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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황홀한 순간
강지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2월
평점 :

사랑.
그 단어 안에 담긴 두 여자의 이야기.
남자친구에게 차인 뒤, 연향으로 돌아온 하임에게 넘겨진 건 연향역 매점.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
마냥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희태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던 무영은
딸 민아의 행동으로 인하여 두 사람과 함께 연향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구원해줄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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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향역 매점을 넘겨 받은 하임
두 개의 목숨과 함께 연향에 오게 된 무영
역 매점에 자리잡은 하임은
친구 성기가 곁에 있는 게 못마땅하다.
하루 한 번, 화이트 하임을 사러오는
역에서 일하는 지완에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에.
벼락에 맞은 뒤로 우주신에 빙의(?)된 할아버지로 인하여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된 두 사람은
자연스레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그러던 중, 지완이 한 여자와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하임은 또 한 번의 이별을 직감한다.
한편, 희태의 폭행으로부터 자신을 구하려던 딸의 행동으로
반신불수가 되어버린 희태와 함께 연향으로 오게 된 무영은
타인 앞에선 서글서글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과 딸 앞에선 안하무인이 되어버리는 희태의 악행에
치가 떨릴 지경이지만, 자신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일하고 있는 감자탕집 아들 지완의 관심에
'희망'이라는 것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두 여자와 한 남자.
연향에서 이어지게 된 세 사람의 연결고리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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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쉽게 읽혀서 좋았다.
'김하임'과 '이무영'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두 사람이 교차하는 '연향'이라는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다시 찾으려는 하임의 이야기보다
'살고 싶다'는 무영의 이야기에 더 몰입했다.
이야기를 함께 하는 내내 응원했고
제발, 제발 거기서 벗어나라고 손을 움켜쥐었다.
그래서 연향에서 지완이 도와주겠다며 손길을 건넸을때
수없이 배신당한 탓에 그걸 거부하는 무영의 마음도 이해는 되었지만
그 손을 잡으라고. 민아와 함께 도망치라고.
그렇게 되뇌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빨라졌다.
무영에게도 마침내 찾아온 진짜 '사랑'
타인이 보기에 그건 단순한 선의 였을지도 모르지만,
무영에게 그건 구원의 손길이자 사랑이었다.
딸 민아를 위해, 함께 살아남기 위해,
연향에서 내려온 한 줄기의 동아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결말 부분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했지만
함께 식탁에 앉는 모습에
안도감이 드는 마지막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떠나지만
그로인해 누군가는 행복을 찾은 걸 테니까.
사랑이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
먼저 선수를 치고는 후회해버리는 하임.
사랑(민아)을 지키려고 떠나지 못하다가
구원의 사랑을 만나 마침내 떠나려는 무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 것만 같은
그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