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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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솟아오른 빌딩, 마천대루


그 안에서 일어난 한 건의 살인 사건. 

모두의 사랑을 받던 아부카페의 매니저 

메이바오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범인은 누구일까. 


경비원부터 부동산 중개인, 남자친구, 밀회의 존재. 

마천대루에 살거나 일하는 이들이 엮여있는 그 사건 속엔 

진실과 거짓, 욕망과 좌절이 교차하며 

모두가 범인인 동시에 누구도 범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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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마천대루가 품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지상 45층의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마천대루에서 일하고 있는 경비원 '셰바오뤄'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부카페 매니저 '중메이바오'

부동산 중개인 '린멍위'

인테리어 디자이너 '린다썬'

린다썬의 아내인 '리모리'

광장공포증으로 집안에만 있는 '우밍웨'

그런 그녀를 돕고 있는 가사도우미 '에메이리'


그 외에도 경비원 셰바오뤄의 동료인 '린둥린'에

메이바오의 동료인 '루샤오멍', 아부카페 사장인 '리톄부'

를 비롯하여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진술이 이어진다.


1부에서는 각 인물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사건이 일어나며 주변 진술이 이어지고,

3부에서는 메이바오와 관련된 세부 진술이 나온다.

4부에서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의 1년,

그리고 한해의 끝에 이르러 범인의 정체가 마침내 드러난다.


인간의 욕망이 쌓아올린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마천대루 안에서

한 인물의 기구한 삶과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린 살인 사건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지만,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심리스릴러에 가깝다.


하나의 건물 안에서 각자의 사정을 안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부분이 이 작품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게 오히려 단점으로 비춰지는 부분도 있었다.


중메이바오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중요인물이다보니 그러려니 하며 읽게 되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의 서사까지 다 얘기하려다보니

자연스레 할 이야기가 많아지게 되었는데,

그게 벽돌을 만들어버려서 아쉬웠다.


4부에 담겨있는 사건이 일어난 후 1년의 이야기에선

그 사이에 마천대루에서 살고 있는 여러 인물(새로운)의 이야기가

매 월마다 하나씩 나오는데

이 부분은 굳이 있어야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품의 무대가 고층아파트라는 점에서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A, B동은 고급, C동과 D동은 원룸과 상가로 건설된 설정이라 더 그랬다.


안젤라베이비가 주연(중메이바오)을 맡은

동명의 중국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하는데

원작을 어떤 식으로 적용했는지, 드라마 만의 설정이 추가되었는지

원작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에 이르러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긴 했지만

메이바오가 그렇게 죽어야할 이유는 1도 없었다.

더 일찍 끊어내지 못한 것이, 더 멀리 도망가지 않은 것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것일까.


후련함 보다는 씁쓸함만이 남게 되는

마천대루의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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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황홀한 순간
강지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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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 

그 단어 안에 담긴 두 여자의 이야기.



남자친구에게 차인 뒤, 연향으로 돌아온 하임에게 넘겨진 건 연향역 매점.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 


마냥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희태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던 무영은 

딸 민아의 행동으로 인하여 두 사람과 함께 연향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구원해줄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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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향역 매점을 넘겨 받은 하임

두 개의 목숨과 함께 연향에 오게 된 무영


역 매점에 자리잡은 하임은

친구 성기가 곁에 있는 게 못마땅하다.

하루 한 번, 화이트 하임을 사러오는

역에서 일하는 지완에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에.


벼락에 맞은 뒤로 우주신에 빙의(?)된 할아버지로 인하여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된 두 사람은

자연스레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그러던 중, 지완이 한 여자와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하임은 또 한 번의 이별을 직감한다.


한편, 희태의 폭행으로부터 자신을 구하려던 딸의 행동으로

반신불수가 되어버린 희태와 함께 연향으로 오게 된 무영은

타인 앞에선 서글서글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과 딸 앞에선 안하무인이 되어버리는 희태의 악행에

치가 떨릴 지경이지만, 자신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일하고 있는 감자탕집 아들 지완의 관심에

'희망'이라는 것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두 여자와 한 남자.

연향에서 이어지게 된 세 사람의 연결고리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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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쉽게 읽혀서 좋았다.

'김하임'과 '이무영'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두 사람이 교차하는 '연향'이라는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다시 찾으려는 하임의 이야기보다

'살고 싶다'는 무영의 이야기에 더 몰입했다.


이야기를 함께 하는 내내 응원했고

제발, 제발 거기서 벗어나라고 손을 움켜쥐었다.


그래서 연향에서 지완이 도와주겠다며 손길을 건넸을때

수없이 배신당한 탓에 그걸 거부하는 무영의 마음도 이해는 되었지만

그 손을 잡으라고. 민아와 함께 도망치라고.

그렇게 되뇌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빨라졌다.


무영에게도 마침내 찾아온 진짜 '사랑'

타인이 보기에 그건 단순한 선의 였을지도 모르지만,

무영에게 그건 구원의 손길이자 사랑이었다.


딸 민아를 위해, 함께 살아남기 위해,

연향에서 내려온 한 줄기의 동아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결말 부분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했지만

함께 식탁에 앉는 모습에

안도감이 드는 마지막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떠나지만

그로인해 누군가는 행복을 찾은 걸 테니까.


사랑이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

먼저 선수를 치고는 후회해버리는 하임.


사랑(민아)을 지키려고 떠나지 못하다가

구원의 사랑을 만나 마침내 떠나려는 무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 것만 같은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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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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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그 중 쌓아두는 엄마에 대하여.


이야기 속 인물 토모미는 혼자사는 일흔 둘의 엄마가 불러댈 때마다

'오늘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라는 걱정이 앞선다.


무미건조한 삶을 살아온 엄마에게 잠시라고 밖에 나갔으면 하여

친구를 만들거나 하라고 스마트폰을 사줘도

전화는 유선 전화로 충분하다며 필요없다고 그러고


우리집 앞까지 청소해주는 맞은편 집 사람 때문에

본인이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엄마의 생각을 말하라는 말에 어떻게 그러냐고 답하고

청소를 하라는 말에는 몸이 안좋을때 마침 그랬다고 답한다.

그러더니 오늘 부른 목적을 얘기하는데....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이렇게 됐어. 사놓고 잊어버렸으니 별수 없잖니."


컵라면 여섯 개를 사려다 396개를 사버린 엄마.

지진이 자주 나는 게 무서워서 비상식량으로 구매했다는 엄마.


비어있는 오빠의 방을 채울 정도로 쌓아둔 엄마를 뒤로하고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한 토모미는 쌓여있는 생수가 있는데도

페트병에 든 차를 꺼내는 엄마와 또 한 번 갈등을 맺는데...


이 이야기는 어떻게 끝을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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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북으로 만나게 된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속 하나의 이야기를 만나서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비상 식량으로 먹을 걸 쌓아두진 않더라도

그때는 필요해서 샀었지만, 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것도 있을 거고,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못 입는 옷을 계속 걸어두거나 보관하는 이도 있을 거다.


한때 '미니멀 라이프'가 붐처럼 번져서

집안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걸 비우자는 얘기가 많았는데

꼭 그런 걸 추구하지 않더라도

알게 모르게 쌓이는 물건들은 종종 나온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는 버리는 것과 정리하는 것.

두 가지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누군가와의 관계가 엮여있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안에는

쌓아두는 엄마 외에도

'책벌레와 피규어 수집가의 신혼집 논쟁'

'못 버리는 언니, 버리려는 동생'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는데


제목만 봐도 어떠한 갈등이 나올지 추측이 되면서도

어떻게 그 갈등을 해소하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특히, 샘플북으로 먼저 만나게 된

쌓아두는 엄마와 토모미의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가 제일 궁금해서

그들의 뒷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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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불가마
정소정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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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 수 없이 찾아간 목욕 쿠폰의 장소, 미선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곳이 그녀에게 작은 낙원을 선물함과 동시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줄은. 

서로를 언니라고 부르며 마음을 나누는 곳. 

불가마에서 땀을 빼듯 나쁜 기억들을 털어내고 나면,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던 개운함과 앞으로 걸어갈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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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경험하기 전까진 그런 용어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번 경험해버린 이후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시원함을 겪은 이후엔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곳은 모든 슬픔이 사라지는 곳이기도 했고

메마른 마음에 물을 주는 곳이기도 했다.


자존감을 잃어가던 주연에게 이곳은

운명처럼 만난 꿈의 낙원과도 같은 곳이었다.


대장 언니, 이쁜 언니, 얼음 언니, 카운터 언니.

그리고 자신을 칭하는 뿔 언니.


'언니'라고 부르는 순간, 가까워진 듯한 느낌에

함께 땀을 흘리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를 향한 진심이 고개를 든다.


꿈의 불가마, 미선관.

영원히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그곳에서

서른을 맞이하는 주연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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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우면서도 따스한 공간.

그곳에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의 온기.


찜질방이라는 공간은

그저 하룻밤 싸게 묵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친구와 혹은 연인과

다양한 컨셉의 방에 들어가 땀을 흘리고

시원한 식혜로 목을 축이거나 밥을 먹고

때로는 오락이나 즐길거리도 있는 그런 곳.


미선관은 그런 찜질방과는 다르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옛날식이라고 해야 할까.


크고 좋은 사우나가 늘어나게 되면서

동네 목욕탕이 문을 닫고 사라진 것처럼

미선관도 언젠가 유행에 밀려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뿔언니와 대장언니가 있는 한,

그곳을 찾는 단골이 끊이지 않는 한

언제나 막은 열릴 것이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도 쌓일 것이다.


꿈의 불가마는

오래 전 발길을 끊었던 찜질방을 떠오르게 했고,

어릴 적에 갔었던 동네 목욕탕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지금과 같은 최신식에서는 볼 수 없는

옛날 그때의 감성이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

탕을 함께 쓰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땀을 흘리며 속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면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밖으로 나왔을 때의 개운함은 2배가 되곤 한다.


지금 사회의 무게에 짓눌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잘 하라고, 더 노력해야된다는 채찍이 아닌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포근히 안아주는

그때 그 시절의 따스한 관심과 온기가 아닐까.


"사람도 그렇잖아. 가끔씩 너무 애만 쓰면 힘들기만 하고 더 잘 안 되잖아.

그러니까 물을 줘야 돼. 막도 사람도. 아주 흠뻑 젖을 정도로.

살아 있는 것들은 뭐가 됐든 물기를 잃으면 죽는 거거든."


이야기 안의 문장이

머릿속 깊숙이 남을 것 같은,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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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 선 화과자점, 화월당입니다
이온화 지음 / 다이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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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지만 특별한 화과자점 화월당


돌아가신 할머니의 부탁으로 이어받게 된 가게.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영업하는 그곳. 

연화는 그곳에 망자가 손님으로 온다는 것을 알게 되고, 

주문을 받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할머니가 자신에게 이곳을 부탁한 '진짜 이유'를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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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피어난 벚꽃

작별과 축복의 장소, 화월당


1억의 빚 때문에,

팔리지 않는다는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할머니가 남긴 화월당을 이어받게 된 연화.


첫날부터 '사월'이라는 수상한 도매업자가 오더니

준비도 하기 전에 찾아온 손님이 대뜸 손을 잡으랜다.


얼떨결에 손님의 손을 잡는 순간,

화월당의 진짜 영업이 시작되었다.


망자가 환생을 위해 찾는 곳, 화월당.


할머니가 운영하던 그곳은

망자의 주문을 받아 환생을 돕는 목적이 있었다.


망자와 산자를 구분하지 못하여

약간의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연화는 화월당을 찾는 손님의 이야기를 함께 하고

달달하고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내어

웃으며 작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조금씩 화월당 운영에 익숙해져갈 때쯤,

연화는 할머니가 말하지 못한,

숨겨진 일에 대해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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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이의 슬픔에

달콤한 위로를 건네는 신비한 장소


안타깝고, 애잔하고,

그런 사연을 들려주는 화월당 이야기.


망자가 자정이 되기 전,

화월당의 디저트를 먹으면 환생한다는 독특한 설정과

각각의 인물이 다른 이를 위하는 마음이 더해져 만들어진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음이 아련하게 저려온다.


'초콜릿전병'에는 딸을 위한 엄마의 마음이 담겼고,

'매화꽃 화과자'에는 연인을 생각하는 풋풋한 마음이 담겼다.


'녹차 당고'에는 친구를 위한 절친의 사랑스러움이 들어있었고,

'딸기 찹쌀떡'에는 누나를 위한 아이의 어른스러운 마음이 들어있었다.


'붉은 밤 양갱'에서는 도매업자라던 사월의 이야기가,

그리고 연화가 모르고 있던, 얘기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화월당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모든 이야기가 안타까웠고,

모든 이야기가 애잔 했으며,

모든 이야기에는 다른 이를 위한 사랑이 있었다.


작품 속에 담긴 각각의 사연을 보며

나의 소중한 이에 대해 떠올리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살아 있다는 게,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게

더없이 소중한 순간들이라는 걸 생각하게 해주기도 했다.

삶은 달아나도 인연은 달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인연이란 돌고 돌아 헤어져도 끝이 아니라는 말이

여운처럼 머릿속에 맴도는

화월당의 따스한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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