만 입벌리고 쳐다보고 있으면 그저 양극화의 간극이 벌어질 뿐이다. 열악한 사람은 더 열악해지고 소수의 사람들만 부유해져서 평균은 올라간다. 그 말끝에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려있고,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고용 안정성, 사회 안전망이라는 단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온다. 단어 하나하나만 봐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는 이 어마어마한 단어들을 엮어서 다듬어 문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복지의 문법'인 것이다.

이 책은 꽤나 희망적이다. 꽤 오래 전부터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사실 헬의 순환고리에 갇혀서 오래도록 고립되면 걸어나갈 방법을 잃는다. 하나만 해결하면 될 줄 알았던 문제가 10가지 100가지 문제들과 엮여있어 망연자실해지고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수의 사람들은 각자 볼 수 있는 만큼만 보고 있기 때문에 단편적인 불만이나 불안, 막연함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사회 안에서 개인들의 삶이 막연해진다는 것은 꽤나 위험한 일이다. 사회 구성원간의 협동, 공동체에 대한 부조의 마음은 개개인의 삶의 여유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나오기가 어렵다. 그런데 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사각지대로 몰려가고 있는 지금, 이대로는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는데 해결책이 뭔지는 잘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제법 설득력있는 공존의 방법에 대해서 논한다. 나와 같은 경제, 사회에 대한 초심자도 이해할 수 있는 깊이로, 차근차근 '국가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을 쓰는 방법인 정책이 문제'라는 문제의식과 함께 현재 우리 나라가 취하고 있는 태도와 방향, 그리고 그것이 나아가야할 지향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설령 저자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자신만의 정책관과 방향을 가지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생각하기 위해서는 한 번쯤 읽어봐야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김승섭 선생님의 책과 시선 좋아한다. 김승섭 선생님의 #아픔이길이되려면 이 비교적 마음을 먼저 공략하고 수치로 설명을 채워넣는 정책 제안서였다면 이 책은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마음보다 머리를 겨냥하는 냉철한 정책 제안서라 비교독서를 추천한다. 결국 지향점은 같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이 괜찮아지기를 , 이를 위해 국가가 국가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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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 없는 삶이라도
김해서 지음 / 세미콜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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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없는삶이라도 #나다운게뭔데 #세미콜론 #알에이치코리아 #에세이 #일상 #낙망 #우울 #희망 #도서제공

한 줄 평 : 오늘도 여전히, 일 분의 기적만 주어지더라도, 답장이 없는 편지를 쓰더라도, 충분히 의미있게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읽는 내내 목젖이 울멍울멍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정말 뜬금없이 #매일을헤엄치는법 이 생각났다. 매일을 헤엄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님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사실 나는 두려워서 진즉에 포기한 영역이다. 나는 스스로 조금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조금이 나를 책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에 창의적인 영역에 나를 내던지는 것을 망설인 채로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안정을 얻지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라는 제목을 한 글자씩 곱씹게 된다. 답장이 없다는 것, 삶 뒤에 조사 이라도를 붙였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라는 말을 목젖으로 울컥하는 것이 올라오지 않도록 막아끼워넣어놓았다는 생각이 드는 잔잔하고 찰랑한 글들.

그녀가 말한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는 어렴풋하게 나의 삶의 모습과도 닮았다. 오랜만에 그녀의 생일을 매개로 안부를 나눈 오랜 친구는 내게 "포기하지 않는 언니 멋져."라고 또 고운 말을 내주었다. 원래도 참 단단하고 고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내가 두려워 미처 걷지 못한 길을 튼튼하고 묵직하게 걸어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지난 주말에 포기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나도 안쓰러워서 앓아 누웠었다. "깜깜한 터널 안에 있는데, 터널이 너무 넓어서 어느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어렴풋한 빛도 보이지를 않아요." 근 몇 년간 내가 가장 많이 한 말과 생각이었던 것 같다. 대상이 미세하게 달라지기는 했지만, 늘 안정적인 고급 세단이 아니라 통영 루지를 불안불안하게 소리지르며 타고 가는 것 같은 그런, 그러나 멈출 수 없는 그런. 그럴 때면 가끔 나이든 내가, "이렇게 될 것을 그때 왜 그렇게 불안해했나 몰라요."라고 30대의 내가 안쓰럽다는 듯이, 아주 평온하게 이야기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왜냐면 아직은 나도, 답장이 오지 않는 삶이라도 아침이 오면 다시 백지를 바라보며 다시 써내려가는 삶을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책 뒤에 써있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지망해온 사람의 낙망에 대한 보고서"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왜냐하면, 그는 나처럼 아직도 지망하고 낙망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하는 사람에게는 답장이 오지 않으면 따져물을수라도 있지, 삶이 내게 답장을 보내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따져 물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보내야만, 언젠가 답장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 이야기. 희망하기 때문에 낙망할 수 있는 이야기. 삶은 사람보다 조금 더 박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답장은 더 귀할 수 있겠지만. 혹은 모르겠다. 그 답장 없음이 답장이라 하더라도, 끊임없는 희망과 낙망을 견디다보면 아마 다른 방향으로라도 답장은 오지 않을까. 신춘문예에서 계속 답을 얻지 못하지만 산문으로 충분히 이뤄내고 있는 작가님처럼.

이 책을 끊임없이, 답장이 오지 않는 삶이라도 지망하고 낙망하며 어느 따스한 아침을 그리며 추운 아침의 공기를 헤치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한 편 한 편 잔잔하고 시적인 언어로, 과정의 삶을 위로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아마 그저 보내기만 하는 삶의 허전함을 어루만져주면서, 한편 어느 날 당신이 삶으로부터 한 통의 답장을 받는다면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선망으로 당신을 안아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므로.


"우리 인생에는 약간의 좋은 일과 많은 나쁜 일이 생긴다. 좋은 일은 그냥 그 자체로 놔둬라. 그리고 나쁜 일은 바꿔라. 더 나은 것으로, 이를테면 시 같은 것으로."
첫장부터 만난 보르헤스의 말은 많은 시의 탄생의 이유를, 그리고 우리 삶의 많은 나쁜 일들의 소용을, 그리고 답장이 없는 삶이라도 계속해서 써나가야할 이유를 알려준다. 그럼으로인해서 우리는 밭은 숨을 뱉으면서라도, 혹은 긴 숨을 몰아쉬는 날이라도 어떤 방법으로든지 살아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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