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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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트 #하니포터5기 #하니포터5기_유대인발명된신화 #역사 #사회학 #인류학 #종교 #차별 #배제 #도서제공

한 줄 평 : 신화라는 허상에 대한 3자적 고찰

국어를 어떻게 더 재밌게 가르칠까를 10년쯤 염두에 두고 보다보니까, 문학과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나의 삶과 남의 삶이 묘하게 오버랩될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대체로의 신화는 일종의 '사기극'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대체로의 건국신화는 '난놈'인 누군가가 대체로의 평범한 사람들을 속여서 집단을 일구어낸 성공기고, 그것은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지금의 숱한 기업과 개인의 성공신화들에서도 보여지는 모습이다. 물론 많은 신화들이 시도한 대로 다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실패와 함께 공중분해되는 것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살아남은 신화는 더 강하게 빛을 발한다. 숱한 시도와 공중분해된 많은 이야기들이 흡수된 신화는 그 성공자의 성공을 가히 신의 경지에 올려주기 때문이다.

건국신화와 다른 점이라면 나라보다는 좀 더 빠르게 망하기 쉬운 기업과 개인이 가끔 그 과정에서 파멸하며 보이는 신화의 허상이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신화는 어떤 대상을 신격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그 대상을 신격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희생을 감내한다. 누군가는 그 신화의 주인공에게 패배한 채로 박제당하고, 그러므로 신격화된 이 존재의 반대편에 서게 된다면 다음 타자는 너라는 메시지로 듣는 이를 압박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격화된 존재의 뒤에 줄을 서는 사람에게는 '선민의식'이라는 편익이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의 좋은 점은 결속이고, 나쁜 점은 배타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신전을 지켜내야만 자신의 세계관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들은 왕왕 세계관의 충돌을 일으키고 허상에 목을 매달고 싸운다. 그래서 신화는 어쩌면 사회적 동물로 타고난 유약한 인간들이 운명적으로 자신을 의탁하게 된 집단을 자신이 의존할 만한 집단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열망들이 일구어낸 희극과 비극의 씨앗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종교와도 일면 비슷한 면이 있다. 종교는 신화를 유지하게 하는 의식이자, 전술한 사람들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도구다. 그래서 종교는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더욱 강력하게 배타적인 속성을 보임으로써 신화를 지키기 위한 희생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 작은 땅덩이 안에서도 끊임없이, 종교와 신화가 생겨나고 그들이 충돌하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니 신화와 종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속성과 문제점에 대해서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어야지만 자기도 모르게 말초신경까지 장악당해서 저지르는 배타와 혐오를 지성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사실 스스로의 근간인 신화를 스스로 파헤치고 그 참혹한 민낯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인간은 썩 쿨한 존재는 못되지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지독하게 본국을 욕하고 해외로 도망가도 그 안에서는 같은 나라 사람을 보면 왠지 반가운 게 사람이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신화는 인류 보편의 산물이기에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지만 아주 멀지 않은 곳에 있고, 그 민낯과 폐혜가 낱낱이 보이는 대상의 신화와 그 뿌리를 객관적인 거리에서 냉철하게 파헤쳐볼 수 있다면 적어도 신화가 '발명된'것임을 받아들이고, 그 실체를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도구를 갖추는 데는 성공하지 않을까?

그런 과정에 입문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기묘하게 핍박받는 민족이자 지적 우월성을 가진 민족이라는 공통점을 가져서인지 친숙한 유대인의 이야기와 역시 친숙한 기독교의 세계가 만들어낸 시오니즘이 완성해낸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말한다. 유대인은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현재 가해자이기도 하다. 시집살이 빡세게한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집살이 빡세게 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처럼. 그런 과정을 역사, 철학, 사회적 배경을 토대로 깊이있게 분석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남의 일이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면서도 부족한 기반 지식은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한 세계의 신화가 만들어낸 인간사의 단면을 통해서, 조작되고 발명된 신화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인간들이 자행하는 차별과 배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두께가 좀 있지만 짧고 쉽고 재미있는 서술이라 금방 읽힌다.

속절없이 신화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닌 본질을 잡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신화의 본질에 한 발짝 다가서고 이를 해체할 수 있는 지성인으로 거듭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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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프린트 - 이기적 인간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가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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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프린트 #부키 #니컬러스A크리스타키스 #책추천 #베스트셀러 #정재승 #역사 #과학 #도서제공

한 줄 평 :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으며, 앞으로 어떤 우리가 될 것인가에 대한 가장 읽기 쉬운 안내서

이 책은 화제의 도서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류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다. 두 책의 공통점은 '우정과 환대의 사회'를 지향하는 다정함을 도출하기 위한 여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한 연구자의 연구일지처럼 귀납적인 실험들로 결론을 도출해나간다면, '블루프린트'는 마치 옴니버스식 구성의 극대본을 보듯이 각 장마다의 소주제에 맞는 짧은 글들이 이어져 읽기 편하고, 해당 글 단독으로도 가치가 있으면서도 그 글들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어서 앞의 글을 보고 생길 수 있는 의문을 어떻게 알고 뒤에서 글로 풀어두었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낸다는 것이다. 이 연결고리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인간이 어떻게/왜 사회를 만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는지, 결국 어느 방향을 어떻게 지향해나가야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낼 수 있다.

일단 700페이지 가까운 분량에서 1차 압박을 느낄 수 있지만, 그래서 미리 말하자면 본 분량은 500페이지 정도다. 다시 말해서 200페이지에 달하는 참고문헌이 동원된 방대한 량의 보고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적으로 내용이 쉽고 짧은 글이 잘 구성된 모양새이고, 2차적으로 번역이 깔끔하게 잘 되어서 금방 호로록 읽힌다.

'블루프린트'는 1부에서 인간, 사회, 공동체를 주제로 각각의 본질을 밝히고, 연구로든 실험으로든 도출해낼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의 모습을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두고 타진한 다음 2부에서 사랑, 우정, 관계의 유형, 이유, 진화를 다루고 3부에서 이를 토대로 유전자, 문화, 진화에 대해서 풀어나가는 구조로 입체적인 나선형 구조로 1부에서는 '내가 지금부터 다루고자 하는 것은 이것', 2부에서는 '우리의 입체적 모습은 이것', 3부에서는 '그래서 우리가 갈 방향은 이것' 이라는 구성으로 논의를 확장해나간다. 인간 본성 속 사회적 형질이라는 본질적 주제에서 출발하여 좋은 사회로 자연스럽게 갈 수 있고 가고 있다는 믿음까지를 인문학, 인류학, 역사학, 철학, 과학을 망라하여 근거 있고 쉽게 풀어준다.

그래서 이 책은 고등학생 이상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나 메마르고 비틀려가는 사회가 걱정되고, 인류애가 많이 떨어졌는데 그걸 근거있게 채워나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서 수능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과학뿐 아니라 사회학, 인문학, 인류학, 과학을 기반으로 한 적절한 수준과 길이의 지문 읽기 제재로도 일정 분량씩 꾸준히 읽어나가보기를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글들의 모음이며 더 나아가 그렇게 읽다보면 어느새 근거 있는 희망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글이기 때문이다. 와중에 이런 책을 읽으면서 국어 지문이 생각나다니.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국어를 10년쯤 가르치면 이렇게 되나보다 싶다. 나도 참 나다.

사회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자꾸만 안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면,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알고 싶은데 어느 방향이 맞는지 길을 잃은 느낌이라면, 혹은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맞는지 점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조금씩 꾸준히 읽으면서 근거 있는 희망으로 건너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라고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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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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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모르는엔딩 #너만모르는엔딩_최영희 #사계절교사북클럽 #사계절출판사 #청소년소설 #SF소설 #도서제공 #서평단

한 줄 평 : 만약에...라는 평행 세계 이야기

나는 MBTI 중에서 T/F 수치만 반반인 명백한 ENFP다.(최근에 ENTP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고는 있다.) 얼마 전에 MBTI별 금지어 중에서 ENFP의 금지어가 #만약에 인 것을 보고 한참 웃은 적이 있다. 그만큼 나는 '어쩌면', '만약에'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다. 평행 세계나 다중 우주라는 전문적인 용어를 알기 전에도 나는 만화나 히어로물 주인공이 착용하고 나오는 아이템을 가지고 돌연 변신하는 나를 상상해본 적이 있고, '어쩌면'이나 '만약에'라는 가능성들이 만들어내는 불안과 후회의 세계를 지나본 적이 있으며, 심지어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만약에'의 세계관 속에서 요즘 마음이 부치는 김에 하고 있는 유튜브 드라마 몰아보기 컨텐츠를 보면서도 만약에...를 계속 생각하며 과몰입하고, 책을 읽으면서도 나의 '만약에' 세계를 풀가동하며, 무려 방금은 초반부에 수많은 평행 우주가 주 소재가 되었다가 반전 결말을 보여준 #눈이부시게 를 보고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어쩌면'과 '만약에'는 아주 근본적으로 깊이 스며들어있던 세계관일지도 모른다. 입밖으로 꺼내면 시덥지 않은 소리가 될까봐서 안으로만 꿀꺽 삼키고 있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다 여행해보았을 세계.

그런 '만약에'의 세계를 청소년들의 시선에서 흥미롭고 쉽게 풀어낸 SF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은 직접 B급 감성에 대해 논하셨는데, 사실 읽으면서 SF의 전설 #김초엽 작가의 작품처럼 자연스럽고 소름돋는 맛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김초엽 작가님의 글은 이과 출신 작가만이 써낼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치밀함이 있다. 가수로 치면 아이유 같달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바를 한 번에 팍 와닿게 하는 말이었다. 여기에 이런 복선이?하는 반전이 거듭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관적이고 쉽게 작가의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다름아닌 학생들의 삶과 굉장히 잘 연결되어서 학생들이 공감해내고 2차 창작을 할 때 유용한 교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어른이 읽기에도 꽤나 직관적으로 '만약에'를 생각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 등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각 작품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 하나가 의도치않게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모습들이 나온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아스팔트 같은 색만 밟기, 횡단보도 흰색만 밟기를 하면서 '만약에' 이를 어기면! 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다는 게 소름 돋게 신기했던 적이 있다. 그것처럼 '슬리퍼 삼선 안 신으면 어디 덧나?' 하는 것이 알고보니 정말 큰 일을 결정하는 신호였다든지, '딱 쟤만 아니면 돼.'라면서 괜히 좋아하는 친구에게 입덕부정기를 겪는 이야기라든지 하는 것은 정말 각각의 모습으로 그러나 흔하게 겪을 만한 일이었다면, 그 '어쩌면','만약에'를 진짜 이야기로 쓰는 사람이 있네? 이게 이렇게 전개될 수도 있네? 나의 만약에는 어느 방향으로 갔었더라? 하고 계속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앞에 언급한 장점처럼 눈 꼭 감고 꿀꺽 삼켜버렸던 우리의 '만약에'들을 꺼내서 용기있게 생각하고 정리해서 표현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주는 교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걸 세련되게 다듬어 저 멀리 있는 대단한 작품이 되려는 노력보다 생각보다 어려운 거 아니니까 거칠게라도 일단 풀어내고 연결해보자고 말하는 B급 감성의 힘은 거기에 있으니까. 또한 거기에 야무지게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은유', '수많은 선택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에서 아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인해 아주 중요한 것들의 방향이 바뀌는 경험'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인덱스가 보기 쉽게 꽂혀있어 더 좋았다.

어떤 평행우주에서는 우리의 만약에가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모든 가능성과 창작의 재료가 된다면, 그 '만약에'를 마냥 꿀꺽 삼키기만 하지는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그런 결심을 차근차근 한 발짝 앞으로 나가게 해줄 좋은 B급 스토리보드 교보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특히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너의 상상력은 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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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원 - 제2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37
김지현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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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정원 #사계절출판사 #사계절교사서평단 #사계절문학상수상작 #김지현 #소설 #성장소설 #청소년소설 #청소년문학 #덕후 #덕메 #도서제공

한 줄 평 : 어쩌면 우리 모두의 성장기, 누구나 겪어온 관계와 성장의 모습

이 책을 읽을수록 어쩌면 우리 모두의 성장 이야기라고 할 만한 요소들이 나를 이야기속으로 끌어당겼다. 이 책은 나를 미분하고, 다시 적분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다소 무난하지 못한 성격탓인지 오프라인 친구가 많이 없었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내가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사주상 '비겁다자'이기 때문에 꽤나 캐릭터가 강력한 쉽지 않은 성격일 것이고, 아마 외국 나가서 살았으면 더 크게 됐을 성격이었다...라는 얘기를 어렴풋하게 납득할 수 있었으니까, 근데 어쨌든 어릴 때는 영문 모르고 친구가 별로 없는, 전문 호구의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그때부터 나는 '유니텔'이 좋았고, '싸이월드'가 좋았다. 유니텔 안에 집을 짓고,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며, 시 동호회나 친목 동호회에 가입해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더 부각해서 보여줄 수 있는 삶을 더 좋아했던 것도 같다. 요즘 말로는 그걸 '부캐'라고 하던데. 그런 사이버 세상의 부캐는 트위터로 이어졌고, 페이스북을 거쳐 지금 인스타로 와있다. 이런 부캐의 삶은 단점도 있겠지만 장점이 분명해서 끊을 수가 없었다. 나처럼 흔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가 10명 중 1명과 친하게 지낼 수 있다면, 100명이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10명, 1000명이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100명과 만날 기회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는 나의 단점이나 부족한 점보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점, 그리고 나의 관심사를 먼저 공유할 수 있다는 점, 설명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유기체인 나를 미분하여 나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를 가지고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고, 그리고 공감자들과 만들어낸 인연을 통해 성장하며 나의 중요한 정체성을 적분해내는 것. 그 또한 유기체인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취미를 통해 만난 나의 친구들이 너무나도 좋다. 야구를 통해 만난 친구들, 그리고 이 책스타그램을 통해 만난 친구들... 시간이 쌓이면서 그들과 적분해내는 나의 모습들은 또 내가 되어간다. 무턱대고 SNS상으로 만난 친구들이나 관계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에게 어렴풋하게 의아함이나 불쾌감이 들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하고 방금 깨달으며 나는 또 성장했다.

이 책에서 정원이는 100명이면 99명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아닌 100명이면 10명 정도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좋아한다. 자신의 감정과 취향을 공유할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원이는 자신을 이루는 조각을 가지고 트위터라는 바다에 뛰어든다. 거기에서 '취향'을 공유하며 만나는 친구들과 공감하며 단단해지고 위로받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척박한(?) 오프라인 환경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지켜나가고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그리고 어느 날 그 중 한 명이 사라지는 것에 깊은 상실감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오프라인 친구인 혜수의 다른 자아인 계정과 오프라인에서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하면서 복합적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오프라인으로는 친하지만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온라인에서 설정한 자아의 모습으로 더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는 모습은 결국 진정한 대화를 위한 진정한 공감의 길과 동반자의 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한 사람을 미분하면 수많은 자아가 생긴다. 그 자아들을 모두에게 공감받기는 서로에게 너무나도 피로한 일이다. 그러나 그 조각들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필요할 때, 그 조각들을 사람들 사이로 던져넣는 용기야말로 어쩌면 요소요소에 각자 공감하는 친구들을 찾을 수 있으면서 본체의 세포 하나하나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일지도 모른다.우리는 사실 이미 그렇게 자라왔고, 늘 그래왔으며,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연합 동아리와 PC통신의 시대를 거쳐 SNS로 자신의 조각들을 나누어 뿌릴 수 있는 시대로 점차 다가가는 요즘, 새롭고 새삼스러운 관계의 형성이라기보다는 이미 열망해왔고 실현해왔던 관계 확장의 형태만 변할 뿐 관계와 본체의 성장에 늘 관심이 많은 우리가 새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그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 이 쉽고 재미있는 소설을 관계와 성장이라는 과제에 처음으로 부딪쳐 방황하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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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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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5기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_문학이필요한시간 #정여울 #산문 #에세이 #문학 #큐레이팅

한 줄 평 : 정여울이 큐레이팅해 주는 컬러풀한 문학 이야기

사실 국어를 사랑하고 이야기를 사랑하지만 그것을 책으로 읽어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는 동안 훨씬 긴 시간 동안 직접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삶의 겨울을 지나면서 조금 더 나로 천착하는 시간을 지날수록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겉보기 몸집을 키우는 그런 얕고 좁은 행위들을 지나서 묵묵하게 자기 안으로 수렴하며 마음 속의 내밀한 곳을 정리하고 쌓아서 단단하게 만들고 통시적으로든 공시적으로든 더 넓고 긴 시간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된 것이다. 그래서 작년 한 해, 살면서 그간 읽은 것들의 몇 배가 되는 책을 읽으며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시간을 가졌다. 그럴수록 역설적으로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아지고 또 내 안에 빈 자리들이 더 잘 보이는 것이었다.

국어를 10년 넘게 가르치다보니 '원래 책을 좋아했을 것'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고 책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그래서 사실 나는 아직도 책을 추천하기가 한없이 부끄럽다. 아직도 읽어야 할 것이 많고 못읽은 게 더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작이 반이라 필요한 것을, 닥치는 대로 읽다보니 내가 타인에게 감히 책을 추천할 수 있는 내공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올해는 좀 더 방향성 있게, 조목조목 정리하면서 넓게보다 깊고 높게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독서를 해야지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이럴 때는 이 책을!"이라는 다정한 큐레이터의 네비게이션 같은 책이었다. 내가 수업에서 친숙한 상황을 빗대어서 흥미를 끌고 도입부를 만드는 것처럼, 무려 정여울 작가의 믿고 보는 시선으로 '다시 인생을 시작하려는 마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내가 꿈꾸던 어른은 어디로 갔을까', '내 안의 외계어를 지키는 일','잃어버린 모모의 시간을 찾아서'와 같은 다섯 가지 큰 카테고리 안에서 내 상황이, 혹은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의 상황이 이럴 때는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다정하고 친절한 지도를 만난 기분이었다. 오이디푸스왕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 행복한 왕자, 모모, 신데렐라, 이생규장전처럼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이야기부터 내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나 문장들까지, 명작에 작가의 깨달음이 연결된 추천사 같은 산문들을 보면서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다시 또는 찾아 읽어보고, 여기에 내 깨달음을 얹어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고 책 추천을 할 때도 참고해야지 싶은 것들이 많았다. 또한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다면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책 표지에 써있는 말부터 울컥했다.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손에 잡지 못했던, 너무 아프고 힘들고 지난했던 12월을 지나서 실제로 12년여만에 처음으로 맞은 방학 같은 방학을 맞아 그간의 피로감에 한참을 멍하니 내려앉아있던 내가 다시 시작하게하는 첫 책으로 이 책을 잡았다. 그간 무너져있던 나를 재건하고, 다시 쌓아나가는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게 한 올해의 첫 책. 한없이 내려가는 그래프는 부러 꺾지 않으면 오름세로 돌아서지 않는다. 아주 작은 계기라도 필요했다면 그게 내게는 책 앞의 저 멘트와, 이 책의 내용들이었다.

나는 오늘 "문학을 왜 배우나요?", "문학을 왜 읽어야 하나요?"라고 하는 질문에 대한 답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이 책을 통해서 직접 내 삶의 그래프를 꺾어올릴 용기를 얻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이에게, 문학은 한없이 다정한 당신의 편이라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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