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꾸는 눈동자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6
제니 수 코스테키-쇼 지음, 노은정 옮김 / 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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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 한면 전체를 채운 아이의 밝은 웃음만큼이나 내용과 제목이 날 밝게 웃음짓게 한다.

그림과 색감이 너무 이쁘고 그림 기법이 참 독특하고 사랑스럽다.

꿈꾸는 눈동자...너무나 이쁜 표현이다. 태어날때부터 '사팔뜨기'라는 말을 듣지만 아이는

'꿈꾸는 눈동자'라고 불러주는게 더 좋다. 이구아나 같다고 놀리지만 이구아나가 멋지다고

생각하기에 분명 자신도 멋질거라고 생각하는 정말 멋진 아이... 자신의 눈이 환상의 짝꿍이라고

느끼고 화가같다고도 느끼는 아이...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란 생각이 든다.

늘 길잡이 노릇을 하던 오른쪽 눈위에 안대가 붙여진 후 온통 세상이 뒤죽박죽 보이는 제니 수는

밤에 울다가 잠이 든다. 자신을 슬프게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멀리 멀리 떠나는 꿈을 꾼다.

안대를 하게 되면서 칠판의 글씨가 둥둥 바람에 떠다녔고 바나나 세개 더하기 사과 세개를 오렌지

여섯개로 말하는가 하면 발야구를 할때 홈에서 3루로 달려가기도 했다.

너무 슬퍼 학교에 가고 싶지 않지만 엄마와 함께 그림 안대를 만들어 붙인다. 날마다 다른 안대로...

드디어 안대를 푸는 날 시험을 보는 기분으로 눈을 움직여 본다. "기적입니다. 훌륭해요. 눈이 빠릿

빠릿해졌습니다." 라고 의사는 말한다. 이제는 새 안경을 알록달록 꾸미는 제니수...

 

맨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써있다. 내 꿈꾸는 눈동자는 아직도 가끔씩 돌아다녀요. 하지만 화가는

원래 세상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보기 마련이니까 괜챦아요. 이 문장이 참 맘에 든다.

남들이 보기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불편해 보이고 나와 다르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 시선에 움츠러들기보단 자신의 눈을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는 제니수의 마음이 너무나 이쁘다. 

내가 만약 제니수라면 어땠을까!라고 자꾸 생각하게 된다. 꿈꾸는 눈동자가 될 수 있었을까! 라고...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이상한 부분을 예쁘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으로 주욱 성장할 수 있길 바래본다.

남이 단정짓는 말과 시선에 상처받지 않고 잘 자라주었으면... 하고 말이다. 편견을 갖고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제니수의 오른쪽 눈처럼 우리 아이들도 다양한 시각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밝은 생각과 바른 시야로 모든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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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잠깐 잃어버렸어요 (보드북) 아기 그림책 나비잠
크리스 호튼 지음 / 보림큐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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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망똘망한 눈을 하고 여기가 어딜까? 하는 표정으로 한곳을 응시하는 아기 부엉이의 표지 모습에서 사랑스러움이 가득 베어나온다. 나무 꼭대기에서 꾸벅 꾸벅 졸다 옆으로 굴러 떨어진 아기 부엉이...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기 부엉이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여전히 잠만 자고 있는 엄마 부엉이와 땅바닥에 넘어져 말똥 말똥한 눈으로 앞을 쳐다보고 있는 아기 부엉이의 모습은 정말 압권이다. 첫째와 나이 터울이 있는 둘째를 낳고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둘째가 있다는 것을 깜빡해서 유모차를 가지고 가는 대신 남편이 밀고 가던 카트를 밀고 한 몇분간을 첫째와 다니다 문득 둘째가 생각이 나서 놀란 마음으로 허겁지겁 찾아헤맸던 그때가 생각이 난다. 엄마를 잠깐 잃어버렸던 둘째... 그 당시엔 엄마를 잃어버린 사실조차도 몰랐겠지만 왠지 이 부엉이의 상황이 내 아이의 상황이 된 것만 같아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떨어진 부엉이를 쳐다보는 동물들의 모습은 유모차 앞에 몇몇 아줌마들이 몰려들어 있던 상황과 비슷한 것이 날 더 웃음짓게 만든다. 그 당시엔 울그락 불그락 엄청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말이다.

아기 부엉이의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애쓰는 착한 다람쥐는 부엉이의 말에 따라 열심히 엄마를 찾아준다. "덩치가 아주 커요" 라고 말하자 곰에게 데려다주는가 하면 "귀가 쫑긋쫑긋해요" 라고 말하자 토끼에게 데려다 주고 "눈이 부리 부리해요" 라고 말하자 개구리에게 데려다준다. 그런것을 손으로 표현하는 아기 부엉이를 보며 우리 아이도 똑같이 따라하며 아주 재밌어했다. "아니에요! 우리 엄마, 날개가 있어요" 라는 마지막 말에 드디어 엄마와 상봉을 한다. "엄마~ 엄마~ 어디 있었어!" 하며... 이 마지막 대사는 우리아이가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엄마가 조금만 안보이면 "엄마! 엄마!" 하고 부르다가 엄마를 찾으면 "어디있었어~" 하며 반가운 기색을 하곤 한다. 

다람쥐와 개구리가 엄마 부엉이와 차 한잔을 마시고 있을때 난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잠을 청하는 아기 부엉이는 또 꾸벅꾸벅...어어어~~~~ 마지막 장을 펼치는 순간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귀엽게 잠을 청하는 아기 부엉이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너무 아슬아슬... 또 그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어렸을적 나역시 엄마를 잃어버린적이 있다. 온가족의 이름을 다 불러대며 하루종일 가족을 찾아 헤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기부엉이처럼 침착할 수 없었는데 난... 경찰관 아저씨가 사주는 빵도 마다하고 창밖만 바라보며 계속 울어대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하마터면 미아가 될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에...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다행히 다람쥐같은 친절한 경찰관 덕에 다시 엄마 품속으로 들어갔지만 말이다. 아기 부엉이의 상황은 나의 딸에게도, 나에게도 공감이 되는 상황이라 더 와닿는 책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볼때마다 미소를 짓게 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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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를 찾아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8
조성자 지음, 홍정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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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이런 책을 접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어른이 되어서 초등문고를 볼 기회는 당연히 없었지만 아이로 인해 아이의 책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읽는 내내 가슴 뭉클하고 훈훈하며 짠한 느낌이 지속되어 가슴이 아려오기도 했다. 내가 살아온 날들의 추억과 가슴아픈 일들이 오버랩되어 더 많은 공감을 하며 달콤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할머니에 대한 향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과 허전함, 내 어릴적 학창시절의 추억들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들로 인해 민석이와 준석이는 할머니에 의해 거의 키워지다시피 한다. 학교를 마치고 민석이가 가는곳은 오로지 할머니 집이다. 할머니 외엔 친구가 없다. 친구를 만들어서 오라고 고구마탕을 준비해서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한번도 친구를 데려간일이 없다. 친구를 사귈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친구인 할머니가 있으니 말이다. 할머니는 작은 텃밭인 만나밭에서 자란 각종 야채들로 맛나게 음식도 만들어주신다. 할머니의 칼국수와 만두는 별미이다. 민석이와 준석이랑 밭에서 보물찾기도 해주시며 어떤 상황에서도 좋게 받아들이고 좋게 말씀해주시는 푸근한 할머니는 인자하고 한없는 사랑으로 모든것을 수용해 주는 그런 분이시다. 나도 이런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나도 내 아이에게 이런 감성으로 대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이 앞서고 아이의 단점을 지적하고 가르치려 들기만 했던 나.... 할머니의 품성으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가 얼마나 행복할까!란 생각도 해보면서....

 

할머니는 밭에 오면 친구에게 말하듯 말을 거신다. "여보게들, 잘 있었는가? 나 왔네. 밤새 심심하지 않았는가? 이제 내가 자네들 품 안에 씨앗이라는 꿈을 심어 주겠네. 이제 멋진 꿈들 꾸시게. 여름엔 멋진 꿈의 결실을 맺어 주시게. 우리 민석이 꿈은 뭔가?" "아직 꿈이 없어요." "저런, 꿈이 없다는 것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안되지. 우리 민석이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진 총각이 꿈이 없어선 안되지." "할머니 꿈은 뭔데요?" "아이 부끄러워라. 이 할미는 매일 꿈이 바뀌는데..어제는 준석이한테 동화책 한권 읽어주는게 꿈이었고, 오늘은 민석이와 함께 밭에 오는 것이 꿈이고,  내일은 혼자 사는 최씨 노인 집에 가서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 듣고 오는 것이 꿈이고." "에이 할머니, 그런 꿈 말고 거창한 것 없어요? 예를 들면 높은 산을 정복하고 싶다거나 멋진 할아버지 만나서 데이트하고 싶다거나....." " 에이 이녀석! 할머니를 놀리기는."

며칠 뒤 민석이는 할머니에게 이모가 살고 있는 미국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후 여행사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할머니는 민석이의 꿈을 이루게 해주기 위해 만두를 빚어 팔아 비행기표값을 마련하신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단풍이 들던날, 갑작스런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들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이고 모든 생활은 변한다. 부모님께서 일을 하시기때문에 낮시간에 동생 준석이를 민석이가 책임져야 했고 아이들 양육문제로 부모님들이 다투시는 날도 많아졌고 유일한 친구인 할머니마저 계시지 않아 학교를 끝내놓고 갈곳도,맛난 음식을 먹을 수도, 텃밭에서 보물찾기도 할 수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할머니 집앞에 가게 되면서 할머니와의 추억들이 하나 하나 떠오른다. 어느날 동생과 보물찾기 놀이가 생각나 돌멩이를 들춰보는데 '우리 민석이 친구데려오기, 할머니는 고구마탕 해주기' 라는 쪽지를 발견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친구를 사귀겠노라고 했는데 그 순간이 너무 빨리 찾아와 버린것이다.

민석이는 친구의 조건으로 공부 잘 하는 아이, 운동도 적당히 할줄 아는 아이, 절대 왕따가 아닌 아이, 약간의 유머 감각이 있는 아이, 절대 이기적이지 않은 아이, 어느 정도 유행을 따라갈 줄 아는 아이의 자격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친구 호식이를 통해 그런 것이 친구의 자격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마마보이라는 놀림도 받고 틱장애도 있는 호식이의 겉모습과는 달리 꽤 괜챦은 아이라는 것을 알아가며 조금씩 친구의 맛을 보게 되며 우정도 쌓아간다.

민석이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할머니께서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또한 그 말들을 가슴에 새긴다. 나도 내 딸들에게 하나하나 가슴에 남는 말만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이들도 소중하고 좋은 친구를 만나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기를... 보이는게 다가 아니고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 딸이 되기를... 진실이 무엇이고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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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일곱시에 보림 창작 그림책
김순이 글, 심미아 그림 / 보림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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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늘 하늘, 사뿐 사뿐 이런 단어가 떠오르는 사랑스런 그림들에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이지만

결코 무겁거나 어두워보이지 않는 책이다. 군데군데 종이를 붙인 꼴라쥬기법도 나오고 번짐 채색을 이용해서 그린

그림은 전체적으로 독특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의 책을 보다보니 그림을 세세하게 관찰하게 된다. 어쩜 이렇게 그릴 생각을 했을까! 나는 가끔 놀라곤 한다.

이 책 또한 그런 느낌으로 찬찬히 훑어보게 되는 책이었다. 사랑스런 주인공의 캐릭터가 난 참 마음에 든다.

 

    

 

일요일 아침, 일곱시.... 보슬보슬 소리도 없이 비가 내린다.

이 세상 모든 곳에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어쩌면 함박눈이 내리는 곳도 있을 거예요.

지붕 위에, 나무 위에 소복소복 흰 눈이 내려서 쌓이겠지요. 그곳도 일요일 아침일까요?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거나,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곳도 있겠지요. 그곳도 일요일 아침 일곱 시일까요?

 

    

 

부지런한 수탉이 목청을 가다듬는 어스름 새벽이거나, 달맞이꽃이 환하게 피어나는 한밤중인 곳도 있겠지요.

어쩌면 아직 오늘이 안오고 어제인 곳도 있을 거예요. 나팔꽃들이 봉오리를 닫는 저녁이거나,

게으른 고양이가 꼬박꼬박 조는 한낮인 곳도 있을테지요. 지금 이시간,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고 골목골목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도 있을거예요.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수도 있어요. 벌써 깊은 밤, 꿈나라에 가 있기도 할테지요.

물결 찰랑이는 바닷가나 나무 울창한 깊은 산속, 들판의 오두막이나 사막의 모래 주름위, 그곳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나처럼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곳도 조용히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일까요?

 

마치 시 한편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곰돌이 손을 잡고 상상 속을 맨발로 걷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일요일 아침 일곱시 어느날 문득 소녀는 그날 그시간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한다. 자신이 상상한 곳을 곰돌이 인형과 함께 여행을 한다. 함박눈이 내릴수도, 햇살이 쏟아질수도, 안개가 자욱할 수도 있는 일요일 아침 일곱시를 상상해본다. 어스름한 새벽일수도, 한밤중일수도, 어제일수도, 저녁일수도, 한낮일수도 있을 일곱시엔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모든게 내 중심으로 돌아가던 어린시절....모든 나라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고 내가 사는 곳과 지구 반대편은 다 똑같은 줄 알았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날 모든게 똑같은 일상속에서도 문득 궁금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전에는 궁금하거나 새로울 것 없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어렸을 적에 궁금한 것들이 참 많았었던 때가 있었다. 해와 달은 왜자꾸 날 따라오는 지, 손톱과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을 보고 그 속에 머리카락과 손톱이 들어있는 것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구름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었다.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왜 나인지도 궁금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소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호기심 많고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아이들의 모든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전혀 특별할 것도 다를 것도 없는 일요일 아침 일곱시에 소녀는 그러한 것들이 궁금함으로 다가왔나보다. 목요일 오후 두시....지금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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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원 화실 비룡소 창작그림책 35
이수지 글 그림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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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 그림이 맨 처음으로 뽑혔습니다. 미술 시간 끝날 무렵엔 언제나 선생님이 교실 뒤 벽에 걸릴 그림들을 뽑는데, 내 그림은 한번도 빠지지 않았지요. 아이들의 부드러운 시선이 내 뺨에 닿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요. 나는 어떤 그림이 '뽑히는 그림'인지 잘 알고 있거든요. 이렇게 대단한 걸 보니, 아무래도 나는 화가가 될 운명인 것 같습니다.  명원화실  '그래. 훌륭한 화가가 되려면 진짜 화가를 만나야 하는 거야!'

 

화가에게 자신이 얼마나 그림을 잘 그리는지 보여주고 싶어 소녀는 학교에서 그린 것과 똑같이 그림을 그린다. 기대에 찬 얼굴로 화가에게 그림을 보여주니 '내일은 몇시에 올거니?'하며 한마디 묻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다음날 바가지와 해바라기와 수도꼭지, 포도송이를 그리게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그릴 것이 많은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상을 뚫어지도록 열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나요. 그렇게 열심히 살펴본 것이 내 마음속에 옮겨지면, 그걸 조금씩 조금씩 그려 나가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바가지 안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알쏭달쏭한 말도 했습니다. 사물을 관찰하고 완전히 이해하고 내것으로 만들어야 자신의 그림으로 재탄생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명원화실의 화가는 한번도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저렇게 해야 한다고 한적이 없다. 그저 그리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며 지켜볼 뿐.... 야외 스케치를 나간 어느날, 물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들여다보고 있자 화가는 물을 그려보라 한다. '물은 색깔이 없는데 어떻게 그린단 말이지?' 말이 없자 화가는 연못에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는다. 이끼가 잔뜩 낀 녹색 바위,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의 노란 등 무늬, 물위엔 소금쟁이가 떠다니고 낙엽도 있고 파란색의 하늘도 보인다.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그러고 보니 연못 안에 참 많은 것이 있다. "그렇게 물 속에 잠긴 것, 물위에 뜬 것과 물위에 비친 그 모든 것들이 물을 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거야. 그것이 물을 그리지 않고서도 물을 그리는...." 그랬다. 화가는 답을 말해주기 보다는 스스로 발견하고 관찰하고 느끼게 해 보여지기 위한 그림이 아닌 가슴으로 그리는 그림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 대목이 나는 왠지 참 좋다. 물위에 비친 그 모든것들이 물을 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생일날 화가로부터 세상에서 처음보는 카드 한장을 받는다. 색색으로 하나 하나 점을 찍어 만든 그림인데 점들 사이로 하늘도 있고 언덕도 있고 새도 보이는 그림이었다. 자꾸 보면 볼수록 많은 것들이 보였다. 무수한 점들이 빛 속에서 흔들리며 햇살도 만들고 구름도 만들고 바람도 만들고 노랗고 파란 점들이 훨훨 날아올라 춤을 추고 있는 듯했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 소녀는 목이 따끔따끔하고 가슴이 막 아프고 가운데배가 저릿저릿했다. "이 작은 그림이 이렇게 나를 아프게 하다니... "

얼마후 명원화실은 누전으로 불이 나서 자취를 감춘다. 생일 카드의 작은 그림을 볼때마다 소녀는 목이 따끔따끔함을 느낀다.

"내 그림도 누군가에게 이런 따끔따금한 느낌을 줄 수 있을까?"

"학교 미술 시간에는 다른 아이의 그림이 먼저 뽑혔고 내 그림은 교실 뒤 벽에 아주가끔씩만 걸렸지요.

하지만 이제 나는 내 그림이 뽑히든 안뽑히든 상관없어요."

 

소녀는 더이상 그림을 잘그렸다는 평가에 대해 중요시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본질에 대해서 더 가치를 두게 된다. 이런 것을 느끼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참 행복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진짜 화가를 만나서 바라보는 시각과 나아가야할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것은 비단 그림뿐 아니라 삶의 방향성과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한다. '스위스의 가장 아름다운 책', '뉴욕 타임스 우스 그림책'에 선정된 책 답게 많은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나는 항상 화가나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 대해서 동경을 하곤 한다. 그들은 분명 예리한 관찰력을 갖었을 것이다. 사물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입력하고 느끼지 않으면 나오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내 주변의 사물들을 제대로 관찰하고 여유있게 바라봤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알멩이가 없이 껍데기만 번드르르하게 살려고 애쓰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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