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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철학자들 - 일상에 흘러넘치는 철학에 대하여
나가이 레이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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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 것을 종종 물속 깊이 잠수하는 것에 비유한다. 철학대화는 다른 사람과 같이 생각을 하니 다 함께 잠수하는 셈이다.(p.17):
"대화란 무서운 행위다. 타인에게 무언가 전하는 것은 저기 멀리 있는 상대를 향해 힘차게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충분히 도움닫기를 하고 힘껏 뛰어도 상대에게는 닿지 않는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넓고 깊은 계곡이 있다. 그래서 타인에게 무언가 전하는 행위는 항상 위험성을 동반한다. (p.30)"
"저기요, 철학자는 훨씬 엉뚱한 걸 말하는 사람이에요.(p.46)"
"우리는 단 한 사람과도 서로 알 수 없다. 그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 사실이 우리를 부드럽게 연결한다.
나는 당신의 고통을 모른다. 당신의 슬픔을 영원히 모른다. 그래서 함께 생각할 수 있다. 여성의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리고, 어느새 우리는 모두 물속에 있다. 함께 숨을 멈추고 깊이 잠수해서 집중한다.
뿔뿔이 흩어진 우리는 같은 바닷속에서 연결되어있다.(p.61)"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이자, 제목의 의미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부분들을 먼저 뽑아 보인다. 이 책은 내가 읽어본 철학 관련된 책 중 가장 부담 없는 에세이 같은, 그러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철학적 사유를 찾아가서 일상 속의 철학을 가능하게 하는 책이었다. 우리는 철학을 제법 고루하고 어려운 단어로 가득찬 것, 혹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바뀌지 않을 것처럼 단호하게 자기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사람이 하는 것, 혹은 괴짜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철학은 아주 작은 행위나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들 안에도 녹아있는 것이라는 걸 이 책은 말해준다. 손바닥을 뒤집어 해를 보게 하는 행위에도, 일상적으로 하는 대화에도,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에도 모두 철학이 들어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깊이 사유해볼 수 있는 것을 저자는 '물속에 있는 것'으로 비유한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 이해할 수 없는 타인과의 사이에 있는 계곡에서, 혹은 더 넓고 깊은 바닷속에서 각자 잠수해서 만나고 이야기하며 연결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철학은 '왜'이며 '변증법'이다.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철학자 사르트르조차 변화할 수 있는 것, 그 과정에서 한 쪽이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물속에서 사유하고 더 나은 쪽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엉뚱한 것을 말하지 않고 얌전히 배우기만 하면 많은 철학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의 대철학자들은 사람들과 함께 물속에서 유영하다가 최초로 그 엉뚱한 생각을 말로 뱉은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을 괴로운 것으로 생각해서 철학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저자는 그 괴로움의 원인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에 있지 않은가하고 생각한다. 혼자서 생각의 바다에 잠수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오로지 혼자, 단 하나의 세계관, 단 하나의 가치관, 단 하나의 관점만 갖고 물속을 방황하다보면 언젠가 막다른 길에 빠져 괴로울 따름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쪼록 우리 사이의 계곡에서, 또는 드넓은 바다에서, 오롯하게 잠수하여 유영하더라도 함께해야한다. 대화가 위험하고 무서운 행위라고 하더라도 하지 않으면 생각을 공유할 수 없어 고립되고, 동시에 스스로를 바라볼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물속의 철학자들이다. 잠깐이라도 무언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고, '왜'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있다면 말이다.
그런 우리에게 철학을 쉽게 다가서게 할 수 있는 책으로, 철학이란 것이나 사유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으로, 우리를 물속에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부디 함께 생각의 물속으로 잠수해 드넓은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면서도 느슨하게 이어져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