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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일곱시에 ㅣ 보림 창작 그림책
김순이 글, 심미아 그림 / 보림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하늘 하늘, 사뿐 사뿐 이런 단어가 떠오르는 사랑스런 그림들에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이지만
결코 무겁거나 어두워보이지 않는 책이다. 군데군데 종이를 붙인 꼴라쥬기법도 나오고 번짐 채색을 이용해서 그린
그림은 전체적으로 독특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의 책을 보다보니 그림을 세세하게 관찰하게 된다. 어쩜 이렇게 그릴 생각을 했을까! 나는 가끔 놀라곤 한다.
이 책 또한 그런 느낌으로 찬찬히 훑어보게 되는 책이었다. 사랑스런 주인공의 캐릭터가 난 참 마음에 든다.

일요일 아침, 일곱시.... 보슬보슬 소리도 없이 비가 내린다.
이 세상 모든 곳에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어쩌면 함박눈이 내리는 곳도 있을 거예요.
지붕 위에, 나무 위에 소복소복 흰 눈이 내려서 쌓이겠지요. 그곳도 일요일 아침일까요?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거나,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곳도 있겠지요. 그곳도 일요일 아침 일곱 시일까요?

부지런한 수탉이 목청을 가다듬는 어스름 새벽이거나, 달맞이꽃이 환하게 피어나는 한밤중인 곳도 있겠지요.
어쩌면 아직 오늘이 안오고 어제인 곳도 있을 거예요. 나팔꽃들이 봉오리를 닫는 저녁이거나,
게으른 고양이가 꼬박꼬박 조는 한낮인 곳도 있을테지요. 지금 이시간,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있고 골목골목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도 있을거예요.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수도 있어요. 벌써 깊은 밤, 꿈나라에 가 있기도 할테지요.
물결 찰랑이는 바닷가나 나무 울창한 깊은 산속, 들판의 오두막이나 사막의 모래 주름위, 그곳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어쩌면 나처럼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곳도 조용히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일까요?
마치 시 한편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곰돌이 손을 잡고 상상 속을 맨발로 걷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일요일 아침 일곱시 어느날 문득 소녀는 그날 그시간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한다. 자신이 상상한 곳을 곰돌이 인형과 함께 여행을 한다. 함박눈이 내릴수도, 햇살이 쏟아질수도, 안개가 자욱할 수도 있는 일요일 아침 일곱시를 상상해본다. 어스름한 새벽일수도, 한밤중일수도, 어제일수도, 저녁일수도, 한낮일수도 있을 일곱시엔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모든게 내 중심으로 돌아가던 어린시절....모든 나라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다를 것이라는 생각도 못했고 내가 사는 곳과 지구 반대편은 다 똑같은 줄 알았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날 모든게 똑같은 일상속에서도 문득 궁금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전에는 궁금하거나 새로울 것 없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어렸을 적에 궁금한 것들이 참 많았었던 때가 있었다. 해와 달은 왜자꾸 날 따라오는 지, 손톱과 머리카락이 자라는 것을 보고 그 속에 머리카락과 손톱이 들어있는 것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구름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었다.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왜 나인지도 궁금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소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호기심 많고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아이들의 모든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전혀 특별할 것도 다를 것도 없는 일요일 아침 일곱시에 소녀는 그러한 것들이 궁금함으로 다가왔나보다. 목요일 오후 두시....지금 사람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