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글쓰기 레시피 - 맛있게 쓸 수 있는 미술 글쓰기 노하우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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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신선한 책이었다.

어렵다는 것은 내게 예술 특히 미술, 음악 분야는 너무 어렵다.

그저 좋아하는 화가가 몇 명 있을 뿐 :)

코로나19로 전시회를 가본지 오래되었네-라고 생각 했는데 2월 제주도 빛의 벙커 고흐전을 다녀왔구나!

책을 읽고, 혹은 작품을 감상하고 글을 쓰는 행위는 조금 어렵다. 아이들이 내게 서평 쓰는 법을 종종 묻곤 한다(요즘 수행평가 시즌이라 더더욱 ㅋㅋ) 서평을 쓰는 건 나름 잘하는 것 같은데, '맛있게 쓸 수 있는 미술 글쓰기 노하우'라니.

사실 요즘 정-말 바쁘다. 학기 말이기도 하고, 방학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책 한 권 읽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ㅠㅠ 조금 더 꼼꼼히 잘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정민영 작가님은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은 많지만 각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각론 격의 글쓰기 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정말 그렇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생각한 것은 내가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 :)

'감상의 주인은 나'이다. 나는 귀여운 수준으로 국문학을 배웠는데(네 졸업도 했어요?ㅋㅋ) 현대시론 배울 때 강사님의 말씀이 잊혀지질 않는다. 어떤 작품을 주제가 무엇이고 시대젹 배경이 어쩌고- 과연 작가들이 그런 평을 원할까요? 글이 완성되고 나서 감상은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왜 미술 작품에는 적용시키지 못했었을까?

이번에 갔던 빛의 벙커 고흐전도 김찬용 도슨트님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했다. 물론-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고흐에 대한 명확한 해설이. 그치만 평소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감상할 때 많은 생각이 들긴 했던 거 같다. 난 이 그림이 슬퍼 보이는데? 예쁘고 좋아보이는데? 작품 해설은 그렇지가 않다. 그럼 어떤 해석이 맞는 것일까?

p.33

미술감상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향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도 머리에서 가슴으로, 끊임없이 하산하고 있습니다.

미술책 애독자이자 미술 애호가인 그리고 미술대학에서 공부한 작가님도 가진 지식 대신 가슴으로 이해하려 노력중이시구나-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감상자의 맘대로 즐기고 감상의 완성으로 글쓰기를 제안한다

2장은 글쓰기에 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3장은 쓰기 위해서 알아야할 것들이다

4장은 몇가지 글감을 사례와 함께 소개하였다

5장은 글을 쓸 때 유념해야 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의 미술작품은 추상화보다 구상화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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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추리반 - 청소년을 위한 그림 속 세계 역사
송병건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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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라니!
세계사하면 중학교 때 칠판에 세계지도를 휘리릭 그리시던 사회샘이 생각난다.
한국사야 자격증 따느냐고 공부를 조금 했는데, 세계사와 멀어진지 너무 오래된 건 아닐까.

세계사 추리반은 고대&중세, 근대, 현대 세 챕터로 나눠지고 총 20개의 주제를 시대순으로 이야기를 꾸며간다. 세계사라는 주제만 보면 어렵고 다가가기 힘들 것 같는데, 이 책은 그림을 통해 추리하며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또 각 챕터 시작에 우리나라 역사는 어느 시대였는지 연대를 함께 보여주어서 시대를 파악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다. 아는 그림은 없었고,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이 있어 반가웠다 :)

인상 깊었던 내용은 노예제였다. 흔히 노예라고 하면 흑인을 떠올리게 되는 나의 편견이 있었나보다. 고대 로마의 노예는 인종을 가리지 않고 부렸다는 게 놀라웠다. 뭐 우리나라도 신분제가 있었으니까. 고대 로마의 경제적 번영에 대규모 노예 집단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것도 역시 놀라웠다.

그림 속 다양한 이야기와 풀이를 해줘서 기대보다 재밌게 읽었다. 과나하니섬에 상륙하는 콜럼버스라는 판화작품에서는 시대를 각한 동물 칠면조가 등장하는 오류 등 그림을 자세히 보며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자꾸 내가 좋아하지 않는 분야도 읽어보고 도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림은 많이 보고 알아갈수록 재미있는 듯! 그림과 함께 세계사를 배울 수 있어 좋았던 책. 아이들에게도 추천해줘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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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김수정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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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 같았다.

미술교사이신 김수정 작가님이 미알못인 내게도 미술의 경험치를 싸울 수 있는 노하우를 주는 책이었다.

특히 SNS를 긍정적이고 유용하게 사용하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 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시절부터 생각해보면 SNS를 엄청 열심히 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인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요즘에는 클럽하우스까지.

이 SNS가 시간 낭비일 떄가 많다고 스스로 생각한 적이 많았다. 그치만 작가님은 수많은 기관 혹은 작가들을 팔로우 하며 작품 감상에 SNS를 활용하는 면이 멋졌다. 그리고 또한 자신의 기록으로. 나도 매일 기록을 남기는 편이지 좀 더 긍정적으로 사용해봐야지.

 

좋아하는 화가도 꽤 있지만 미술은 여전히 어렵다.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제주 여행을 하고 있었다. '빛의 벙커'라고 고흐전을 하고 있어서 보게 되었다. 고흐는 워낙 좋아하는데, 작가님이 책에서 말씀해주신 도슨트가 생각나서 찾아보게 되었고 덕분에 김찬용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더 알찬 감상을 할 수 있었다.

 

미술을 어렵게만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나도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그림을 잘 알 수 있을까?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작가님 말씀대로 따라 그리는 트레이싱을 열심히 해봐야겠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문화의 날을 이용해서 꼭 미술관에 가야겠다 :)

 

 

파리에서 만났던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도, 현 시대에 프리다 칼로는 인싸가 아니었을까? 이런 해석들이 재미있었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좋았다. 내 인생의 그림을 키워드로 잡고 작가님처럼 마인드맵을 그려봐도 재밌겠다, 생각이 들었다.

 

 

좀 막막하고 어려운 미술을 쉽고 다가가기 재밌게 설명해주어 좋았던 책이다. 학창시절 이런 미술선생님을 만났다면, 내가 조금 더 미술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으려나? :)

 

p.15

프리다 칼로는 아름다우면서도 개성 있는 외모를 가졌습니다. "나는 너무나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라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프리다 칼로는 자신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잘 알고서 자화성을 그리는 화가였습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이 가진 외적 장점을 잘 알며, 자신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도록 스스로를 패션과 소품으로 잘 연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분명 '외향형 인간'이었습니다. 또한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색과 형태가 강렬합니다. 얼핏 그쳐본 후에도 그 이미지가 뇌리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p.17

와콤 신티크 같은 액정 태블릿 펜 마우스가 발달하면서 디지털 페인팅은 이미 일반화 되었습니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 어도비 포토샵이나 코렐페인터 같은 데스크톱 기반 프로그램, 손에 쥐고 어디에나 들고 다닐 수 있는 디지털 패드용 페인팅 프로그램이 수많은 전문가를 양성해줍니다.

 

p.26

미술영화도 더러 원작 소설이 잇습니다. '진주 귀고리 소녀' 등이 그것입니다. 이정명 작가의 우리 풍속화를 소재로 한 소설 '바람의 화원'은 동명의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를 통해 '신윤복'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 '미인도'를 통해 '신윤복'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읽는다면 두 시간으로 압축해 표현한 영화보다 더 깊고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p.49

그림을 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아니,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내가 보는 방식이 곧 감상법입니다. 그림을 보는 법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맞는 답도 틀린 답도 없습니다. 스스로 느끼고 반응하고, 그림에서 자신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림의 사연에 관심을 두고 '그림 속 그림' '그림 후 그림' '그림 옆 그림'을 함께 들여다보는 방법을 제시하지만,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p.76

모든 감상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같습니다. 바로 미술을 '삶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미술이 내 삶에 들어오고, 이윽고 미술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것, 그런 면에서 '그림 갖고 놀기'는 제가 추천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촉각적인 감상법입니다.

 

p.79

그림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림 그리는 걸 어려워하는 이에게 저는 그림 따라 그리기, 일명 '트레이싱'을 권합니다. 원래 모든 그림 그리기의 시초는 모사입니다. 제가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착각한 계기는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주인공 오스칼을 끊임없이 따라 그리면서였습니다.

 

p.87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의지만큼 환경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가장 즐겁고 편안한 상태에서 좋은 정보는 나에게 행복을 주고 자연스럽게 몸에 스밉니다. 여러분의 SNS 환경을 아름다운 정보로 구성해보는 건 어떨까요. 제 삶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서 아름다워졌습니다. 아름다움에 관한 생의 원리는 지극히 단순합니다. 내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면 이를 가까이하게 되고, 가까이할수록 더 사랑하게 되며, 사랑함으로써 아름다움이 나의 일부가 됩니다.

 

p.95

저는 미술이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그냥 미술과 함께 나이 들어보세요'라고 권유합니다. 단언컨대, 미술을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미술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입니다.

 

p.109

'국립'이라는 이름표를 단 미술관의 가장 좋은 점은 관람료입니다. 상설전 역시 입장료는 5000원 이하로 저렴한 편이며, 서울관의 경우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나 금요일과 토요일 야간 개장 시 비용을 들이지 않고 훌륭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p.112

스타 도슨트가 등장했습니다. '루천남(루브르에 천번 간 남자)'이라고 불렸던 고 윤운중, '한국 1세대 도슨트' 김찬용, '피리 부는 남자, 도슨트계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정우철이 바로 그들입니다.

 

p.128

예술을 감상한 후 신체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세로토닌의 수치에 변화가 있고, 질병에 대한 치유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늘면서 의학 전문가들이 운동뿐만 아니라 문화예쑬이 건강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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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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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난 우리 선생님 좋아하지만 게임이나 화장에 부정적인 건 별로야. 각자 선택할 문제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니잖아. 넌 어떻게 생각해?"

p.61

가끔 게임에서 저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게임은 심심풀이로 하는 거지, 랭킹이나 레벨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들 한다.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다. 게임의 세계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나는 한 번도 게임을 심심풀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현실 세계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상 세계 역시 내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게임에서도 언제나 매너를 지키고 룰을 따른다. 그 안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고 진지하게 경쟁한다.

p.64

유니콘 마스크 _ 게임은 또 하나의 세계예요. 새로운 기회의 땅이죠. 어른들의 간섭과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에게 현실 세계는 너무 좁습니다.

외계인이라니!!!

외계인이라고 맨날 놀림을 당하던 소은하가 정말 외계인이었다.

어른들이 읽기에는 뭔가 유치하고 허무맹랑할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 외계인 소은하와 함께하는 내내 정말 즐겁고 박진감이 넘쳤다.

PC방을 운영하는 아빠와 마사지를 하는 외계인 엄마라니......

이상한 조합이면서도 왠지 어울리는 상황 같았다.

외계인 소은하와 그녀의 친구들이 함께 지구를 지킨다! 어떻게?!

이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재밌을 줄이야 :)

유치할 수 있지만 한 번 책을 잡으면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었다.

가제본으로 받았던 이 책이 출간되면, 꼭 우리 조카 하율이에게 선물해 줘야지!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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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7년
에트가르 케레트 지음, 이나경 옮김 / 이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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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37

매년 6월이 시작할 때면, 우리 가족은 모두 라마트간에 있는 중앙 광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 가면 수십 개의 테이블에 책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우리는 저마다 다섯권씩 골랐다. 가끔은 그 책의 저자가 앉아서 헌사를 적어주기도 했다. 누나는 그걸 정말 좋아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좀 못 마땅했다. 자기가 그 책을  썼다고 해서, 내 소유의 책에 낙서를 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특히 약사가 쓴 것처럼 글씨가 엉망이라면, 게다가 저자가 굳이 사전에서 찾아야하는 어려운 단어를 써놓았고, 찾아보니 고작 "즐기다" 정도의 뜻이라면 더욱 그렇다.


-> 히브리어 도서주간이라는 공식적인 명절과 함께한다는 것이 인상 깊어서 밑줄 :)


p.42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사실 나는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도 좋아한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보안 검색을 받거나 기내에 마지막 남은 자리는 일본인 스모 선수 두 명 사이 좌석뿐이라고 설명하는 수속 창구의 무뚝뚝한 항공사 직원을 만나는 상황을 말하는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 사이, 천국과 땅 사이를 떠가는 양철 상자 안에 갇히는 부분이다. 세상과 완전히 차단되고, 진정한 시간이나 진정한 날씨도 존재하지 않는 양철 상자. 이륙에서 착륙까지 지속되는 중간지대의 그 매혹적인 한 조각이 나는 좋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게 그 비행은 단순히 항공사의 냉소적인 카피라이터가 "높은 고도에서의 즐거움"이라고 명명한 따끈하게 데운 식사를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시간은 세상에서 분리되어 사색하는 때다. 비행은 전화가 울리지 않고 ,인터넷도 안 되는 값진 순간이다. 날아가는 시간은 허비하는 시간이라는 격언 덕분에, 그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불안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잇고, 유용하게 써보겠다는 야심을 전부 벗어던지고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여지를 얻는다. 행복하고 바보 같은 존재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들지 않고, 그저 그 시간을 가장 즐겁게 쓸 방법을 찾는 데 만족하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p.96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코끼리 투어를 했는데, 형의 코끼리가 내 코끼리보다 몇 걸음 앞서갔다. 두 마리 모두 경험 많은 태국 사람이 몰고 있었다. 몇백 미터를 간 뒤 형의 코끼리를 몰던 사람이 형에게 코끼리를 몰아보라고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그 태국 사람은 코끼리를 몰아보라고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그 태국 사람은 코끼리 뒤쪽으로 옮겨갔고, 형이 코끼리를 맡았다. 형은 그곳 사람이 하던 거섳럼 코끼리에게 고함을 치거나 발로 툭툭 차지 않았다. 그냥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코끼리 귀에 뭐라고 소곤거렸다. 내가 있는 곳에서 보니, 코끼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형이 원하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이 되살아났다- 어린 시절과 십대 시절 내내 가졌던 느낌. 형에 대한 자부심과 자라서 형처럼, 목소리를 높이 필요 없이 코끼리를 몰아 원시림을 가로지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 말이다.



p.107

"아빠" 레브가 물었다. "저 아저씨가 뭐라고 했어?"

"저 아저씨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재빨리 말했다. "차에 타고 있을 때는 다리 움직일 때 조심해서 물건을 부수지 말아야 한다고 했어."

레브는 고개를 끄덕이고 밖을 내다보더니 잠시 후 다시 물었다. "그럼 아빠는 저 아저씨한테 뭐라고 했어?"

"나 말이니?" 시간을 조금 벌어보려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저 아저씨 말이 다 맞지만 할말은 조용히, 예의 바르게 해야지 고함을 치면 안 된다고 했어."

"하지만 아빠도 고함을 쳤잖아." 레브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내가 말했다. "잘못한 거지. 그래서 말이야, 이제 사과할거야"

......

"하지만 아빠"

"이제 저 아저씨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야해."

나는 우리 앞에 앉아서 땀을 흘리고 있는 기사를 보았다. 그가 우리 대화를 전부 듣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에게 세 살배기에게 사과하라고 청하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택시 안은 긴장감이 터져나갈 듯 고조되었다. "아가, 너는 똑똑한 꼬마고 세상에 대해서 이미 많은 걸 알지만 아직 다 아는 건 아니지. 네가 아직 모르는 것 중 하나가 미안하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거야. 그리고 운전을 하면서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하는 건 아주, 아주 위험해. 미안하다고 말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거든. 하지만 그거 아니? 우리가 저 아저씨에게 사과해달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보기만 해도 미안해하는 걸 알 수 있으니깐."

"아빠, 나는 아저씨가 미안한지 모르겠어."

그 순간 노르다우로 들어서는 비탈길에서 기사는 다시 한번 브레이크를 꽉 밟더니 핸드 브레이크까지 당겼다. 그는 몸을 돌리더니 아들에게 얼굴을 바짝 갖다 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레브의 눈을 쳐다만 보더니 아주 길게 느껴지는 순간이 지난 뒤 이렇게 속삭였다. "믿어줘라, 꼬마야. 미안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내 조카 생각나서 빵 터져서 웃었다. 유치원 선생님의 실수에 끝까지 '엄마 선생님이 나한테 사과해줬으면좋겠어'라고 말하던 내 조카랑 레브랑 너무 닮아서 ㅋㅋㅋㅋㅋㅋ!!)



p.111

내게는 신이 없지만 누나에겐 있고, 나는 누나를 사랑하니 그 신을 약간은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p.120

*앵그리버드에 대한 가족의 이야기 중-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어머니가 말했다. "네 걸 훔치는 자는 누구든지 죽이고, 그러기 위해 목숨을 희생하라고 가르치는거지"



p.136

#뚱뚱한 고양이들

*레브가 유치원에서 영양사와 비밀협정을 맺어 초콜릿바를 5개씩 얻어먹어 에트가르 케레트와 아내 시라가 소환 당한 일.

"리키 선생님은 네가 초콜릿을 다 먹고 다른 애들이랑 나눠 먹지도 않는다고 하시더라"

"응, 애들은 학교에서 단 걸 먹으면 안 되니깐 나눠줄 수 없어"

"그렇구나, 하지만 애들이 학교에서 단 걸 못 먹는데 왜 너는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애가 아니니까." 레브가 능글맞게 웃었다. "난 고양이잖아." 

"네가 뭐라고?"

"야옹, 야옹, 야옹"


그렇게 성공한 사람들이 이미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처벌과 비난의 위험을 감수하고서 범법을 저지르는 이유를 이해해보려고 오랫동안 노력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따지고 보면, 올메르트는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몇천 달러를 짜내기 위해 항공료를 위조했을 때 찢어지게 가난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히르손도 자기가 일하던 조직에서 돈을 횡령했을 때 굶으며 지내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레브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보니 모든 것이 분명해졌다. 그들은 내 아들처럼 자기가 고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속임수를 쓰고, 남의 것을 훔치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p.185

구급차 안에서 야물커를 쓰고 있는 구급대원이 내가 아주 운이 좋다고 한다. 그런 사고에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니, 기적이라고 한다. "퇴원하자마자 제일 가까운 예배당에 가서 아직 살아 있는 것에 감사 기도를 드리세요." 휴대전화가 울린다. 아버지다. 학교는 잘 다녀왔는지, 아이는 이제 자는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한 것이다. 아이는 자고 있고 학교에서도 잘 지냈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아내 시라도 잘 있다고 한다. 방금 샤워하러 들어갔다고. "무슨 소리니? 아버지가 묻는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요." 내가 말한다. "방금 거리에서 구급차가 한 대 지나갔어요."

오 년 전,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시칠리아에 갔을 때 아버지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아버지는 아무 일도 없다고 했다. 뒤에서 스피커로 살먼 선생님은 수술실로 오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계신 거예요?" 내가 물었다.

"슈퍼마켓에 왔어." 아버지는 잠시도 지체 없이 대답했다. "스피커에서 누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는구나."

아버지는 그렇게 말할 때 너무나 진짜 같았다. 너무나 자신만만하고 행복한 목소리였다.

"왜 우니?" 지금, 아버지가 전화로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구급차가 응급실 옆에 서고 구급대원이 문을 활짝 연다. "정말이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p.208

"하지만 왜 날 지켜주고 싶었어?"

"널 사랑하니까, 내 아들이니까. 아버지는 항상 아들을 지켜줘야 하니까."

"그런데 왜? 왜 아버지는 아들을 지켜야 돼?"

"있잖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가끔 아주 힘들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지켜줄 사람 하나는 옆에 있어야 공평하지."

"아빠는? 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아빠는 누가 지켜줘?" 레브 앞에서는 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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