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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두 남녀가 주고받은 이메일로만 꽉 채워진 책이다. 원작이 출판된 독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연극으로까지 제작이 되었다 하고, 책을 빌려준 친구도 후배가 너무 재미있어서 서점에서 선 채로 다 읽었다 해서 자기도 샀다는 말에, ‘그래?’하고 흥미가 동해서 빌려와 본 책이다. 그만큼 독일에서나 한국에서나, 인터넷 이메일을 통한 인간관계가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공교롭게도 남자 주인공 레오는 이메일을 통해 인간의 언어 심리를 연구하려고 하는 ‘언어심리학자’다.)
첫 번째 책 「새벽 세 시, 바람이 부나요?」가 큰 인기를 끌자 작가 다니엘 글라타우어가 내놓은 속편이 「일곱번째 파도」이다. 이제는, 이메일도 진부해진 듯하고 메신저로 instant message를 주고 받는 것이 더 익숙해졌고, 페이스북이나 미니홈피 등을 통한 인간관계 관리가 인터넷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선 많이 보편화된 것도 사실이다. (어떤 영어 원어민이 ‘페이스북을 안 하면 이젠 메일도 안 와’라고 한 걸 들은 적이 있다.) 메신저로 대화를 많이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상대방의 이모티콘, 다음 말이 뜨기까지 걸린 시간, 문장 부호 어떤 것을 얼마나 자주, 많이 쓰는지만 보고도 상대방의 기분이나 성격을 어느 정도, 아니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 소설에서 인스턴트 메신저가 아닌 이메일을 매체로 한 것은 아마도, 이메일을 써서 상대방에게 보내고 답장이 오기까지 기다리는 그 시간이 주는 설레임과 그것이 길어질 때 생기는 불안함, 궁금증 등을 통해 주인공들의 감정의 오르내림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아닌게 아니라 내 친구 후배의 말대로 무척이나 재미있다. 짧은 편지글의 주고 받음 속에 드러나는 감정들의 변화, 그들의 일상과 서서히 드러나는 주변 인물들을 알아가는 것까지도. 특히 1권 마지막에 두 사람이 드디어 만날 것처럼 긴장을 한껏 고조시켰다가 변경된 이메일 주소라는 마지막 메일로 ‘아!’하고 안타까운 한숨을 쉬게 하는 것은 압권이다. 두 주인공의 행복한 결말을 바라는 사람은 결국 두 사람의 결합을 암시하며 끝나는 속편 「일곱번째 파도」를 보면 안도할 것이다. 하지만 1권으로만 끝냈어도 괜찮았을 텐데.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면, 레오는 어떤 여자가 봐도 멋있다 느낄 ‘지적이면서도 잘생긴 남자’이고, ‘에미’ 역시 어떤 남자가 봐도 사랑스럽게 여길 ‘예쁜 여자’라는 것. 너무 전형적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