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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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신화라는 허상에 대한 3자적 고찰

국어를 어떻게 더 재밌게 가르칠까를 10년쯤 염두에 두고 보다보니까, 문학과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나의 삶과 남의 삶이 묘하게 오버랩될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대체로의 신화는 일종의 '사기극'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대체로의 건국신화는 '난놈'인 누군가가 대체로의 평범한 사람들을 속여서 집단을 일구어낸 성공기고, 그것은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지금의 숱한 기업과 개인의 성공신화들에서도 보여지는 모습이다. 물론 많은 신화들이 시도한 대로 다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실패와 함께 공중분해되는 것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살아남은 신화는 더 강하게 빛을 발한다. 숱한 시도와 공중분해된 많은 이야기들이 흡수된 신화는 그 성공자의 성공을 가히 신의 경지에 올려주기 때문이다.

건국신화와 다른 점이라면 나라보다는 좀 더 빠르게 망하기 쉬운 기업과 개인이 가끔 그 과정에서 파멸하며 보이는 신화의 허상이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신화는 어떤 대상을 신격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그 대상을 신격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희생을 감내한다. 누군가는 그 신화의 주인공에게 패배한 채로 박제당하고, 그러므로 신격화된 이 존재의 반대편에 서게 된다면 다음 타자는 너라는 메시지로 듣는 이를 압박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격화된 존재의 뒤에 줄을 서는 사람에게는 '선민의식'이라는 편익이 주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의 좋은 점은 결속이고, 나쁜 점은 배타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신전을 지켜내야만 자신의 세계관을 지켜낼 수 있는 사람들은 왕왕 세계관의 충돌을 일으키고 허상에 목을 매달고 싸운다. 그래서 신화는 어쩌면 사회적 동물로 타고난 유약한 인간들이 운명적으로 자신을 의탁하게 된 집단을 자신이 의존할 만한 집단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열망들이 일구어낸 희극과 비극의 씨앗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종교와도 일면 비슷한 면이 있다. 종교는 신화를 유지하게 하는 의식이자, 전술한 사람들의 욕망을 증폭시키는 도구다. 그래서 종교는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동시에 더욱 강력하게 배타적인 속성을 보임으로써 신화를 지키기 위한 희생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 작은 땅덩이 안에서도 끊임없이, 종교와 신화가 생겨나고 그들이 충돌하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니 신화와 종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속성과 문제점에 대해서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어야지만 자기도 모르게 말초신경까지 장악당해서 저지르는 배타와 혐오를 지성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게 인간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사실 스스로의 근간인 신화를 스스로 파헤치고 그 참혹한 민낯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인간은 썩 쿨한 존재는 못되지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지독하게 본국을 욕하고 해외로 도망가도 그 안에서는 같은 나라 사람을 보면 왠지 반가운 게 사람이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신화는 인류 보편의 산물이기에 한 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지만 아주 멀지 않은 곳에 있고, 그 민낯과 폐혜가 낱낱이 보이는 대상의 신화와 그 뿌리를 객관적인 거리에서 냉철하게 파헤쳐볼 수 있다면 적어도 신화가 '발명된'것임을 받아들이고, 그 실체를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도구를 갖추는 데는 성공하지 않을까?

그런 과정에 입문한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기묘하게 핍박받는 민족이자 지적 우월성을 가진 민족이라는 공통점을 가져서인지 친숙한 유대인의 이야기와 역시 친숙한 기독교의 세계가 만들어낸 시오니즘이 완성해낸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말한다. 유대인은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현재 가해자이기도 하다. 시집살이 빡세게한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집살이 빡세게 시킨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처럼. 그런 과정을 역사, 철학, 사회적 배경을 토대로 깊이있게 분석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남의 일이기 때문에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으면서도 부족한 기반 지식은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준다. 한 세계의 신화가 만들어낸 인간사의 단면을 통해서, 조작되고 발명된 신화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인간들이 자행하는 차별과 배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두께가 좀 있지만 짧고 쉽고 재미있는 서술이라 금방 읽힌다.

속절없이 신화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닌 본질을 잡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신화의 본질에 한 발짝 다가서고 이를 해체할 수 있는 지성인으로 거듭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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