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최신 신경생물학과 정신의학이 말하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폴 콘티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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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서평단 #도서제공 #폴콘티 #레이디가가 #정신과 #트라우마 #트라우마는어떻게삶을파고드는가 #푸른숲트라우마시리즈 #푸른숲가드너1기


나는 트라우마 생존자이다.

작년 이맘 때 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그놈의 서열관계에 대혼란이 온 남고생들로부터 대차게 사이버불링을 당한 일이 있다. 책을 읽고 나니까 그조차도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유전된 트라우마와 같은 결의 것이 아닐까 싶은데, 말하기도 우스운 사유로(사유는 브런치에...) 사이버 일진들이 한 만행은 학생, 교사에 대한 사이버불링으로 이어졌다.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렸음에 불구하고 학교는 오히려 가해자를 우쭈쭈하는 모양새를 보였고, 가해자들은 내친 김에 교사를 해고해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겠다면서 디씨 야갤에 교사의 신상을 유포하는 일까지 저질렀으나 학교는 여전히 가해자들과 내통해 비위 맞추기에 급급했다. 그 트라우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법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어디 교사가'라는 소릴 들었는지 모른다.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는 이야기도 얼마나 들었는지 모른다. 왜 애들 노는 데에 훼방을 놔서 그꼴을 당했냐는 소리도 들었다. 이렇게나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무지하다.

해당 시기에 화장실 몰카 사건도 발생했는데, 이 사건은 비교적 '증거'에 의해 빠르게 처리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건에 대해서도 '트라우마'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그러니 내 사건에 대해서는 더더욱 트라우마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가해자를 특정하고 연 학생 징계위원회에서, "그래도 선생님은 몰카를 찍히진 않았잖아.", "애 순하게 생겼던데." 같은 소리나 하고 앉아있던 멍청이들에게 "제가 교무실에서 목이라도 매달았어야 제 상처를 아셨겠냐고" 소리치던 나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짠하다. 그 안에서 나는 생존해냈다. 결국 그 학교는 떠나게 되었고, 오히려 행복해졌다. 왜냐하면 그 학교는 아직도 그 꼴이기 때문이다. 저런 말이나 하는 구성원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나를 함부로 대하는 거기에 있었으면 내내 더 나는 불행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 집단을 떠나 따뜻한 공감의 공동체에 와서 치유하며 다시 성장하고 있다. 다행이다.   

길게 내 트라우마를 고백한 이유는,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이겨내온 길에 대한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가 나를 살렸다'라는 레이디 가가의 증언처럼, 폴 콘티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힘을 전파한다.

폴콘티가 담당한 환자들의 공식적인 사망원인과 실질적인 사망원인이 달랐다는 점은 굉장히 유의미하다. 트라우마가 어떻게 사람들을 죽여가는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모습을 감추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시기 때문이다. 이런 트라우마들이 이 책에서 수치심 등을 통해 스스로를 힐난하고 질책하게 하는 과정은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다. 동시에 익히 알아야할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정신과에 와야할 사람이 안 오고 그들에게 폭력 당한 사람이 온다고 하지 않나.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으면 어두운 가풍을 형성해서 2차, 3차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해왔다. 그런데 그것이 내분비계 및 유전정보의 변형을 통해 마치 다른 신체적 질환들처럼 유전되어 태어나지도 않은 후세들의 삶까지도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은 신기하고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어떤 문화권의 문화가 세습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면서 어째서 이런 생각은하지 못했을까? 당연히 한 가정의 문화이자 가풍인데.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렇듯 심리적인 부분을 과학적으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주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또한 그 과학적인 흐름과 치료의 저변에서 '의료보험 시스템'과 함께 '교육의 힘'을 발견해주는 폴콘티와 스테파니의 대화는 뭉클한 감동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게했고, 동시에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 바로 저자가 '시스템'을 지적한 것은 놀랍지만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하구나 싶고, 병원과 학교는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시스템'의 문제 또한 내가 여실히 겪어낸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더 공감할 수 있었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개인보다는 전체를 고려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개인'을 다루는 병원이나 학교에는 일정 정도의 예외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런 융통성이 발휘되지 못한다면 적절한 교육도, 치료도 어려운 순간들이 온다. 그러나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유도 분명할 터, 시스템이 붕괴되면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존재할 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게 되기도 했다.

책을 읽을수록 스스로의 고군분투에 대한 위안을 얻을 수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책이었다. 트라우마 상황에 대한 치료를 결정했을 때, 나는 두려움으로부터 한 발짝 나서야 했다. 거지 같은 가해자들로부터 꼭 그렇게 나서야했냐는 말을 들으면서도 꾸역꾸역 버텼지만, 놀랍게도 버틸수록 자꾸만 내가 무력해지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들이 나를 파괴하게 두지 않겠다는 것이 내가 용기 내어 치료로 나가게 된 첫 걸음이었다. 마침 다행히도 그 길을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과 조언을 주신 분들 덕분에 안전하게 좋은 곳을 소개받아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때까지만해도 내게는 수치심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 큰 위안을 받았다.

바야흐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었든, 혹은 전대에 겪었든 트라우마를 가지고 사는 시대다. 아마도 내게 가해를 했던 학생들도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무서운 일은 그런 트라우마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고, 드러나지 않는 트라우마를 드러나는 다른 차원의 가해 이유로 활용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푸른 숲 도서 중 #트라우마 시리즈 두 번째로 볼 수 있는 이 책과 함께 트라우마 전작 도서를 함께 읽으면(전작은 밀리에도 같이 있다) 좀 더 트라우마라는 것이 비단 보이지 않는 추상적 실체가 아니라 신체적 질병과 같은 하나의 병리현상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치유하여 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단순히 사회 병리현상이구나가 아니라 이 병리현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의 삶을 파괴 해내가는지, 삶에 스며드는지를 면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푸른 숲의 시선은 사랑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느꼈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만큼 더 많은 생각을 함께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수치심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주변을 구하면 세상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나 혼자서가 힘들다면 이 책과 함께. 적어도 나는 나와 나의 소중한 가족들과 사람들, 그리고 아이들을 폴 콘티와 함께 구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 희망이 당신에게도 가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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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 - 돌봄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사이다 힐링
썸머(이현주) 지음 / 북드림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서평단 #나는왜엄마가힘들까 #당신은지나치게애쓰고있어요 #책과이음 #북드림 #책추천 #북스타그램 #도서제공 #강력추천 #가족 #관계 #사람 #이해 #생각 #나 #자기계발 #자기사랑

내가 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질문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럴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이지만 당신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나르시시스트와 코디펜던트 관계 속에 빠져있었다면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필터가 아니라 당신을 길들인 누군가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멀리에 있지 않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연하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당신은 이미 당신의 필터가 아닌 그의 필터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사실을 깨닫거나 받아들이는 데에 꽤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나부터 그렇다. 그래서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를 읽고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를 읽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마 이 책을 두어 번 더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고, 깨어져나갈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책을 읽고 가족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 다만 당신이 스스로 바로설 수 없다면, 당신의 세상인 당신의 가족들 또한 당신의 힘으로 지킬 수 없다. 당신은 세상을 구하러 태어난 것이 아니다. 당신 하나를 지키기도 버겁다. 그러나 당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 당신은 단단한 당신을 중심으로 세상의 멋진 퍼즐 한 조각을 맞출 수가 있다. 당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타인을 어떻게 하려는 것보다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국 그것을 말하고 있다. 다만 단순한 이치지만 그걸 깨닫기까지는 지난한 여정이 필요하다. 왜냐면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이 당신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소름돋지 않는가. 그 이야기를 이 두 권의 책에서는 쉽고 자세하게, 단계적으로 활동을 곁들여 풀어준다. 책을 읽다가 좀 더 알고 싶다면 저자의 유튜브 채널 #사이다힐링 을 함께 보면 좋다.

시작은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가 궁금해서였지만, 막상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를 먼저 집어 들어 읽게 되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출간 순서대로 본다면 반대고, 많은 성인이 되었지만 심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이(특히 딸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제목이기 때문에 전자가 좀 더 확 와닿겠지만, 저자의 생각의 흐름대로를 생각해보면 전자가 조금 더 날것이고, 후자는 조금 더 일반론에 가깝다. 그래서 후자를 먼저 읽고 전자를 읽으면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접하게 되어 이해가 빨리 된다. 반대로 읽는다면 어쩌면 전자에서 다가오는 날것의 충격으로 후자를 읽지 않게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이 두 권을 함께 읽되 후자를 먼저 읽을 것을 추천한다. (두 권을 함께 보내주신 썸머님의 큰 뜻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책들처럼 서평 쓰는 것에 큰 용기가 필요했던 서평이 없었다. 왜냐면 스스로의 생각이 재정립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한참 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적는 것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적어나간다. 어차피 평생을 겪어야하는 과정이 될지도 모르니까.

이 책 두 권은
1. 꼭 둘다 읽고
2.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읽었으면 좋겠는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철저한 자기 반성과 고백을 통한 연구로 자신을 치유하고 찾아나간 한 사람의 여정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챗바퀴를 멈춰줄 수도 있는 열쇠다.

늘 궁금했다. 왜 우리 엄마는 나를 어느 때는 엄청난 사람인 것처럼 말했다가, 어느 때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처럼 비난할까. 왜 우리 아빠는 나를 조건없이 사랑해주지 않을까(오히려 나의 성취에 실망하거나 내게 받은 상처를 쌓아두고 드러낼까). 그러면서도 왜 나를 내려놓지(독립시키지) 못할까. 그런데 반대로도 그런 것들이 성립하는 것도 같고, 다른 가정은 그렇지 않을까. 그런 의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하나씩 드러난다. 아, 내가 이런 역할을 맡고 있었구나, 근데 한 가지 역할이 아니었네? 아 이래서 나의 가정 내 관계, 사회적 관계가 이렇게 형성되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우리 집도 그런 것 같은가? 그러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 집은 아닌 것 같은가? 그럴 리가 없어보이는가? 그럼 꼭 더 읽어보기를 바란다. '정상적'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고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위험한 말이지만, 유교랜드의 '~다운'삶을 살아온 우리에게 완벽한 '정상적'가정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든 크든, 우리는 애매한 그라데이션의 관계성 어드매에 서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유교랜드인 우리 나라의 가족 관계 속에 살아온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상한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겠지만, 주관적으로 보면 그게 참 힘들다는 것도 알 것이다. 약간 객관적으로 봤었던 관계에서 나는 외할머니도 친할머니도 나르시시스트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을까하고 조심스레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래왔다. 이런 서정주 같은 고백을 하지만, 정작 나는 아직은 우리 가족에 있어서는 상대가 나르시시스트였다기보다는 코디펜던트 집단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한 발짝 물러서게 된다. 서사를 알고 있고, 또 그것을 대물림할 수도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대물림할 자식들이 없기는 하지만, 나의 성향이 내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에게는, 학교 아이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매, 반성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또 스스로 잘 변화해오고 있었던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혈기 왕성하던 나는 반 아이들에게 자꾸 규율을 주려고 했고 보상을 주려고 했다. 지금도 사실 그 중도는 모르겠다. 열심히 사는 아이들에 대한 보상은 필요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요즘은 무조건적으로 내 반 아이들을 사랑해보려고 노력중이다. 물론 올해 아이들이 유독 더 예뻐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토록 이 책들은 가족뿐 아니라 모든 사회 관계에서 나의 위치를 점검하고, 나와 관계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다. 아마도 자기도 모르게 나르시시스트가 되고, 코디펜던트가 되며 그것들이 사회적 규약에 따라, 특히 유교랜드인 우리 나라에서 '부모의', '자식의', '엄마의',' 아빠의' 지위에 따른 역할이 강요되면서, 혹은 덕목들이 뒤집어씌워지면서 이런 비극들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었다. 또한 유독 왜 엄마가 힘들까 같은 말이 생기는 이유는 수많은 여성들이 그간 가정을, 육아를, 심지어 남편을 육아하는 위치에 있기까지 강요당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마음이 씁쓸했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런 덕목을 내재했어야 했기 때문에. 사실은 그래서 우리 나라의 사회 구조가, 유교적인 고정 역할이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물론 그렇게까지 가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기 전에 '나'를 돌아봐야한다는 작가님의 충고는 잊지 말아야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아닌가. 나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없으면 남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조금 다행히도 나는 어려서부터 내게 들어오는 비난들을 조금은 튕겨낼 줄 아는 사람이었던 거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왜?하고 계속 생각했고, 내가 냉정하거나 이기적이라는 말은 도통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또 간여지동답게 한고집 해서 그렇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내가 스스로 원하는 만큼의 사회적 성취도, 독립도 이뤄내지 못한 탓에 조금은 반 강제로 기대치를 낮춘(?!) 부분이 있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수월했다.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을 공감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님의 말대로 '대차게 무너질 일'을 겪은 뒤다보니 스스로를 돌아보고 추스르는 기간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이 책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될 정도로 마음에 깊이 꽂혔다. 앞으로 몇 번 더 읽어가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데에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 같다. 만약 본인이 그렇지 않으면 조금의 혼란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각자는 모두 하나의 우주이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그 우주가 무너진다. 스스로의 우주가 남의 것은 아닌지, 그 우주는 나의 우주인지 한 번쯤 돌아보고 타인만의 히어로가 아니라 자신의 우주를 지켜내는 진정한 슈퍼히어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첫 한 걸음을 떼는 용기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족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물론 심각하면 끊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당신이 스스로 바로설 수 없다면, 당신의 우주 또한 늘 위태롭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생각한다. 나는 어제도 그제도 똑같은 화장품을 두 개씩 샀다. 30대 후반의 나이까지 캥거루로 담겨있는 입장에서 집세도 안 내고 눌러 앉았으니 이 정도는 홉스의 사회계약론마냥 좀 사드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직 갈 길도 멀고, 받아들이기도 제각각이겠지만 현 시점 나의 상황을 체크해볼 수 있는 지침서처럼, 잘못 돌아가고 있는 챗바퀴는 멈출 수 있도록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첫 발을 떼기 위한 동지로 이 책과 함께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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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 - 나르시시스트 엄마에게 고통받는 딸을 위한 정서적 독립 프로젝트
썸머(이현주) 지음 / 책과이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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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질문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럴 수 있다. 당신은 당신이지만 당신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나르시시스트와 코디펜던트 관계 속에 빠져있었다면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필터가 아니라 당신을 길들인 누군가의 필터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멀리에 있지 않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연하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당신은 이미 당신의 필터가 아닌 그의 필터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 사실을 깨닫거나 받아들이는 데에 꽤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나부터 그렇다. 그래서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를 읽고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를 읽으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아마 이 책을 두어 번 더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고, 깨어져나갈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책을 읽고 가족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 다만 당신이 스스로 바로설 수 없다면, 당신의 세상인 당신의 가족들 또한 당신의 힘으로 지킬 수 없다. 당신은 세상을 구하러 태어난 것이 아니다. 당신 하나를 지키기도 버겁다. 그러나 당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 당신은 단단한 당신을 중심으로 세상의 멋진 퍼즐 한 조각을 맞출 수가 있다. 당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타인을 어떻게 하려는 것보다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결국 그것을 말하고 있다. 다만 단순한 이치지만 그걸 깨닫기까지는 지난한 여정이 필요하다. 왜냐면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이 당신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소름돋지 않는가. 그 이야기를 이 두 권의 책에서는 쉽고 자세하게, 단계적으로 활동을 곁들여 풀어준다. 책을 읽다가 좀 더 알고 싶다면 저자의 유튜브 채널 #사이다힐링 을 함께 보면 좋다.

시작은 '나는 왜 엄마가 힘들까'가 궁금해서였지만, 막상 '당신은 지나치게 애쓰고 있어요'를 먼저 집어 들어 읽게 되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출간 순서대로 본다면 반대고, 많은 성인이 되었지만 심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이(특히 딸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제목이기 때문에 전자가 좀 더 확 와닿겠지만, 저자의 생각의 흐름대로를 생각해보면 전자가 조금 더 날것이고, 후자는 조금 더 일반론에 가깝다. 그래서 후자를 먼저 읽고 전자를 읽으면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접하게 되어 이해가 빨리 된다. 반대로 읽는다면 어쩌면 전자에서 다가오는 날것의 충격으로 후자를 읽지 않게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이 두 권을 함께 읽되 후자를 먼저 읽을 것을 추천한다. (두 권을 함께 보내주신 썸머님의 큰 뜻이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이 책들처럼 서평 쓰는 것에 큰 용기가 필요했던 서평이 없었다. 왜냐면 스스로의 생각이 재정립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한참 걸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적는 것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적어나간다. 어차피 평생을 겪어야하는 과정이 될지도 모르니까.

이 책 두 권은
1. 꼭 둘다 읽고
2.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읽었으면 좋겠는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철저한 자기 반성과 고백을 통한 연구로 자신을 치유하고 찾아나간 한 사람의 여정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챗바퀴를 멈춰줄 수도 있는 열쇠다.

늘 궁금했다. 왜 우리 엄마는 나를 어느 때는 엄청난 사람인 것처럼 말했다가, 어느 때는 아무 것도 아닌 사람처럼 비난할까. 왜 우리 아빠는 나를 조건없이 사랑해주지 않을까(오히려 나의 성취에 실망하거나 내게 받은 상처를 쌓아두고 드러낼까). 그러면서도 왜 나를 내려놓지(독립시키지) 못할까. 그런데 반대로도 그런 것들이 성립하는 것도 같고, 다른 가정은 그렇지 않을까. 그런 의문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는 하나씩 드러난다. 아, 내가 이런 역할을 맡고 있었구나, 근데 한 가지 역할이 아니었네? 아 이래서 나의 가정 내 관계, 사회적 관계가 이렇게 형성되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다. 우리 집도 그런 것 같은가? 그러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런데 우리 집은 아닌 것 같은가? 그럴 리가 없어보이는가? 그럼 꼭 더 읽어보기를 바란다. '정상적'이라는 말은 좀 이상하고 주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위험한 말이지만, 유교랜드의 '~다운'삶을 살아온 우리에게 완벽한 '정상적'가정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든 크든, 우리는 애매한 그라데이션의 관계성 어드매에 서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유교랜드인 우리 나라의 가족 관계 속에 살아온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상한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겠지만, 주관적으로 보면 그게 참 힘들다는 것도 알 것이다. 약간 객관적으로 봤었던 관계에서 나는 외할머니도 친할머니도 나르시시스트 같은 사람들이 아니었을까하고 조심스레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래왔다. 이런 서정주 같은 고백을 하지만, 정작 나는 아직은 우리 가족에 있어서는 상대가 나르시시스트였다기보다는 코디펜던트 집단이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한 발짝 물러서게 된다. 서사를 알고 있고, 또 그것을 대물림할 수도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대물림할 자식들이 없기는 하지만, 나의 성향이 내가 가르치는 반 아이들에게는, 학교 아이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매, 반성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 또 스스로 잘 변화해오고 있었던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혈기 왕성하던 나는 반 아이들에게 자꾸 규율을 주려고 했고 보상을 주려고 했다. 지금도 사실 그 중도는 모르겠다. 열심히 사는 아이들에 대한 보상은 필요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근데 요즘은 무조건적으로 내 반 아이들을 사랑해보려고 노력중이다. 물론 올해 아이들이 유독 더 예뻐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토록 이 책들은 가족뿐 아니라 모든 사회 관계에서 나의 위치를 점검하고, 나와 관계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다. 아마도 자기도 모르게 나르시시스트가 되고, 코디펜던트가 되며 그것들이 사회적 규약에 따라, 특히 유교랜드인 우리 나라에서 '부모의', '자식의', '엄마의',' 아빠의' 지위에 따른 역할이 강요되면서, 혹은 덕목들이 뒤집어씌워지면서 이런 비극들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었다. 또한 유독 왜 엄마가 힘들까 같은 말이 생기는 이유는 수많은 여성들이 그간 가정을, 육아를, 심지어 남편을 육아하는 위치에 있기까지 강요당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마음이 씁쓸했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런 덕목을 내재했어야 했기 때문에. 사실은 그래서 우리 나라의 사회 구조가, 유교적인 고정 역할이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물론 그렇게까지 가고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기 전에 '나'를 돌아봐야한다는 작가님의 충고는 잊지 말아야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아닌가. 나 스스로를 바로 세울 수 없으면 남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조금 다행히도 나는 어려서부터 내게 들어오는 비난들을 조금은 튕겨낼 줄 아는 사람이었던 거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왜?하고 계속 생각했고, 내가 냉정하거나 이기적이라는 말은 도통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또 간여지동답게 한고집 해서 그렇기도 하고, 어느 정도는 내가 스스로 원하는 만큼의 사회적 성취도, 독립도 이뤄내지 못한 탓에 조금은 반 강제로 기대치를 낮춘(?!) 부분이 있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수월했다.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을 공감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가님의 말대로 '대차게 무너질 일'을 겪은 뒤다보니 스스로를 돌아보고 추스르는 기간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더, 이 책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될 정도로 마음에 깊이 꽂혔다. 앞으로 몇 번 더 읽어가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데에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 같다. 만약 본인이 그렇지 않으면 조금의 혼란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각자는 모두 하나의 우주이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면 그 우주가 무너진다. 스스로의 우주가 남의 것은 아닌지, 그 우주는 나의 우주인지 한 번쯤 돌아보고 타인만의 히어로가 아니라 자신의 우주를 지켜내는 진정한 슈퍼히어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첫 한 걸음을 떼는 용기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족과의 관계를 끊으라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물론 심각하면 끊어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당신이 스스로 바로설 수 없다면, 당신의 우주 또한 늘 위태롭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생각한다. 나는 어제도 그제도 똑같은 화장품을 두 개씩 샀다. 30대 후반의 나이까지 캥거루로 담겨있는 입장에서 집세도 안 내고 눌러 앉았으니 이 정도는 홉스의 사회계약론마냥 좀 사드려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직 갈 길도 멀고, 받아들이기도 제각각이겠지만 현 시점 나의 상황을 체크해볼 수 있는 지침서처럼, 잘못 돌아가고 있는 챗바퀴는 멈출 수 있도록 해주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첫 발을 떼기 위한 동지로 이 책과 함께해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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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천재다 - 사피엔스의 동반자가 알려주는 다정함의 과학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김한영 옮김 / 디플롯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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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천재다 #디플롯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버네사우즈 #브라이언헤어 #서평단 #책추천 #북스타그램 #자연과학 #애견인 #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다소 난해한 의미 같은 이 말의 뜻은 프랑스어 L`heure entre chien et loup에서 유래된 말로 직역하면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의역하면 '모호한 경계'라는 뜻이다. 빛과 어둠이 뒤섞여서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에 사물의 윤곽이 흐려지고 저 멀리서 어슬렁거리면서 다가오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문득 이청준의 '소문의 벽'이 생각기도 하는 의미이다.

개와 늑대는 그 정도로 뿌리가 같고, 닮아있다. 그런 개와 늑대가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은 인간에 대한 친밀감, 즉 다정함을 통한 자기 가축화로 인한 변화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손에 꼽는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다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동물의 진화를 통해 보는 인류의 진화'에 포인트를 두었다면, 이 책에서는 온전히 '동물의 진화 과정과 그 이유, 그리고 흔적'에 포인트를 두어 결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익숙함을, 어떤 면에서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에서 인류를 살아남게 한 '#다정함' 혹은 '#배타성'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면, #개는천재다 를 통해서는 생명을 보는 더 넓은 시각과 동시에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관대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개는 천재다'라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다만 여기서의 '천재성'이라는 개념은 책 서두에 드러나있듯이 모든 면에서의 천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동물에게는 어떤 천재성이 있을 수 있다는 식의 가드너의 다중 지능 이론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그 중에서도 개에게 있는 천재성은 인간과의 교류 능력이다. 굳이 말하면 IQ도 그렇지만 EQ가 높은 동물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개는 인간과 협력적으로 의사소통하며, 목소리를 달리해서 자신들끼리도 의사소통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는 문득 생각했다. 최근에 우리는 기술의 발달로 애완동물들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그런 기계가 출시되어서 큰 인기를 끌었었다.) 그런 부분에서도 분명 개들은 자신들끼리도, 혹은 인간과도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그런데 인간들은 애완견에게 왕왕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수술을 하거나 그런 장치를 씌우고, 빈번하게 중성화 수술을 감행한다. 물론 함께 살기 위해서 선택하는 차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개를 유아에 가까운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생각할 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너무 잔인한 일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당했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었다.(물론 반려견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수도 있지만 입장을 바꿔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개들과 그렇게 공존하는 것은 너무나도 영민한 개라는 존재에게 너무나도 일방적인 고통을 주는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는 사람을 사랑하는데 말이다.

타고난 E'N'FP인 나는 어제 콩 한 알을 밟았다가 콩 한 알의 꿈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늘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는 개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만 실험이 계속되는 구성이다보니 내가 개를 키우고 있었거나 혹은 이과적인 사고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면 좀 더 쉽게 책을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책읽고 나눔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출판사 #디플롯 의 리뷰를 대충 쓰고 싶지도 않았지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은 입장에서 하나하나 비교해 따져읽느라고 조금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고백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나 이 책의 매력은 추상적으로 가지고 있던 감정으로 오해하며 살아왔을 법한 감정인 줄 알았던 것들을 과학적 실체로 환원해 증명해보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인류애를, 더 나아가 생명애를 갖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약간의 걸림돌은 직역되어있어서 종종 다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인데 많이 많이 팔려서 2쇄에서는 조금 더 다듬어진 말들로 출간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들은 마지막에 몰려있는 컬러 페이지들의 개들 사진에서 스르륵 녹아버린다. 특히나 10장, 11장에서는 좀 더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서 좀 더 편안하게 읽기를 마무리하며 내가 생각해볼 문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 또한 많이들 언급한 것처럼 책의 전면 디자인이나 편집이 너무 예쁘고 눈이 편안하고 가벼운 종이로 만들어진 책 편집은 소장욕구를 막 불러 일으키기도 했으며, 책을 읽기 좋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평소 개를 사랑하는 애견인들에게는 물론이지만, 개나 애견인들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사람들에게 더욱 이 책을 추천한다. 그러면 당신도 아마, 받아들이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개는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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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자존감 수업 - 외모에 예민한 당신을 위한 심리 기술과 실천법
부운주 지음 / 그래도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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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영혼의 그릇인 몸에 담겨있다. 몸은 대체로 유전자로 이루어진 랜덤뽑기기 때문에 유전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형제자매간에도 꽤 다른 형태를 이루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그릇에 만족하고, 어떤 사람은 불만족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디에나 완벽은 없듯이, 그릇 전체의 모양보다 작은 흠에 집중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생각보다 놀라울 정도로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꽤 필요하다. 그리고 속한 집단도 약간의 영향을 준다. 유독 남에게 관심이 많은 집단도 있게 마련이고, 그런 나이대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그릇의 모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그릇 전체를 보기보다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그릇의 흠에 집중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며, 좀 더 그릇을 아름답게 꾸미거나 관리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과 관심을 쓴다.

완벽은 흠없는 유리구슬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물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그 흠 없음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유리구슬에는 필연적으로 흠이 생긴다. 사람은 완벽할 수가 없다. 흠 없이 살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흠을 받아들이며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 사람이 아닐까.

외모가 예쁘면 자존감이 높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또한 상대적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외모 프리미엄'은 존재한다. 그러나 극복할 방법은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존재한다. 좋은 향을 나게 하거나 혹은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 바로잡을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또한 비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 같지만 저자는 좀 더 구체적으로, 뇌과학적인 근거를 아주 쉽게 들어가며 '시각화'시켜 구체적으로 스스로를 설득하도록 한다. 워낙 언어가 쉬워서 학생들과 읽기에도 적절하고, 마치 한 편의 강연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 생각할 때, 외모 프리미엄이라는 것도 그런데 결국은 외모 자존감에 도움은 안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외모 프리미엄이라는 것도 타인의 평가로부터 오는 것인데,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결국 우리가 노화를 받아들여야함을 이야기한다. 외모 프리미엄을 한껏 받았던 사람들은 그 프리미엄을 유지해야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늘도 성형외과와 피부과는 성행중일 것이다. 더불어 정신과도. 그래서 요즘 의사들의 지원 순위가 피안성에서 정신과까지로 확장되었다고 들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외모 자존감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릇에서 멘탈로 근본적인 무게가 옮겨갔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그릇을 바꾸기보다 그릇을 받아들이는 스스로의 마음을 정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님이 예시로 자주 드는 '내 아이디는 강남 미인'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던 것인데, 사실 몰라도 꽤 자세히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 알았다면 좀 더 아 맞아! 하고 읽었을 것 같다. 이처럼 트랜디한 설명 예시('카페인'이라는 신조어도 배워간다)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기 참 좋겠다 싶었다. 유의사항은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는 책 초반부에 있는 '내 몸은 나의 공동 운명체'라는 점을 꼭! 주지시켜주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22페이지에서 본 '외부와의 관계에만 너무 신경 쓴 탓일까. 정작 운명 공동체인 몸과는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몸과의 불협화음은 외부갈등보다도 당사자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 가족이나 연인을 포함한 타인과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함께하는 시간보다 그렇지 못한 시간이 더 많지만 몸과는 단 한 시도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부분을 보면서는 충격에 가까운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랬다. 농담처럼 약정 끝난 휴대폰처럼 고장난 몸도 평생을 써야한다고 하면서 그 것을 왜 언어로 만나니 새삼 충격적이었을까. 이 책의 역할은 거기에도 크게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 자존감에 대한 정말 다양한 사례에 대한 연구와 사례가 있는 만큼, 외모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사람들은 어?이것도 내 단점이었네?하고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심스레 들었다. 그래서 반드시 1차시는 정독을 하고, 2차시부터는 차례대로 읽을 필요 없이 내가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서 자꾸자꾸 읽을 수 있게 옆에 두면 참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학교 선생님이 추천하는 책인지 알 것 같은, 학교 선생님도 친한 언니에게 듣듯이 강의를 듣고 전해줄 수 있는 좋은 책 '외모 자존감 수업'. 나도 모르게 외모 자존감을 공격받으며 사는 현대의 우리에게, 특히 놀랍도록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아직 모를 청소년들에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그러나 저자의 깊은 공감과 극복으로부터 온 따뜻한 단계별 솔루션을 제공하는 좋은 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평단 #도서제공 #그래도봄 #외모자존감수업 #부운주 #서평 #북스타그램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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