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앤더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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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유난하고 유독한.

책 제목인 '올리앤더'는 꽃과 잎, 가지와 줄기까지 모두 독소가 가득한 나무. 만지기만 해도 독이 옮고 잘못 들이마시면 죽을 수도 있는 나무라고 한다. 의대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 클로이의 부모가 아무렇게나 방치한 황량한 뒤뜰에서 지독하게도 계속 꽃을 피우는 유일한 식물. 클로이네는 그 유독한 식물을 키우지도 치우지도 않고 방치한다. 집주인 부부가 잘 관리해두었던 뒤뜰이 다 망가져도 역설적으로 지독하게 꽃을 피워내는 그 식물은 주인공 세 소녀의 위태로움을 보여주는 클리셰였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야했을까. 물론 모두가 행복한 사람들은 소설이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소녀들은 너무나도, 각자의 방식으로 극단적으로 위태로웠다. 어릴 때 유행했던 동요가 생각난다.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해솔과 클로이, 엘리는 상황은 다르지만 어른들로부터 철저하게 버림 받은 아이들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셋의 공통점은 그들이 자기 삶의 주체가 아닌 수단으로 키워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리 낯설지 않은 광경일 수도 있다. 클로이와 엘리는 겉으로는 전혀 달라보이는 모범생과 비행청소년으로 보이지만 결국 부모의 막연한 바람과 로망이 만들어낸 허상을 목표로 어떻게든 길러지느라 정작 알맹이를 방치당했다는 점이 닮았다. 그 와중에 결국은 그나마 안정된 가정을 가지고 있는 클로이와 그렇지 못한 엘리의 길이 예상한 대로 갈리는 것은 좀 답답하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클로이 또한 온전히 부모의 로망으로 자라지는 못할 것이라는 걸 의대를 자퇴한 노아를 통해 보여주는 듯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여전했다.가장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것은 해솔의 서사였다. 해솔 또한 한국에서도 방치되었지만 자신을 다잡고 커온 잡초 같은 아이인데 어머니가 해외유기한 것에 가까운 유학으로 인해 호주까지 쫓겨가서도 야무지게 자기 삶을 개척해나갔다. 그런 해솔이 결국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술과 마약을 접하고, 학업을 그만두겠다는 느닷없는 결심을 하게 하는 것만이, 이 소녀가 모두에게 버림받으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안깐힘을 쓰던 자신을 유기함으로써 미궁의 거친 세계로 무턱대고 자신을 던지게 하는 것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조심스럽지만 나는,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알듯 말듯 잘 모르겠다. 세 소녀의 부모들이 잘못된 양육방식으로 자신의 기대에 아이들을 가둠으로써 오히려 그녀들을 방황하게 했다는 것도 알겠고, 아이들을 그렇게 키워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겠고, 소녀들이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되어서 자신이 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고민해보지 못했다는 것도 잘 알겠다. 완전하게 설계된 삶의 성공처럼 보이는 노아의 방황이, 정작 모든 풀이 다 죽어가면서도 지독한 독초인 올리엔더가 더 지독하게 피어도 그런 것따위 둘러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유독한 것을 치워주기보다 광적으로 딸의 미래에 집착하는 클로이 부모의 빗나간 집착이 불러온 결과가 무엇인지도 알겠다. 그런데 그게 꼭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해 위태로운 소녀들의 학업 중단, 술과 마약과 함께여야 하는 이야기였을까. 부모에게조차 버림 받은 소녀가 스스로의 성취를 무너뜨리는 이야기였어야했을까.

삶을 아무리 진지하게 생각해봐도, 17세는 모든 것을 결정하기에 어린 나이다. 30이 넘어도, 40에도 50에도 사람들은 늘 방황하고 진로를 고민한다. 10대가 가장 여리고 처음으로 방황을 겪는 시기는 맞지만 유난하고 유일한 방황기는 아니다. 물론 어려서부터 차곡차곡 건강한 나로 자라면 참 좋겠지만 그러지 못했던 청소년들이 술과 마약을 통해서야 비로소 자기 강박을 내려놓고 다소 충동적인 결정을 했다는 것이 진정한 자기 개척의 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학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실 교육적으로는 좀 위험한 발상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노아처럼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삶을 짊어질 수 있을 때 자신에 대한 탐구와 고민으로 길을 선회하는 것이 늦은 게 아니라는 게 더 괜찮은 메시지이지 않았을까. 어차피 클로이 부모처럼 집착한다고 다 뜻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노아처럼 20대 초반이 되어서 생각하면 늦어, 그러니까 더 어려서부터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서 뭐든 결정해야함을 종용하는 고교학점제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아무래도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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