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 - 이 고약한 시절을 건너는 엄마 동지들에게
나민애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4월
평점 :
이 리뷰는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나민애 교수님의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처음에는 또 국어 학습법에 관한 책일까 생각했어요. 문해력, 독서법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일 거라 예상했는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장르는 에세이였습니다. 그것도 사춘기 자녀를 키우며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담아낸 이야기라니, 책을 펼치기 전부터 왠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왠지 고상하고 우아하게 아이를 키우실 것만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책 속의 모습은 놀랍도록 현실적이었습니다. 오히려 ‘나랑 별반 다르지 않네?’ 싶은 순간들이 이어지면서 묘한 위로를 받게 되었어요. 사춘기 아이를 이렇게 키워라, 저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조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상황을 담담하게 풀어낸 글들이라 더 공감이 갔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장을 살짝 들여다보는 느낌도 들었고요.
저희 집에도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사춘기에 들어섰다고는 믿고 싶지 않지만, 여기저기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문을 쾅쾅 닫고 들어가기도 하고, 엄마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듯한 태도, 무엇을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짧은 “몰라.” 이 짧은 단어 하나에 담긴 벽 같은 거리감이 때로는 참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밤에 파워워킹을 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는 웃음이 나면서도 깊이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옆집 엄마도, 다른 동네 엄마도 다 비슷한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겠구나 싶었어요. 제목처럼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저 ‘참을 인’을 마음속에 수없이 그리며 견디고 있다는 사실이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중간중간 등장하는 책, 시, 가사들을 통해 사춘기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든 사랑의 이야기를 아이에게 대입해 바라보는 시선이 때로는 낯설기도 했지만, 곧 아이에게도 그런 감정들이 찾아올 거라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젠가 시작될 짝사랑과 그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떠올리니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사춘기를 무난하게 지나가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지만, 요즘에는 그게 마치 ‘유니콘’ 같은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만 특별한 게 아니라, 사춘기를 크게 흔들림 없이 지나가는 것 자체가 더 희귀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어떻게 하면 사춘기를 지혜롭게 잘 넘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과정을 함께 지나가는 시간이라는 것. 때가 되면 결국 지나간다는 믿음을 가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우리 아이의 사춘기. 하지만 이 책 덕분에 조금은 덜 두려운 마음으로, 그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려 합니다.
#나민애 #사춘기엄마의오장육부 #사춘기 #서교책방 #리뷰의숲서평단
@lovebook.luvb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