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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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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정여울이 큐레이팅해 주는 컬러풀한 문학 이야기
사실 국어를 사랑하고 이야기를 사랑하지만 그것을 책으로 읽어내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사는 동안 훨씬 긴 시간 동안 직접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삶의 겨울을 지나면서 조금 더 나로 천착하는 시간을 지날수록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겉보기 몸집을 키우는 그런 얕고 좁은 행위들을 지나서 묵묵하게 자기 안으로 수렴하며 마음 속의 내밀한 곳을 정리하고 쌓아서 단단하게 만들고 통시적으로든 공시적으로든 더 넓고 긴 시간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된 것이다. 그래서 작년 한 해, 살면서 그간 읽은 것들의 몇 배가 되는 책을 읽으며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시간을 가졌다. 그럴수록 역설적으로 읽고 싶은 책이 더 많아지고 또 내 안에 빈 자리들이 더 잘 보이는 것이었다.
국어를 10년 넘게 가르치다보니 '원래 책을 좋아했을 것'이라는 오해를 자주 받고 책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그래서 사실 나는 아직도 책을 추천하기가 한없이 부끄럽다. 아직도 읽어야 할 것이 많고 못읽은 게 더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작이 반이라 필요한 것을, 닥치는 대로 읽다보니 내가 타인에게 감히 책을 추천할 수 있는 내공을 가지지 못한 것 같다. 올해는 좀 더 방향성 있게, 조목조목 정리하면서 넓게보다 깊고 높게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독서를 해야지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이럴 때는 이 책을!"이라는 다정한 큐레이터의 네비게이션 같은 책이었다. 내가 수업에서 친숙한 상황을 빗대어서 흥미를 끌고 도입부를 만드는 것처럼, 무려 정여울 작가의 믿고 보는 시선으로 '다시 인생을 시작하려는 마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내가 꿈꾸던 어른은 어디로 갔을까', '내 안의 외계어를 지키는 일','잃어버린 모모의 시간을 찾아서'와 같은 다섯 가지 큰 카테고리 안에서 내 상황이, 혹은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의 상황이 이럴 때는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하는 다정하고 친절한 지도를 만난 기분이었다. 오이디푸스왕 이야기, 호밀밭의 파수꾼, 행복한 왕자, 모모, 신데렐라, 이생규장전처럼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이야기부터 내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나 문장들까지, 명작에 작가의 깨달음이 연결된 추천사 같은 산문들을 보면서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다시 또는 찾아 읽어보고, 여기에 내 깨달음을 얹어 수업 시간에 이야기하고 책 추천을 할 때도 참고해야지 싶은 것들이 많았다. 또한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지 궁금한 사람들이 있다면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책 표지에 써있는 말부터 울컥했다.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그리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손에 잡지 못했던, 너무 아프고 힘들고 지난했던 12월을 지나서 실제로 12년여만에 처음으로 맞은 방학 같은 방학을 맞아 그간의 피로감에 한참을 멍하니 내려앉아있던 내가 다시 시작하게하는 첫 책으로 이 책을 잡았다. 그간 무너져있던 나를 재건하고, 다시 쌓아나가는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게 한 올해의 첫 책. 한없이 내려가는 그래프는 부러 꺾지 않으면 오름세로 돌아서지 않는다. 아주 작은 계기라도 필요했다면 그게 내게는 책 앞의 저 멘트와, 이 책의 내용들이었다.
나는 오늘 "문학을 왜 배우나요?", "문학을 왜 읽어야 하나요?"라고 하는 질문에 대한 답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이 책을 통해서 직접 내 삶의 그래프를 꺾어올릴 용기를 얻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이에게, 문학은 한없이 다정한 당신의 편이라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