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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늘 새로운 책이 기다려지는 작가중 한명이다. 현실 문제를 잘 반영하고 있는 이 작가의 소설을 읽고나면 내 인생의 문제도, 인생의 방향도 조금은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이번 책은 제목부터 강렬한 <시어머니의 유품정리>가 되겠다. 절대 시어머니 앞에서는 읽을 수 없을 것 같은 제목이다^^;;
책의 시작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살던 집을 정리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인데,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잘 풀어나가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내 집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하는 일은 많이 부끄럽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정리는 잘하고 살았는지 평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당하는 입장에서도 썩 유쾌하지는 않을 겠지만 이미 떠났으니ㅠㅠ 반대로 정리하는 입장인 며느리에게도 많은 짐을 가진 시어머니의 집을 정리한다는 것은.. 좋은 마음일 수가 없을 것이다.
며느리는 필요 없는 물건은 평소에 좀 정리하고, 사용하지도 않은 물건과 오래전에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물건까지 그대로 쌓아둔 것을 보고 절망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어머니는 그 어떤 물건도 남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정리하고 갔기에 더 비교하며 흉을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유품정리 업체를 통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하는 이유는 역시 돈 때문이다. 본인들의 노후 문제도 있으니 말이다.
시어머니의 물건을 버리면서, 아깝다는 마음의 죄책감까지 떠안아야 하기에 괴롭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 물건들을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 가져가지는 않는다. 그 어떤 추억도 애정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쉽게 동의하지 못해 버리지 말라며, 집으로 들고오지만 끝내 정리해버리고 만다.
물건이라는 존재가 사용해야 가치가 있는데, 주인을 잃고 홀로 남겨진 물건은 더 이상 힘이 없다. 추억만으로 그 물건을 오래도록 붙잡아 두기에는 수많은 물건에 둘러 쌓여 살기 때문에 힘든 일이다.
시어머니의 유품 정리를 하며, 시어머니가 그동안 이웃과 좋은 관계로 지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덕분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차츰 본인이 다 정리하였기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죽음을 향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그 흔적이 없다.
나는 시어머니보다는 어머니 방법이 더 좋다고 보지만 과한 것 같기도 하다. 반지 하나만 달랑 남기고 본인이 정리했으니 말이다.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지금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도,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주위를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역시 적당히가 중요한 것 같다. 별 필요없는 물건들은 조금씩 정리해둬서 시어머니처럼 언제 쓰러질 지 모르니 미리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 처럼 자신의 인생을 정리할 시간이 많다면.. 또 달라지겠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겟지만 남은 가족들의 생각을 물어봐도 좋을 것 같다. 결국 그녀도 후회하는 것은 살아 생전에 좀 더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것을 후회했으니 말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