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보다 싶고 어두운 인간의 심해 그리고 저주
소씨 가문의 비밀.
죽은 이의 몸에서 수산물이 끊임없이 나오는 핏줄.
그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정유는 자신의 가문이 싫었다.
죽은 이를 가지고 부를 축적하다니.
자신도 죽으면 수조에 갇힌 채로 이용당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그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바깥세상(?)도 녹록치는 않았다.
몇번을 걸쳐 자리잡은 직장에선 추파를 던지는 이들도 있었고,
새로 바뀐 사장은 저렴한 월급에 성과금을 운운하며
반강제로 부서이동이 되었다.
거기다 빚까지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든 성과금을 받을때까지만 버텨보자며 견뎠다.
하지만 절망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아버지의 부고소식에 향한 집.
지하에 있는 수조를 보는 순간 구역질이 올라왔다.
이런 집안에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을 순 없었다.
현실은 암울하고, 돌아갈 곳은 괴롭다.
성과금까지 엎어지며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정유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복수를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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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의 몸에서 수산물이 나온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우울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정유의 삶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집으로 돌아가기엔 끔찍한 가업을 함께 해야하고
밖에서 버티기엔 금전적인 압박이 너무 심하다.
버티자. 버티자. 버티자.
그렇게 되뇌고 또 되새겨보지만
희망으로 바라던 것이 무너진 이후엔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그녀를 사로잡는다.
다른 선택은 없었던 걸까.
정민과 터놓고 얘기를 해봤더라면
뭐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정유의 뒤를 따라가며 이야기에 몰입했기에
마지막을 장식한 엔딩은
더 없이 슬프고, 더 없이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