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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모르는 엔딩 ㅣ 사계절 1318 문고 116
최영희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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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만약에...라는 평행 세계 이야기
나는 MBTI 중에서 T/F 수치만 반반인 명백한 ENFP다.(최근에 ENTP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고는 있다.) 얼마 전에 MBTI별 금지어 중에서 ENFP의 금지어가 #만약에 인 것을 보고 한참 웃은 적이 있다. 그만큼 나는 '어쩌면', '만약에'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다. 평행 세계나 다중 우주라는 전문적인 용어를 알기 전에도 나는 만화나 히어로물 주인공이 착용하고 나오는 아이템을 가지고 돌연 변신하는 나를 상상해본 적이 있고, '어쩌면'이나 '만약에'라는 가능성들이 만들어내는 불안과 후회의 세계를 지나본 적이 있으며, 심지어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만약에'의 세계관 속에서 요즘 마음이 부치는 김에 하고 있는 유튜브 드라마 몰아보기 컨텐츠를 보면서도 만약에...를 계속 생각하며 과몰입하고, 책을 읽으면서도 나의 '만약에' 세계를 풀가동하며, 무려 방금은 초반부에 수많은 평행 우주가 주 소재가 되었다가 반전 결말을 보여준 #눈이부시게 를 보고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 생각보다 우리에게 '어쩌면'과 '만약에'는 아주 근본적으로 깊이 스며들어있던 세계관일지도 모른다. 입밖으로 꺼내면 시덥지 않은 소리가 될까봐서 안으로만 꿀꺽 삼키고 있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다 여행해보았을 세계.
그런 '만약에'의 세계를 청소년들의 시선에서 흥미롭고 쉽게 풀어낸 SF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은 직접 B급 감성에 대해 논하셨는데, 사실 읽으면서 SF의 전설 #김초엽 작가의 작품처럼 자연스럽고 소름돋는 맛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김초엽 작가님의 글은 이과 출신 작가만이 써낼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치밀함이 있다. 가수로 치면 아이유 같달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바를 한 번에 팍 와닿게 하는 말이었다. 여기에 이런 복선이?하는 반전이 거듭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관적이고 쉽게 작가의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다름아닌 학생들의 삶과 굉장히 잘 연결되어서 학생들이 공감해내고 2차 창작을 할 때 유용한 교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 그리고 어른이 읽기에도 꽤나 직관적으로 '만약에'를 생각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 등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각 작품에서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 하나가 의도치않게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모습들이 나온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아스팔트 같은 색만 밟기, 횡단보도 흰색만 밟기를 하면서 '만약에' 이를 어기면! 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다는 게 소름 돋게 신기했던 적이 있다. 그것처럼 '슬리퍼 삼선 안 신으면 어디 덧나?' 하는 것이 알고보니 정말 큰 일을 결정하는 신호였다든지, '딱 쟤만 아니면 돼.'라면서 괜히 좋아하는 친구에게 입덕부정기를 겪는 이야기라든지 하는 것은 정말 각각의 모습으로 그러나 흔하게 겪을 만한 일이었다면, 그 '어쩌면','만약에'를 진짜 이야기로 쓰는 사람이 있네? 이게 이렇게 전개될 수도 있네? 나의 만약에는 어느 방향으로 갔었더라? 하고 계속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앞에 언급한 장점처럼 눈 꼭 감고 꿀꺽 삼켜버렸던 우리의 '만약에'들을 꺼내서 용기있게 생각하고 정리해서 표현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주는 교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걸 세련되게 다듬어 저 멀리 있는 대단한 작품이 되려는 노력보다 생각보다 어려운 거 아니니까 거칠게라도 일단 풀어내고 연결해보자고 말하는 B급 감성의 힘은 거기에 있으니까. 또한 거기에 야무지게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은유', '수많은 선택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에서 아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인해 아주 중요한 것들의 방향이 바뀌는 경험'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인덱스가 보기 쉽게 꽂혀있어 더 좋았다.
어떤 평행우주에서는 우리의 만약에가 실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모든 가능성과 창작의 재료가 된다면, 그 '만약에'를 마냥 꿀꺽 삼키기만 하지는 말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그런 결심을 차근차근 한 발짝 앞으로 나가게 해줄 좋은 B급 스토리보드 교보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특히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너의 상상력은 귀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