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특별한 호두 -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0
서동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1월
평점 :
특별한 호두네 가족의 이야기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 잔잔히 흐르는 물결. 뭐라고 말할 수 없던 감정의 변화도, 회복되지 않을 것 같은 슬픔도, 호두를 사랑해주는 특별한 가족과 함께라면 어느새 물흐르듯이 넘어간다.
나에게는 두 명의 아빠가 있다.
어릴 때부터 함께한 두 명의 아빠.
대기업에 다니는 큰 아빠와 카페를 개업한 작은 아빠.
어릴 때는 이상하지 않았는데, 크면서 그게 이상한 일이란 걸 알았다.
이상하다는 걸 알지만, 호두는 내색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친구가 물어도 숨기지 않는다.
감춰야되는 비밀 같은 게 아니다. 그저 일일히 설명해야 한다는 게 번거로울 뿐이다.
그런 특별한 가족에게 한 가지 사건이 생긴다.
카페에 놓아둔 선인장이 없어져버린 것.
화분만 덩그러니 남겨둔 채, 사라져버린 선인장을 찾으려는 작은 아빠와
그걸 바라보는 호두의 시선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두 아빠의 모습에 생각이 많아진 호두
학교에서도 '생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많은 생각을 하는 호두에게
할머니는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 얘기를 해주는 할머니
할머니 집에 가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런 할머니와 두 아빠, 그리고 호두까지 함께 떠난 강릉 여행에서
호두는 이 특별한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된다.
----------
특별한 가족 구성 안에서 자라는 '특별한 아이'
특별한 두 명의 아빠는 누구보다도 호두를 사랑하고
호두 역시 둘 중 한 명을 고를 수가 없다.
이 작품은 호수와도 같다.
잔잔한 수면, 흘러가는 물결.
누군가 돌을 던지면 잠시 일렁이지만, 이내 다시금 제모습을 찾는 그런 호수.
치정? 출생의 비밀? 그런 건 아예 없다.
그저 호두의 뒤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두 아빠처럼
호두의 뒤를 묵묵히 따라 걷는 이야기였다.
자극적인 이야기 없이도
그저 아이를 따라 함께 걸으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질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극 중 호두의 나이랄까.
순수한 중학생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중학생보다는 더 어리게만 느껴졌다.
약간의 사건을 제외하면 잔잔하게만 흘러가서 재미가 덜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도 좋은 작품이 되었다.
"그래도 같이 있고 싶어."
이야기의 마지막을 장식한 '잔가시 선인장'은
호두가 두 아빠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옅은 미소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