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프가니스탄하면 떠오르는 것 - 이슬람 국가, 오사마 빈 라덴, 탈레반, 미국과의 전쟁, 파병 등..

   작가인 할레드 호세이니는 1965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출생하여 1980년에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한다. 그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기 전까지 겪었던 그 곳에서 (아마도) 겪었을 역사의 굴곡은 이 소설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사는 상류층 '바바'의 아들이고 작가인 호세이니처럼 나중에 미국에 망명하게 되는 '아미르'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그 어린시절의 중심에는 하인 '알리'의 아들 '하산'이 있다. 수니파인 아미르는 바바의 유일한 외아들이자 도련님이고 하산은 소수인 수니파이고, 하자라인 하인의 아들이면서 아미르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비록 아미르가 다른 사람 앞에서도 하산을 친구로 인정한 적은 없었지만 하산은 늘 아미르에게 변함없는 신의와 충직을 지킨다.

   남성적인 바바와 달리 (어머니를 닮은) 아미르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책 읽기, 글쓰기를 좋아한다. 자기를 별로 닮지 않은 아들에게 바바는 아들에게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아미르는 늘 아버지의 애정에 목이 말라 있다. 알리는 바바의 어릴 적부터 친구처럼 지낸 가까운 하인이었고 그의 아들 하산 역시 바바는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어느 날 하산과 아미르는 동네의 어린 악당인 아세프 일당을 마주치게 되고, 하산은 그에게 새총을 겨누며 위기에 빠진 아미르를 구해준다. 아세프는 복수하겠노라며 이를 간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연날리기와 연싸움이 아이들의 대대적인 행사였다. 연싸움에서 끝까지 이기는 아이와 마지막까지 날던 연을 잡은 아이는 영웅이 된다. 아미르와 하산은 연을 잘 날렸고, 연을 잡는 데는 하산을 따를 사람이 없었다. 연싸움에서 이겨 바바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아미르는 결국 연싸움에서 이기고 하산은 연을 잡으러 간다. 이렇게 말하며,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열 두살 나이에 아미르를 그 이후의 그로 만든 그 사건이 그 날 일어났다.

연을 주워오다 골목에서 아세프에게 강간당하는 하산을 보고도 아미르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도망쳤고, 하산 역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하산을 볼 때마다 드는 죄책감에 아미르는 하산을 아예 피해 버리고,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하산을 도둑으로 몰아 결국 알리와 하산을 떠나게 만든다. 하산은 다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떠났다.

 

   그 후 공산세력의 쿠데타가 일어나고 그 사건 후 6년 뒤 바바와 아미르는 미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향하는 트럭에 몰래 오른다. 여러 고비를 거치며 미국에 도착한 그들. 바바는 주유소에서 일하고 아미르는 작가가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아프가니스탄인 벼룩 시장에서 만난 소라야와 아미르는 결혼하고, 바바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어느 날, 아미르는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아버지의 옛 친구 라힘 칸의 연락을 받고 고국에 가고 그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산의 출생의 비밀(그가 아미르이 이복동생이라는 것)과 그가 탈레반에게 총살당한 것, 그리고 그의 아들 소랍에 관한 이야기를. 그사이 아프가니스탄에는 공산 정권을 몰아낸 탈레반이 공포 정치를 휘두르고 있었다. 연싸움은 금지되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우여곡절 끝에 소랍을 찾아내어 데려오지만 탈레반의 우두머리가 된 아세프와 마주치게 되고 아미르는 그의 놋쇠 장갑에 처참하게 맞는다. 죽기 직전이었던 그를 구한 것은 소랍의 새총이었다. 하산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고아원에서 끔찍한 생활을 했던 소랍은 미국으로 가기 전 잠시 법적 절차를 위해 고아원에 가 있자는 말에 절망하여 손목을 그어 버린다. 다른 통로가 마련되어 고아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전하러 아미르가 갔을 때 욕조는 이미 피바다였다. 가까스로 목숨은 구했지만 소랍은 그 후 말을 잃었다. 미국에서 소라야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소랍이 침묵을 지키는 동안에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아미르와 소랍이 다시 희미하게나마 소통을 시작한 것은 연을 날리면서였다. 아미르가 연을 날리자 그것을 보던 소랍의 눈에 점차 생기가 돌았고 아미르는 상대편 연을 끊어버렸다. 연을 잡아다줄까 하는 물음에 소랍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아미르는 말한다.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나는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지 미소에 불과했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괜찮아지지도 않았고, 어떤 것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그저 작은 미소에 불과했다. 놀란 새가 날아오른 직후에 흔들리는 숲 속의 나뭇잎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는 그 미소를 양팔을 활짝 펴고 환영할 것이다. 봄이 오면 눈발이 하나씩 녹듯, 어쩌면 최초의 눈발이 녹는 것을 내가 목격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연은 아미르와 하산, 소랍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인 셈이다. 아프가니스탄 마을의 모습, 아이들의 놀이, 음식, 연싸움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호세이니의 개인적 체험에서 나왔으리라. (아직도 그 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비극과 격동의 역사 속에서  아미르와 하산,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게 펼쳐진다. 그럼에도 그들을 바라보고 그리는 작가의 시선은 따뜻하고 애정이 스며있다.

 

  출간된지도 한참 되었고, 여기저기에서 좋은 평을 받았고, 구입한지도 한참 되었지만 선뜻 손내밀어 읽지 못했다. (부끄럽다.) 읽고 나면 틀림없이 마음이 아플 것 같았고,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라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될 터였다.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읽기를 잘했다. 이 책에 대한 입소문은 부풀려진 것이 아니었고, 누구에게든 추천하고픈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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