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나희덕 지음 / 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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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달 6기의 마지막 도서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가 도착했다.
나희덕 산문집.
아마도 수많은 시와 시집으로 만났던 작가일 것이었다.

장석주 시인이 쓰신 산문집이 정말 좋아서 엄청 기대가 되었다!

점심을 먹고 도착한 책을 보고, 기쁜 마음에 산책길에 들고 나갔다가 푸름푸름 넘치는 교정에서 찰칵!
표지사진과 정말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멀미가 너무 심해서 버스에서 엄마가 봉지를 턱에 대고 있어야할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멀미가 사라져 버스는 애정하는 독서의 장소가 되었다.


책은 아마도 작가님이 직접 찍으신 사진과 그에 알맞는 에피소드들이 담겨져 있다.
사진이 참 좋았다. 
대충 찍은 것 같으면서도 이야기에 맞는 사진을 잘 배치해두었다는 것은 찍은 사진이 많거나,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것 같았따.



요즘 글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작가님들은 정말 작가이구나 싶다.
쉬이 읽히는데, 또 뒤돌아 생각하게 된다. 
가볍게 쓴 것 같으면서도 여운을 남겨 자꾸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산책하듯 기분 좋게 읽히는 글들이 많아 좋았다.




p.52
"대상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사랑할 수는 있다"는 영화 대사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이해할 수 없는 시계를 사랑하는 일밖에 없었다.


p.91
이처럼 뒷모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동시에 아주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도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넘치는 거짓과 위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그나마 정직하고 겸손할 수 있는 것은 연약한 등을 가졌기 때문이다. 뒷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다.


p.112
새들의 집은 아주 작고 가볍다. 특히 대지에 뿌리내리지 않아도 되는 물새 둥지는 수초처럼 늘 흔들린다. 새들의 자유는 이렇게 정주의 욕망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닐까. 왜 인간은 대지에 뿌리내리는 일로부터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이면 수많은 창문들을
올려다보며 그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p.136
이솝우화가 있다. 옛날에 행복과 불행이 함께 살았는데, 행복보다 힘이 센 불행은 행복을 보기만 하면 못살게 굴었다. 행복은 이리저리 피해다니다가 더이상 피할 곳이 없어서 하늘로 날아올라갔다고 한다. 그후로 이 지상에서는 행복을 좀처럼 볼 수 없게 되고 불행은 넘쳐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제우스는 행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행복을 좋아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너희가 여기서만 살 수는 없지 않느냐, 그러니 여기서 갈 곳을 잘 보아두었다가 하나씩 하나씩 내려가도록 해라. 행복을 얻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로."

p.159
소혹성 B612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의자를 당겨 석양을 바라 보았던 어린왕자처럼 머리에 작업등을 매달고 땅을 파내려가는 그의 고독한 왕국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나무와 숲, 그리고 사물들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나희덕 작가님의 사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 혹은 책에 대한 사유가 정말이지 마음에 들었다.


연구년을 마치시고 큰 괘종시계를 가져오시던 구절은 참 인상 깊었다.
뭔가 괘종시계라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숨을 불어넣어주시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고흐, 안네, 프란츠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모두 짧은 생을 살았고, 시대에 인정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 더욱 와닿았다.
고흐가 살았던 오베르 쉬즈 오아즈에 갔던 적이 있었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 서서(사실 그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이라 밀이 하나도 없었다)
고흐는 정말 미쳤다고 생각했다. 이 하늘과 밀밭과 그리고 까마귀. 또는 그 공기를 고흐의 그림으로 표현했다니, 미쳤다는 말밖에는.



퇴근길에 위에 사진 두장을 찍었다.
책을 손에 들고 퇴근하는 나에게 친한 지인이 책이 참 이쁘네요 :) 라고 해줬다.
그래서 지친 하루 퇴근길에 뭔가 위로가 되었다.


곱씹어 또 읽고 싶고, 만나뵙고 싶은 작가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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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정기린 지음 / 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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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린씨였다.
작가의 이름이 정.기.린-
본명이라고 하였다. 빠밤!
목짧은기린씨라는 아이디를 쓴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본명이 기린씨인 작가를 만나다니!
되게......운명 같았달까.ㅋㅋㅋㅋㅋㅋㅋㅋ

표지의 색감과 상구님이 찍은신 사진이 정말 멋졌다!
정말. 정말. 아 이걸 어떻게 글로 다 표현할까.
솔직히 말하면 두권의 책을 받고 이 책이 넘나 기대되서 이 책 먼저 읽었는데,
서평은 그 책이 먼저였다고 한다! 그치만 둘다 넘나 좋았다는 것!!

책을 받고, 제목에 아- 감탄하다가
정기린 보냄
보냄- 이라니. 편지글인가? 싶었다. 
나는 편지를 정말 정말 좋아해서 아직도 구닥다리처럼 손편지를 즐겨 쓰는데.
기대기대를 하며 책을 열었다.

정.기.린 작가님의 소개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저 짧은 4줄이 얼마나 큰 울림을 주었는지.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노희경 책도 생각이 났다.



끝내 부치지 못한 이 편지.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현실일까 허구일까.
온갖 물음표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가,
자꾸 눈물이 고여서,
마음이 지잉- 또 눈물이 고여서 책을 몇번이나 덮었는지 모른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잘 이해가 안가는데, 분명 자꾸 같은 줄을 읽고 또 읽는 것 같은데 눈물이 났다.
내 마음 깊숙히 있던 어떤 것들이 툭툭 터지는 듯한 기분,이랄까.



조용히 비가 오는 날 커피숍에서,
늦은 새벽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대 위에서,

읽고 싶었던 책이다.



읽던 줄을 또 위로 올라가 읽고 읽었던 책을 반이나 다시 첫장을 열어 두번씩 읽었다.
그의 마음은 어려웠지만 진심이었다.


쉬이 쓰지 않은 글이라 쉬이 읽히지 않았던 걸까.
거부감이 있어 읽히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읽어내려가기 조심스러웠던 마음 같다.


'당신이라서 가능한 날들이었다.

그 당신은 이제 당신의 존재를 알까요?


누군가 이렇게 진실된 마음으로 나를 봐준다면, 그건 사랑일거라고- 그건 사랑인거라고 알려주는 메시지를 주었다.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기 벅차 눈물이 고이는 이런 편지를 주는 사람이라면 나를 사랑하는 거라고-
그런 믿음을 주었다 :)



2쇄에는 좀 더 다듬어 출판하시고 싶다던 작가님은,
어서 다른 책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p.11
허나 심장 대신 당신이라는 존재가 내 안에서 뛰어 당신의 이름을 가만 불러보면 그 순간의 시공간이 그 울림에 장악되고 마는 현상이 사랑이라면,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내가 자꾸만 닮아가는 것과 이렇게나 멀리 있는데도 당신을 선연히 느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그대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p.15
그래서 나는 당신이어야만 하는 거예요. 당신이 나를 믿어준다면, 우리는 당신이라는 빛과 나라는 어둠을 동시에 품은 더 커다란 하나가 될테니까요.

p.16
당신은 내게 돌이킬 수 없는 필연이었듯,
당신도 나로 인해 비로소 온전해질 것을
나는 약속하니까요.

p.34
생이라는 건 젊을 떄는 저기 뒷산만하기 마련인데 살아보니 부서지고 깨지고 닳아서 결국 조막만해지더라는 걸 그분을 알게 되셨대요.

p.35
그러면 나는 그분께 소개할 겁니다. 어르신, 이 사람이 제가 세상에서 찾은 인간 존재의 원형입니다.
그래서 평생을 두고 소중히 여기고 아껴 돌보겠노라 제가 약속한 사람입니다.

p.60
가장 진실한 행복은 본연은 모든 이들의 것이 결코 서로 다를 수가 없다는 확인이었어요.

p.62
행복이란 건 그것의 실체를 끝끝내 의심할 수 있는 자만이 진실로 쟁취해낼 수 있는 것이라, 그렇게 믿어왔고 믿고 있으며 믿을 테니까요.


p.79
이 생의 모든 의미는 당신이라는 우주, 그리고 우리라는 미지의 끝으로 이미 수렴되어가고 있으니까요. 당신의 도움 없이는, 그 세계의 지도를 완성해내지 못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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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블랙에디션)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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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억만겹의 사랑을 담아 너에게-

내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했던 책이다.

사실 더 좋아하는 작가도, 더 좋아하는 책도 있는데 유독 보통의 존재 노란색 1판을 가장 많이 선물했다.

블랙에디션이 나왔을 때 처음엔 구입하고 싶지 않았다. 보통의 존재는 노란색이여야만 할 것 같았다.

블랙에디션을 받았다. 오와- 진짜 이뻐. 겁나 이뻐. 라며 감탄.

예쁘다. 직업상 양장본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정말 예쁘다.

그래서 좋았다. 예쁘니깐.(ㅎㅎㅎㅎㅎ)

 

이석원 작가 특유의 문체가 좋다.

그래서 소설 실내인간도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는 이 에세이에서 자신의 많은 것들을 밝힌다.

가수이자, 작가고, 음악을 하는 사람, 이혼을 했고, 자신의 아픈 경험담 등등.

솔직 담백한 이야기가 좋았다. 아픈 이야기에서 누군가의 동정을 바라고 쓰지 않은 글들이 좋았다.

 

왜 1판을 두권이나 가지고 있는데 포스트잇이 하나도 없지? 좋은 구절을 왜 하나도 표시 안해놨었지? 했는데. 다 좋았다. 페이지마다, 구절구절마다. 그래서 포스트잇을 붙이지 못했다.

 

블랙에디션을 다 못 읽었다.

양장본 상처가 날까봐 가방속에 못 넣어다니겠다.

오랜만에 읽으니 새롭고, 아껴 읽고 싶다.

아껴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 한 권 한 권 늘어나서 좋다.

 

 

작가님이 어서 다른 책도 내주셨으면 좋겠다 :)

 

 

 

 

 

 

 

 

 

 집에 있던 노랑이들과-

책이 참 이쁘다.

달 출판사의 매력 아닐까?

책이 이쁘다는 것!

 

 

 

 

 

 

억만겹의 사랑을 담아 너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모든 이를 나는 사랑했었나보다.

억만겹의 사랑이라니. 캬.

 

 

 

더 좋은 페이지를 찍다가 멈추었다.

그냥 그렇게 계속 읽고 싶은 책으로 남겨둘테다.

 

 

억만겹의 사랑을 담아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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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지음 / 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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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읽어내려가면서 음....'뭐지?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이네'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생각보다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서 괜히 작가도 나도 짠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랑'이 본명이라니! 정말 예쁜 이름이다.
난 음악을 잘하는(특히 피아노를 잘 치거나, 기타를 잘 켜는) 사람들이 부럽다.
근데 글도 잘 쓰고, 기타도 잘 치고, 만화 그림도 잘 그리다니...........거기다가 전공은 영화였다.



너무 할줄 아는 게 많아서 제목이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일까?


마음에 생채기가 많이 난 사람 같았다. 왠지 다독여주고 싶은.
근데 또 엄청 씩씩하다. 씩씩한 척 괜찮은 척 하는 걸까.
사람들은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걸까?


표지에 마이크의 빨간선이, 마치 인연의 빨간선 같아서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사람과 작가를 연결해주는 실 같았다.


가장 공감갔던 부분은 p268에 '사라지기도 힘들다'
죽으면 죽은 나를 발견하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힘들 거라는 것과 죽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
내가 중2때 엄청난 마음의 방황을 할 때 생각했던 것들인데!!!라며 공감했다.

나는 내가 죽을 수 있는 방법(중2수준)에서 모든 걸 생각해 봤는데 예쁘게 죽는 방법이 없어서,
그게 너무 슬퍼서 매일 밤 울었다.
손목을 긋거나, 높은데서 떨어지거나, 물에 빠져 죽거나, 차에 치이거나 모두 엄청!! 보기 싫었다. 피가 철철 나거나 중1때 영어시간에 영어선생님이 말하셨던
높은데서 떨어져 죽으면 윽 죽을 것 같지? 머리에서 순두부가......(너무해!!!) 여튼.
그래서 생각했던 게 백합을 방 안에 가득 깔고 공기가 통하지 않게 창문을 꽁꽁 닫으면 질식사 한다는 거였다.(어린 생각에 너무 아름다웠다)
그치만 그 어린 나이에 백합살 돈이 없어서 또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났다.



작가는 참 많이 울었다.
자꾸 눈물이 난다고 했다.
여린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괜찮은 척, 단단히 살아나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모습이 왠지 나 같고, 많은 사람들의 견디고 있는 모습 같아서 많이 공감가고 다독여주고 싶었다.


이랑 작가의 책의 마지막 표지에 
'나는 뭔가 되게 크게 잘못된 것 같아
겪어도 겪어도 나란 사람은'

이라고 적혀있다.
뭐 사회의 통념으로 볼 때 이상하긴 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또 다르게 보자면 그냥 다른 것 아닐까.
사람들 살아가는 게 모두 다른 것인데, 자꾸 틀리다고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회가 싫다.(뭐 그렇다고요)

여튼 가볍게,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재미나게 읽었다. :)


 



p.27
선생님은 낭비하는 게 직업인데?

너희가 나중에 커서 박수 아티스트나 장난감 악기 아티스트나, 선생님이랑 같이 한 재미난 것들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되면 진짜 뿌듯할 것 같다.


p. 44
'그냥 친구'는 항상 좀 이따가 전화한다고 하거나, 내일 전화 한다고 하지만 결국 전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대로 카페에서 글쓰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p. 109
올해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다. '즐겁게 살자'


p. 114
나는 몇 개의 화장품을 받고 혹시라도 이것에 익숙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너무 많이 들었는데 말이다.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p.123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당연히 그 사람이 관심을 갖고 나를 봐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애가 타기 시작한다. 나는 그가 나에게 관심을 갖도록 마음을 끊임없이 표현하고 때론 바보 같은 짓도 한다.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나도 너를 좋아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왜 나는 '혹시 주위에 더 멋진 사람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인가?

p.181
대만에서 무대로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들과, 샤이니에게 고맙다고 외치며 울고 있던 그 여자. 그들 모두의 슬픈 마음과 그들이 콘서트장 안에서 받는 위로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팔장 낀 방관자, 하나님석의 방관자였다. 나도 위로를 받고 싶었고 쓰레기를 던지거나 무대로 함성을 보내는 것응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좀 부러웠다.

나는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p.195
내가 이렇게 죽음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먼저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화를 낸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사랑하다못해 집착하기 때문에 죽음이 무서우너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뺏길 것들이 두려워서 벌벌 떠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뺏길까봐 무서운 것이다.


p.244
가끔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레드벨벳의 <행복>도, 중학생 때 좋아했던 H.O.T의 <행복>도 정말 많이 들었고 많이 불렀다. 나는 사람들이 '행복'을 말할 때, '행복'을 노래할 때의 그 느낌이 좋았다. 구름 위로 솟아오르려고 하는 듯한 음들. 발랄한 목소리들. 
그런 소리들을 묻어두고 왜 나는 긴장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가.

p.256
그래도 나는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도 알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 알아야하고, 그러려면 나의 어둡고 슬퍼하는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일은 정말이지 아주 고단하다.

그래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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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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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다만 김애란의 단편집 '침이 고인다'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한해가 지나면서 내 감수성과 지식이 늘어났는지 올해 읽는 침이 고인다는 왠지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은 한 문장이다.

서점에 갔다가 별로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싶진 않았는데(집에서 멀었고, 가방안에 다 읽지도 않은 책이 있었으므로, 사면 짐이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결국 책을 들었다.

약속이 끝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읽기 시작한 두근두근 내 인생.

보건샘이 라디오에서 책 소개를 들으셨다며 나에게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침이 고인다도 다시 읽기 시작했던 것인데- 새롭다. 겨우 32살 된 김애란이 이런 작품을 써낸다는 것이 놀랍고 부럽다.

 

 

주인공 '한아름'이는 17살 동갑내기 아빠 엄마의 아들이다. 부모의 나이를 보다시피 어린 시절 의도치 않게 생겨난 아름이이다. 그렇지만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과연 그럴까?) 아름이도 사랑받고 자란다. 엄마 미라와 아빠 대수, 그들의 꿈꾸지 못하는 삶도 왠지 공감가고 좋았다. 17살- 그 꿈많은 나이에 왜 꿈이 없을까? 그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부딪혀 꿈꾸지 못하는 것이겠지.

가수가 꿈이었던 엄마 미라는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잃고, 대수도 마찬가지로 태권도 특기생으로 체대에 들어가긴 했지만 태권도 선수가 꿈은 아닌 것처럼.

 

아름이는 예쁘게 남들처럼 또랑또랑 잘 자라나다가 3살인가 4살 무렵 갑자기 고열과 구토에 시달려서 병원에 가니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큰 병원으로 가라해서 가니깐 '빨리 자라는 병' 즉 조로증에 걸렸다.

20대를 갓 넘겼을 부모 미라와 대수는 내 아이가 조로증이라는 것에 어떤 것을 느꼈어야할 것인가?

치료를 위해 부천으로 올라왔고, 어느새 아름이는 17살이 되었다. 책 속의 아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발작이 심해서 학교를 관두었었다. 몸이 자라는 속도만큼 배우는 것도 많이 배워야겠다 싶어서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다. 말하는 것,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 17살 아이답진 않다.

 

옆집 장씨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 잘 통하는가 싶다가도, 영락없는 17살 사춘기 소년같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철없는 아빠 엄마는 정말 부모가 되니깐 철이라도 드는 듯. 그 모든 모습이 아름이가 자신의 자식이고 아끼는 모습이 절절히 드러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한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괜찮은 척, 의연하게 모든 일에 대처하는 아름이에 모습도 마음을 울렸다.

 

 

어느 날 엄마 미라는 친구 수미의 추천이 있었던 '이웃에게 희망을'이라는 방송을 결국 아름이에 의해서 결심하게 된다. PD는 고등학교 시절 수미의 앞자리 등수를 빼앗던 전학생 승찬이었다. 방송에 나가면 아름이가 후원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아픈 아름이가 병원비가 없어서 제대로 치료받고 있지 못하다는 게 항상 마음에 걸리던 부모였다.

결국 아름이의 가족은 방송에 나갔고, 후원금은 물밑듯이 밀려와 아름이는 병원에 입원했다. 시청자 게시판엔 생각보다 쓸대없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고, 어느 날 확인해보니 이서하라는 17살 동갑내기 여학생에게 메일이 와있었다. 왠지 설레이고 떨리는 메일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동안 친구가 없어 장씨 아저씨가 유일한 친구였던 아름이에게 진짜 친구가 생기는구나 싶었는데! 너무 잔인하게도 서하는 35살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아저씨였다. 책을 읽으면서도 끔찍했다. 그 사실을 결국 아름이도 알게 되니깐.

 

 

17살 나이엑 80살 노인의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름이의 이야기는 결국 예상대로 죽음으로 끝맺는다. 착하고 바르고 모든 것이 호기심인 아름이를 보면서, 이 하루하루를 정말 소중히 살아가야겠구나를 느낀다. 그리고 아름이가 부모에게 선물해줄려고 써나갔던 미라와 대수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17살 나이에 3살부터 자신의 모습을 잃어간 아름이가 마지막에 장씨할아버지한테 부탁했던 것이 마음에 서걱서걱 걸렸다.

'할아버지 나 부탁이 있는데요. 술 한잔만 사주시면 안되요? 진짜 한번만요?'라는 입원하러 가는 길에 인사하러 왔던 아름이의 부탁을 장씨할아버지는 들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결국 입원해 있는 아름이를 찾아와 소주팩 하나를 건낸다.  나이 들어가는 아름이의 겉모습과 속은 영락없는 17살, 모든 걸 빨리 경험해보고 싶을 그 마음이 왠지 짠하였다. 아름이의 인생은 정말 두근두근 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가-

 

마지막 평에서 별점하나를 뺐던 이유는 대수와 미라의 이야기를 아름이가 죽기 전 선물하는데 '두근두근 그 여름'의 대수와 미라가 마치 17살에 치기어린 호기심의 행동으로 보기엔 왠지 좀 위험해보이지 않았나 싶어서이다. 책을 읽는 20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면 안되니깐?(하는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해본다)

 

 

17살 한아름의 이야기로 마음이 따뜻해지던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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