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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작년에 읽다만 김애란의 단편집 '침이 고인다'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한해가 지나면서 내 감수성과 지식이 늘어났는지 올해 읽는 침이 고인다는 왠지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은 한 문장이다.
서점에 갔다가 별로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고 싶진 않았는데(집에서 멀었고, 가방안에 다 읽지도 않은 책이 있었으므로, 사면 짐이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결국 책을 들었다.
약속이 끝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읽기 시작한 두근두근 내 인생.
보건샘이 라디오에서 책 소개를 들으셨다며 나에게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침이 고인다도 다시 읽기 시작했던 것인데- 새롭다. 겨우 32살 된 김애란이 이런 작품을 써낸다는 것이 놀랍고 부럽다.
주인공 '한아름'이는 17살 동갑내기 아빠 엄마의 아들이다. 부모의 나이를 보다시피 어린 시절 의도치 않게 생겨난 아름이이다. 그렇지만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과연 그럴까?) 아름이도 사랑받고 자란다. 엄마 미라와 아빠 대수, 그들의 꿈꾸지 못하는 삶도 왠지 공감가고 좋았다. 17살- 그 꿈많은 나이에 왜 꿈이 없을까? 그건 없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부딪혀 꿈꾸지 못하는 것이겠지.
가수가 꿈이었던 엄마 미라는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잃고, 대수도 마찬가지로 태권도 특기생으로 체대에 들어가긴 했지만 태권도 선수가 꿈은 아닌 것처럼.
아름이는 예쁘게 남들처럼 또랑또랑 잘 자라나다가 3살인가 4살 무렵 갑자기 고열과 구토에 시달려서 병원에 가니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큰 병원으로 가라해서 가니깐 '빨리 자라는 병' 즉 조로증에 걸렸다.
20대를 갓 넘겼을 부모 미라와 대수는 내 아이가 조로증이라는 것에 어떤 것을 느꼈어야할 것인가?
치료를 위해 부천으로 올라왔고, 어느새 아름이는 17살이 되었다. 책 속의 아름이는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발작이 심해서 학교를 관두었었다. 몸이 자라는 속도만큼 배우는 것도 많이 배워야겠다 싶어서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다. 말하는 것,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 17살 아이답진 않다.
옆집 장씨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 잘 통하는가 싶다가도, 영락없는 17살 사춘기 소년같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철없는 아빠 엄마는 정말 부모가 되니깐 철이라도 드는 듯. 그 모든 모습이 아름이가 자신의 자식이고 아끼는 모습이 절절히 드러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또한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괜찮은 척, 의연하게 모든 일에 대처하는 아름이에 모습도 마음을 울렸다.
어느 날 엄마 미라는 친구 수미의 추천이 있었던 '이웃에게 희망을'이라는 방송을 결국 아름이에 의해서 결심하게 된다. PD는 고등학교 시절 수미의 앞자리 등수를 빼앗던 전학생 승찬이었다. 방송에 나가면 아름이가 후원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아픈 아름이가 병원비가 없어서 제대로 치료받고 있지 못하다는 게 항상 마음에 걸리던 부모였다.
결국 아름이의 가족은 방송에 나갔고, 후원금은 물밑듯이 밀려와 아름이는 병원에 입원했다. 시청자 게시판엔 생각보다 쓸대없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고, 어느 날 확인해보니 이서하라는 17살 동갑내기 여학생에게 메일이 와있었다. 왠지 설레이고 떨리는 메일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동안 친구가 없어 장씨 아저씨가 유일한 친구였던 아름이에게 진짜 친구가 생기는구나 싶었는데! 너무 잔인하게도 서하는 35살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아저씨였다. 책을 읽으면서도 끔찍했다. 그 사실을 결국 아름이도 알게 되니깐.
17살 나이엑 80살 노인의 몸을 가지고 살아가는 아름이의 이야기는 결국 예상대로 죽음으로 끝맺는다. 착하고 바르고 모든 것이 호기심인 아름이를 보면서, 이 하루하루를 정말 소중히 살아가야겠구나를 느낀다. 그리고 아름이가 부모에게 선물해줄려고 써나갔던 미라와 대수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17살 나이에 3살부터 자신의 모습을 잃어간 아름이가 마지막에 장씨할아버지한테 부탁했던 것이 마음에 서걱서걱 걸렸다.
'할아버지 나 부탁이 있는데요. 술 한잔만 사주시면 안되요? 진짜 한번만요?'라는 입원하러 가는 길에 인사하러 왔던 아름이의 부탁을 장씨할아버지는 들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결국 입원해 있는 아름이를 찾아와 소주팩 하나를 건낸다. 나이 들어가는 아름이의 겉모습과 속은 영락없는 17살, 모든 걸 빨리 경험해보고 싶을 그 마음이 왠지 짠하였다. 아름이의 인생은 정말 두근두근 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가-
마지막 평에서 별점하나를 뺐던 이유는 대수와 미라의 이야기를 아름이가 죽기 전 선물하는데 '두근두근 그 여름'의 대수와 미라가 마치 17살에 치기어린 호기심의 행동으로 보기엔 왠지 좀 위험해보이지 않았나 싶어서이다. 책을 읽는 20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면 안되니깐?(하는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해본다)
17살 한아름의 이야기로 마음이 따뜻해지던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