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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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편의 영화 속 의학 이야기


의사는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까?

에서 출발한 흥미로운 관점의 이야기.


21편의 영화 중에서는

감상했던 영화도 있었고,

아직 보지 않은 영화도 있었다.


봤던 영화는 내가 보면서 즐겼던 것과는 다른,

의학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에 대해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안봤던 영화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얘기해줘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곤지암'을 통해 병원이라는 장소가 주는 공포스러움이

과거 병원의 이미지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려주었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통해 그저 모험을 그린 것이 아닌

어머니의 상실로 인해 발생하는 슬픔과 애도에 대한 형상화임을 알려준다.


'새벽의 저주'라는 좀비 영화를 보면서

좀비의 특성과 유사한 증상을 발생시키는 바이러스를 떠올리고

광견병 바이러스와의 유사성을 생각한다는 건

의사의 지식을 가진 화자가 아니라면 연관짓지 못할

그런 색다른 관점이었다.


'올드보이'를 보면서 그리스 신화와 동치하고

이우진과 그 누나를 일종의 신격으로 생각하며 그의 복수가

합당해진다는 생각 또한 놀라웠다.


다만, 스스로 신화 덕후라고 얘기해서 그런건지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리스-로마 신화를 연결짓는 부분은

조금 아쉽다고 느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화가 깊숙이 들어와있다.


신화를 연결지어서 얘기해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계속해서 신화가 연결지어져서 조금은 지치는? 그런 부분도 있었던 듯 하다.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는

알츠하이머와 관련하여 서술한 '스틸 앨리스'를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양한 의학적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매드맥스'시리즈에 대한 얘기도 재미있었다.

의학적 관점과 신화와 연결짓는 이야기로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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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화요일 : 사람의 심해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이마음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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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보다 싶고 어두운 인간의 심해 그리고 저주


소씨 가문의 비밀.

죽은 이의 몸에서 수산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핏줄.

그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정유는 자신의 가문이 싫었다.

죽은 이를 가지고 부를 축적하다니.


자신도 죽으면 수조에 갇힌 채로 이용당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그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바깥세상(?)도 녹록치는 않았다.


몇번을 걸쳐 자리잡은 직장에선 추파를 던지는 이들도 있었고,

새로 바뀐 사장은 저렴한 월급에 성과금을 운운하며

반강제로 부서이동이 되었다.


거기다 빚까지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성과금을 받을때까지만 버텨보자며 견뎠다.

하지만 절망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아버지의 부고소식에 향한 집.

지하에 있는 수조를 보는 순간 구역질이 올라왔다.

이런 집안에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을 순 없었다.


현실은 암울하고, 돌아갈 곳은 괴롭다.

성과금까지 엎어지며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정유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복수를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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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의 몸에서 수산물이 나온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우울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정유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엔 끔찍한 가업을 함께 해야하고

밖에서 버티기엔 금전적인 압박이 너무 심하다.


버티자. 버티자. 버티자.


그렇게 되뇌고 또 되새겨보지만

희망으로 바라던 것이 무너진 이후엔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그녀를 사로잡는다.


다른 선택은 없었던 걸까.


정민과 터놓고 얘기를 해봤더라면

뭐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정유의 뒤를 따라가며 이야기에 몰입했기에

마지막을 장식한 엔딩은

더 없이 슬프고, 더 없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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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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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히도 암울한 현실의 공포를 선물한다.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나'는 여의치 않은 집안 사정으로

반지하방의 침대 위에서만 지내게 된다.


엄마의 간호를 받으며 겨우 왼손 하나만 움직일 수 있는데,

기댈 곳이 없던 엄마가 그놈을 데려온 순간 매일이 악몽이 되었다.


그럴 줄 몰랐다는 엄마의 후회가 뒤를 이었고,

반지하방에 들어앉아버린 그놈은 전신마비 환자인 나를 통나무라 칭하며

시도때도 없이 엄마를 폭행하곤 했다.


이보다 절망적일 수 있을까.

엄마가 고통받는데도 그걸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


그렇게 괴롭던 여름의 어느날.

하나뿐인 선풍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그놈때문에

욕창이라도 생길까 최신 선풍기를 사온 엄마에게

앨리게이터가 이빨을 드러냈다.

그것도 매우 사납게.


-------


앨리게이터는 악어의 한 종류인데,

이야기 속에서 앨리게이터는 주인공을 위협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전신마비로 꼼짝도 할 수 없는 나를 향해

끝도 없이 계속되는 절망의 늪.


그 안에서도 살고 싶다는 본능 하나와

아들을 위해 발버둥치는 엄마의 모습이

끝끝내 늪을 빠져나오게 하는 힘이 되었다.


이야기는 너무나 슬펐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읽는 내내 현실의 공포가 다가와

마음을 지독하게 짓눌렀다.


귀신과 같은 존재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고 있음에도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공포 문학의 밤을 여는 첫번째 이야기로

매력적인 '앨리게이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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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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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지리도 없는 킬러의 호텔 탈출기


간단한 임무라고 했다. 

딸의 그림을 남자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정말 간단한. 

그런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호수를 잘못 봐서 들어간 곳에서 사건이 일어나더니, 

급하게 내려가다 도와달라는 요청까지 받는다. 

게다가 업자 천지가 된 호텔이라니. 

무당벌레는 이곳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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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운이 나쁜 킬러의 이야기


'무당벌레' 나나오는 간단한 일을 맡아도 큰일이 되어버린다.

간단히 가방을 전달하면 되는 일이

죽고 죽이는 생존게임이 되어버린 불릿트레인에 이어

트리플 세븐에서는 높이 솟은 호텔로 무대를 옮겼다.


그림을 전달하면 되는 간단한 일은

업자가 모여들어, 누군가는 지키고, 누군가를 죽여야하는

또 한 번의 생존 게임이 되어 버렸다.


나나오는 그럴 계획은 1도 없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끼운 '실수'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가미노의 부탁을 어쩌다가 수락해버린다.


게다가 가미노와 엮이는 바람에

1층으로 내려가려던 계획은 어긋나버리고

육인조 업자에게 위협받는 상황까지 되어버렸다.


나나오는 모든 위협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가미노를 지키고, 마리아에게 위험 상황을 전하고,

호텔에서 탈출해야 하는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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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그려지는 고군분투 탈출기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불릿트레인'을 영화로 봤기 때문에

극 중에 등장하는 열차 사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히 가방을 전달하기 위해 탔던 열차에서

다양한 킬러들과 조우하고 끝내 살아남았던 그 작품.


조금은 어지러우면서도 액션을 보는 맛이 있었는데,

이번 '트리플 세븐'에서는 스펙타클한 장면은 없었음에도

긴박함이 느껴지고, 쫄깃한 긴장감이 흐르는

명장면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나오와 가미노가

육인조의 나라와 마주하고 시선을 맞대는 장면은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부분이었다.


바람총과 독화살로 무장한 육인조.

시체 처리를 맡은 담요와 베개.

모든 걸 기억하는 가미노와 코코.

의아함이 놀람으로 바뀌는 요모기 장관과 사토.

경호원으로 고용된 콜라와 소다.

그리고 나나오와 마리아.

이누이까지.


등장하는 인물이 많아서 어지러울 수 있는데,

처음엔 헷갈렸지만 읽을 수록 재미가 붙어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무당벌레, 나나오의 앞날엔

또 어떤 '간단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길게 펼쳐진 열차와 높게 솟은 호텔.

어쩌면 다음은 푹 꺼진 지하가 될지도.

부디 끝까지 살아남아 시리즈가 이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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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있는 거 눈치채!
코노 유타카 지음, 최은지 옮김 / 리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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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생의 만남과 사랑은 어떤 이야기를 남길까.


천년의 기억을 간직한 안은 카레 레시피를 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편, 

과거 연인과 기록해온 교환일기가 고서로 거래된다는 소식에 모험(?)을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천년에 얽힌 이야기와 신의 등장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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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천년의 사랑


천년의 기억을 가지고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물의 신이 사랑한 인간 여자는 신의 선택을 거부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과의 삶을 택하고는 신의 분노를 샀다.

남자를 혼내줄 요량으로 강을 범람시켰는데,

물에 휩쓸린 남자를 향해 여자가 뛰어들었다.


물의 신은 두 사람에게 저주와 같은 희망을,

희망과 같은 저주를 걸었다.

윤회를 통해 서로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겠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지진 않을 거라고.


남자는 다시 태어날 때마다 윤회를 잊어버리지만,

다시 태어난 여자를 사랑하는 순간 기억이 돌아온다.

여자는 윤회를 기억한 채로 태어나지만,

남자를 사랑하는 순간 모든 기억을 잃는다.


어느새 천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사랑의 굴레.

이번 생의 만남과 사랑은 어떤 이야기를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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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여자의 목숨입니다. 

구하십시오.


첫번째 챕터에서는 각자의 목적으로

문통록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이게 천년의 사랑 이야기와 무슨 관련이 있지? 라는 의문이 들지만,

'도명초문통록'이 두 사람이 기록해둔 교환일기라는 걸 알려주며

기록하고픈 일이 있기 때문에 주인공이 문통록을 훔쳐달라는

의뢰를 했음을 알게 된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여러 신이 등장하는데,

그로 인해 조금은 어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면

마지막 챕터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어서

후반부를 위한 빌드업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사랑받고 있는 거 눈치채!'


마지막 챕터에서 제목이 의미하는 것과

이번 생의 이야기를 끝맺는 모험의 결말이 나오는데,

문통록에 기록될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머릿속에선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 듯해서 신기했다.


나쁘게만 보이던 물의 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위해 희생을 마지 않는 걸 보면

천년의 시간을 곁에서 지켜보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를 향한 그 마음 또한

여간 괴로운 게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 그만 여자를 보내주고

가뭄의 신과 알콩달콩했으면 하는 바램도 살짝 ㅎㅎ


여러 신(神)이 등장하여 복잡한 부분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서로를 향한 사랑이 변하지 않고

신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는 사랑 이야기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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