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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인저의 살인 ㅣ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0월
평점 :
기괴한 저택에서 벌어지는 참극.
어둠을 지배하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하무라와 겐자키. 그리고 마다라메 기관의 참혹한 진실.
놀이공원에 자리잡은 저택 '흉인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직원들이 사라진다는 미스터리는 그곳에 발을 들인 순간 해결된다.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 존재로 인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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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같은 곳, 흉인저
나루시마가 찾는다던 연구자료는 종이 쪼가리 같은 게 아니었다.
그곳에 갇혀있다는 피험자. 오래전 실험의 피해자를 구하는 것이었다.
흉인저의 주인 '후기'를 압박한 용병 일행을 뒤따르던 하무라, 겐자키는
후기가 너무도 쉽게 입을 연 것에 의구심을 가진다.
그리고 그 의구심은 악몽이 되어 찾아왔다.
'괴물'
어둠 속에서 놀랄만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거인.
그건 괴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존재였다.
거인을 피해 뿔뿔이 흩어진 일행들.
거인의 습격에 용병 중 2명이 죽임을 당한 상황에서
흉인저의 주인인 후기가 살해당한다.
명탐정의 역할을 해줄 겐자키는 꼼짝없이 갇혀버렸다.
하무라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나갈까.
또 다른 '생존자'가 살인을 행하는 그곳에서,
거인의 존재가 버티고 있는 그곳에서,
겐자키를 구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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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두 가지 시점으로 진행된다.
유일한 열쇠를 가진 코치맨의 시체가 종루에 있는
거인이 버티고 있는 그곳으로 갈 수 없어
꼼짝없이 흉인저에 갇혀버린 현재의 시점
그리고 과거, 실험의 대상이었던 아이들의 추억 시점
현재의 흉인저에선 거인이 활개치는 밤을 버텨야하는
죽음과 생존의 갈래길에 있었고
과거의 연구소에선 어른들의 욕심으로 원치않는 피해자가 된,
그러면서도 인정받고 싶은 아이들이 있었다.
과거의 이야기도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흉인저라는 공간에서 도끼를 휘두르는 살육자 거인과 상대하는
현재의 시점이 더 재미있었다.
탈출의 방법은 있지만, 그 방법을 선택하면
놀이공원을 찾는 이들이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또한 경찰에 발각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탈출하지 않는다면, 결국 죽고 말 것이다.
하무라는 겐자키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 상황에 바로 부정했지만,
불현듯, 나도 모르게 후회하지 않았을까.
이 작품의 재미는 한 곳에 있지 않다.
책을 읽는 독자도 그들의 여러 움직임을 함께 한다.
그래서 재미있다.
후기가 남긴 메모에 있는 '또 다른 생존자'의 정체를 유추하는 재미
거인으로부터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를 궁금하게 하는 재미
과거의 연구소에 있던 아이가 현재의 누구인가에 대한 재미
그리고 갇혀있는 겐자키가 어떤 추리를 해나갈까에 대한 재미까지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의 몰입감이 있다.
숨가쁘게 흘러간 이야기가 마지막을 맞이했을 때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긴숨을 내쉬었다.
전작을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지만
전작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재밌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