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지음 / 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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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읽어내려가면서 음....'뭐지?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이네'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땐 
생각보다 공감가는 내용이 많아서 괜히 작가도 나도 짠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랑'이 본명이라니! 정말 예쁜 이름이다.
난 음악을 잘하는(특히 피아노를 잘 치거나, 기타를 잘 켜는) 사람들이 부럽다.
근데 글도 잘 쓰고, 기타도 잘 치고, 만화 그림도 잘 그리다니...........거기다가 전공은 영화였다.



너무 할줄 아는 게 많아서 제목이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일까?


마음에 생채기가 많이 난 사람 같았다. 왠지 다독여주고 싶은.
근데 또 엄청 씩씩하다. 씩씩한 척 괜찮은 척 하는 걸까.
사람들은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는 걸까?


표지에 마이크의 빨간선이, 마치 인연의 빨간선 같아서 이 책을 만나는 모든 사람과 작가를 연결해주는 실 같았다.


가장 공감갔던 부분은 p268에 '사라지기도 힘들다'
죽으면 죽은 나를 발견하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힘들 거라는 것과 죽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
내가 중2때 엄청난 마음의 방황을 할 때 생각했던 것들인데!!!라며 공감했다.

나는 내가 죽을 수 있는 방법(중2수준)에서 모든 걸 생각해 봤는데 예쁘게 죽는 방법이 없어서,
그게 너무 슬퍼서 매일 밤 울었다.
손목을 긋거나, 높은데서 떨어지거나, 물에 빠져 죽거나, 차에 치이거나 모두 엄청!! 보기 싫었다. 피가 철철 나거나 중1때 영어시간에 영어선생님이 말하셨던
높은데서 떨어져 죽으면 윽 죽을 것 같지? 머리에서 순두부가......(너무해!!!) 여튼.
그래서 생각했던 게 백합을 방 안에 가득 깔고 공기가 통하지 않게 창문을 꽁꽁 닫으면 질식사 한다는 거였다.(어린 생각에 너무 아름다웠다)
그치만 그 어린 나이에 백합살 돈이 없어서 또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났다.



작가는 참 많이 울었다.
자꾸 눈물이 난다고 했다.
여린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괜찮은 척, 단단히 살아나가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모습이 왠지 나 같고, 많은 사람들의 견디고 있는 모습 같아서 많이 공감가고 다독여주고 싶었다.


이랑 작가의 책의 마지막 표지에 
'나는 뭔가 되게 크게 잘못된 것 같아
겪어도 겪어도 나란 사람은'

이라고 적혀있다.
뭐 사회의 통념으로 볼 때 이상하긴 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또 다르게 보자면 그냥 다른 것 아닐까.
사람들 살아가는 게 모두 다른 것인데, 자꾸 틀리다고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회가 싫다.(뭐 그렇다고요)

여튼 가볍게,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재미나게 읽었다. :)


 



p.27
선생님은 낭비하는 게 직업인데?

너희가 나중에 커서 박수 아티스트나 장난감 악기 아티스트나, 선생님이랑 같이 한 재미난 것들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되면 진짜 뿌듯할 것 같다.


p. 44
'그냥 친구'는 항상 좀 이따가 전화한다고 하거나, 내일 전화 한다고 하지만 결국 전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대로 카페에서 글쓰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p. 109
올해 한 가지만 생각하고 있다. '즐겁게 살자'


p. 114
나는 몇 개의 화장품을 받고 혹시라도 이것에 익숙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너무 많이 들었는데 말이다.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p.123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당연히 그 사람이 관심을 갖고 나를 봐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애가 타기 시작한다. 나는 그가 나에게 관심을 갖도록 마음을 끊임없이 표현하고 때론 바보 같은 짓도 한다.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나도 너를 좋아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왜 나는 '혹시 주위에 더 멋진 사람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인가?

p.181
대만에서 무대로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들과, 샤이니에게 고맙다고 외치며 울고 있던 그 여자. 그들 모두의 슬픈 마음과 그들이 콘서트장 안에서 받는 위로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팔장 낀 방관자, 하나님석의 방관자였다. 나도 위로를 받고 싶었고 쓰레기를 던지거나 무대로 함성을 보내는 것응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좀 부러웠다.

나는 어디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p.195
내가 이렇게 죽음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먼저 죽어버리겠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에게 화를 낸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한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사랑하다못해 집착하기 때문에 죽음이 무서우너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뺏길 것들이 두려워서 벌벌 떠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뺏길까봐 무서운 것이다.


p.244
가끔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레드벨벳의 <행복>도, 중학생 때 좋아했던 H.O.T의 <행복>도 정말 많이 들었고 많이 불렀다. 나는 사람들이 '행복'을 말할 때, '행복'을 노래할 때의 그 느낌이 좋았다. 구름 위로 솟아오르려고 하는 듯한 음들. 발랄한 목소리들. 
그런 소리들을 묻어두고 왜 나는 긴장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가.

p.256
그래도 나는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도 알고 싶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지 알아야하고, 그러려면 나의 어둡고 슬퍼하는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 일은 정말이지 아주 고단하다.

그래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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