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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가 묻습니다. 나도 궁금합니다. 나는 있는 걸까요? 정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내 육신이 거기 있다고 해서,
응, 있어, 나 여기 있어, 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아, 대저 존재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분명 여기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고 그녀가 느낄 고통을 미리 느끼고 있는데, 그런데 나는 과연 없는 것일까요? -밀회-
핑크 빛으로 물든 그의 책을 만났을 때, 꽤 감동적이 었다.
김영하가 돌아왔다는 그 말 한마디로 충분하게_
김영하가 돌아왔다. 원 샷, 원 킬, 사정거리 밖에서의 저격처럼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우리에게 내밀었지만,
이 독서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김영하니까! _ 박민규 (소설가)
추천사를 읽고 한참 생각했다. 단편소설로 6년만에 만에 돌아온 그가 '무슨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라고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첫 장을 펼치고, <로봇>과 마주하게 되었다.
수경은 전동차에서 삶이란...... 젖은 우산......참고 견디는 것. 라는 경구를 수첩에 적는다.
돈비린내로 얽힌 사장과의 관계와 '로봇'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문상'이라는 남자_
처음으로 '로봇'과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고, 희열의 순간 수경은 '널 사랑해, 널 사랑해, 모든 걸 잃어도 좋아. 널 사랑해.' 라고 말한다.
'로봇'이란 남자는 '로봇 3원칙 딜레마'에 빠지지 않기 위해 수경을 떠난다.
수경을 위해 떠난다는 말만 남기고...
간결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로봇'은 내 마음 속에 차가운 '배려'만 남겼다.
그리고, <밀회>는 여기 어딘가에 벌어지고 있는 생생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한 생동감을 받았다.
7년 간의 밀회, 일곱 번의 헤어짐, 일곱 번의 다짐, 일곱 번의 체크아웃, 일곱 번의 거짓말.
그녀와 일곱 번의 밀회를 즐긴, 그는 이제 세상을 떠난다. 그의 마지막 외침이 이상하리 만큼 평온하다.
<명예살인>과 <마코토> 그리고 <아이스크림>은 신선하고 독특했다.
누구나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소재가 되어, 친근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쉽게 느끼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텍스트로 풀어놓아 속이 시원한 한 편, 아이러니하고 간결하게 끝나는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겼다.
김영하 오빠의 귀환이 나는 반갑기만 하다.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과 날카로운 표현들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