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불가마
정소정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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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 수 없이 찾아간 목욕 쿠폰의 장소, 미선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곳이 그녀에게 작은 낙원을 선물함과 동시에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줄은. 

서로를 언니라고 부르며 마음을 나누는 곳. 

불가마에서 땀을 빼듯 나쁜 기억들을 털어내고 나면,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던 개운함과 앞으로 걸어갈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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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경험하기 전까진 그런 용어조차 알지 못했다.

하지만 한 번 경험해버린 이후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시원함을 겪은 이후엔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곳은 모든 슬픔이 사라지는 곳이기도 했고

메마른 마음에 물을 주는 곳이기도 했다.


자존감을 잃어가던 주연에게 이곳은

운명처럼 만난 꿈의 낙원과도 같은 곳이었다.


대장 언니, 이쁜 언니, 얼음 언니, 카운터 언니.

그리고 자신을 칭하는 뿔 언니.


'언니'라고 부르는 순간, 가까워진 듯한 느낌에

함께 땀을 흘리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를 향한 진심이 고개를 든다.


꿈의 불가마, 미선관.

영원히 있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그곳에서

서른을 맞이하는 주연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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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우면서도 따스한 공간.

그곳에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의 온기.


찜질방이라는 공간은

그저 하룻밤 싸게 묵어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친구와 혹은 연인과

다양한 컨셉의 방에 들어가 땀을 흘리고

시원한 식혜로 목을 축이거나 밥을 먹고

때로는 오락이나 즐길거리도 있는 그런 곳.


미선관은 그런 찜질방과는 다르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옛날식이라고 해야 할까.


크고 좋은 사우나가 늘어나게 되면서

동네 목욕탕이 문을 닫고 사라진 것처럼

미선관도 언젠가 유행에 밀려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뿔언니와 대장언니가 있는 한,

그곳을 찾는 단골이 끊이지 않는 한

언제나 막은 열릴 것이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도 쌓일 것이다.


꿈의 불가마는

오래 전 발길을 끊었던 찜질방을 떠오르게 했고,

어릴 적에 갔었던 동네 목욕탕을 추억하게 만들었다.


지금과 같은 최신식에서는 볼 수 없는

옛날 그때의 감성이 보여주는 것들이 있다.

탕을 함께 쓰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땀을 흘리며 속마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면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며

밖으로 나왔을 때의 개운함은 2배가 되곤 한다.


지금 사회의 무게에 짓눌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잘 하라고, 더 노력해야된다는 채찍이 아닌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포근히 안아주는

그때 그 시절의 따스한 관심과 온기가 아닐까.


"사람도 그렇잖아. 가끔씩 너무 애만 쓰면 힘들기만 하고 더 잘 안 되잖아.

그러니까 물을 줘야 돼. 막도 사람도. 아주 흠뻑 젖을 정도로.

살아 있는 것들은 뭐가 됐든 물기를 잃으면 죽는 거거든."


이야기 안의 문장이

머릿속 깊숙이 남을 것 같은,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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