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친구를 찾아서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8
조성자 지음, 홍정선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때 이런 책을 접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어른이 되어서 초등문고를 볼 기회는 당연히 없었지만 아이로 인해 아이의 책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읽는 내내 가슴 뭉클하고 훈훈하며 짠한 느낌이 지속되어 가슴이 아려오기도 했다. 내가 살아온 날들의 추억과 가슴아픈 일들이 오버랩되어 더 많은 공감을 하며 달콤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할머니에 대한 향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과 허전함, 내 어릴적 학창시절의 추억들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들로 인해 민석이와 준석이는 할머니에 의해 거의 키워지다시피 한다. 학교를 마치고 민석이가 가는곳은 오로지 할머니 집이다. 할머니 외엔 친구가 없다. 친구를 만들어서 오라고 고구마탕을 준비해서 기다리는 할머니에게 한번도 친구를 데려간일이 없다. 친구를 사귈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친구인 할머니가 있으니 말이다. 할머니는 작은 텃밭인 만나밭에서 자란 각종 야채들로 맛나게 음식도 만들어주신다. 할머니의 칼국수와 만두는 별미이다. 민석이와 준석이랑 밭에서 보물찾기도 해주시며 어떤 상황에서도 좋게 받아들이고 좋게 말씀해주시는 푸근한 할머니는 인자하고 한없는 사랑으로 모든것을 수용해 주는 그런 분이시다. 나도 이런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나도 내 아이에게 이런 감성으로 대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이 앞서고 아이의 단점을 지적하고 가르치려 들기만 했던 나.... 할머니의 품성으로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가 얼마나 행복할까!란 생각도 해보면서....
할머니는 밭에 오면 친구에게 말하듯 말을 거신다. "여보게들, 잘 있었는가? 나 왔네. 밤새 심심하지 않았는가? 이제 내가 자네들 품 안에 씨앗이라는 꿈을 심어 주겠네. 이제 멋진 꿈들 꾸시게. 여름엔 멋진 꿈의 결실을 맺어 주시게. 우리 민석이 꿈은 뭔가?" "아직 꿈이 없어요." "저런, 꿈이 없다는 것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안되지. 우리 민석이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진 총각이 꿈이 없어선 안되지." "할머니 꿈은 뭔데요?" "아이 부끄러워라. 이 할미는 매일 꿈이 바뀌는데..어제는 준석이한테 동화책 한권 읽어주는게 꿈이었고, 오늘은 민석이와 함께 밭에 오는 것이 꿈이고, 내일은 혼자 사는 최씨 노인 집에 가서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이야기 듣고 오는 것이 꿈이고." "에이 할머니, 그런 꿈 말고 거창한 것 없어요? 예를 들면 높은 산을 정복하고 싶다거나 멋진 할아버지 만나서 데이트하고 싶다거나....." " 에이 이녀석! 할머니를 놀리기는."
며칠 뒤 민석이는 할머니에게 이모가 살고 있는 미국에 가보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후 여행사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할머니는 민석이의 꿈을 이루게 해주기 위해 만두를 빚어 팔아 비행기표값을 마련하신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단풍이 들던날, 갑작스런 할머니의 죽음을 맞이하는 가족들은 충격과 슬픔에 휩싸이고 모든 생활은 변한다. 부모님께서 일을 하시기때문에 낮시간에 동생 준석이를 민석이가 책임져야 했고 아이들 양육문제로 부모님들이 다투시는 날도 많아졌고 유일한 친구인 할머니마저 계시지 않아 학교를 끝내놓고 갈곳도,맛난 음식을 먹을 수도, 텃밭에서 보물찾기도 할 수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할머니 집앞에 가게 되면서 할머니와의 추억들이 하나 하나 떠오른다. 어느날 동생과 보물찾기 놀이가 생각나 돌멩이를 들춰보는데 '우리 민석이 친구데려오기, 할머니는 고구마탕 해주기' 라는 쪽지를 발견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친구를 사귀겠노라고 했는데 그 순간이 너무 빨리 찾아와 버린것이다.
민석이는 친구의 조건으로 공부 잘 하는 아이, 운동도 적당히 할줄 아는 아이, 절대 왕따가 아닌 아이, 약간의 유머 감각이 있는 아이, 절대 이기적이지 않은 아이, 어느 정도 유행을 따라갈 줄 아는 아이의 자격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친구 호식이를 통해 그런 것이 친구의 자격이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맞는다. 마마보이라는 놀림도 받고 틱장애도 있는 호식이의 겉모습과는 달리 꽤 괜챦은 아이라는 것을 알아가며 조금씩 친구의 맛을 보게 되며 우정도 쌓아간다.
민석이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할머니께서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또한 그 말들을 가슴에 새긴다. 나도 내 딸들에게 하나하나 가슴에 남는 말만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아이들도 소중하고 좋은 친구를 만나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기를... 보이는게 다가 아니고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 딸이 되기를... 진실이 무엇이고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