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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경계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11월
평점 :
약속은 지켰다고 전해줘
누구에게 전해달라는 걸까? 생사의 기로에서 간신히 돌아온 아카리는 자신을 구해준 아사히로가 남긴 말을 전하기 위해, 이름과 나이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 대해 알아나간다.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는 약속의 대상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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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
어느날, 갑자기.
묻지마 범죄가 일어났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교도소에 가기 위해서 한 명은 죽이려고 했다는 범인 케이치
그런 범인의 희생양이 될 뻔한 아카리
아카리를 구하고 끝내 목숨을 잃은 아키히로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케이치에게 동화되어 취재를 시작한 쇼고
약속을 어긴 탓에 아카리가 피해자가 되었다며 자책하는 코헤이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은 크게 5명이다.
그 중, 케이치와 쇼고의 시선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분노가 치미는 것만 같았다.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부모의 방임과 학대에 시달렸다고 해서
누군가를 죽이는 행동의 정당한 이유가 되진 않는다.
"인간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거예요."
부모 탓, 환경 탓이라고 치부할 것까진 없지만
그러한 어린 시절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는 절대로 용납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
반면,
날벼락처럼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버린 아카리는
지독한 악몽과 트라우마에 갇혀 일상이 무너진다.
다 잊고 새출발을 하자고 다짐했지만,
눈을 감는 순간 악몽이 다시 찾아왔다.
몸과 마음이 다 망가져버렸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잘 수조차 없다.
웃는 모습이 좋다던 코헤이에겐 이별을 고했고
입가의 웃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무엇을 해야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죄의 경계를 넘진 않았어요.
소중한 사람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사히로의 말을 전하기 위해
그의 일생을 거슬러 쫓아가며
아카리는 조금씩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뒤쫓은 아사히로의 행적의 끝엔
'소중한 사람'의 존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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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방임과 학대
불운한 어린 시절
범죄
어린 시절이 불행하다고 해서 모두가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범죄의 유혹에 더 많이 노출되는 부분은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다만, 그런 환경으로 인하여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미화하기보단
그들에게도 '소중한 사람'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피해자.
그로 인해 무너지고 갈등하고, 힘겨워하는 심리를 잘 그려낸.
그러면서도 아동 학대, 법정 형량 등 사회문제를 녹여낸,
그런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