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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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서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



 

단체로 식사를 하거나 뭔가를 주문해야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설이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들 결정 장애가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한다. 사실 결정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 때문에 미루는 경우가 더 많은데 말이다.

 

저자는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결정 장애를 말하고 나서 다른 참석자로부터 지적을 받게 된다. 처음에는 그게 왜 문제인지도 몰라, 이리저리 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유를 알게 되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 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내가 차별을 당할 때가 있다면, 할 때도 있는 게 아닐까?(7)

 

나 또한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한다. 아예 상처를 입히고서도 전혀 모를 때도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게다가 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 것보다는 상처를 받은 것을 더 오래 마음에 둔다.

 

차별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절대로 남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보이는 차별뿐만 아니라, 잘 보이지 않고 자신도 모른 채 하고 있는 차별까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속속들이 파헤친다. 어떤 면에서는 알고 하는 차별보다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잘 알지 못하고 하는 차별이 더 고치기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물이나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바로 그때, 우리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발견할 수 있다.(29)

 

특권을 알아차리는 확실한 계기는 그 특권이 흔들리는 경험을 할 때이다. 더 이상 주류가 아닌 상황이 될 때, 그래서 전과 달리 불편해질 때, 지금까지 누린 특권을 비로소 발견할 수 있다.(32)

 

우리는 이렇게 대부분 일상생활을 하면서 아무런 불편이 없을 때에는 차별인지 조차도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다. 그러다가 자신이 막상 억울한 상황에 처해지면, 그때서야 차별을 절감하게 된다.

 

차별은 생각보다 흔하고 일상적이다. 고정관념을 갖기도, 다른 집단에 적대감을 갖기도 너무 쉽다.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60)

 

평생 차별만 받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나도 모르게 차별의 말들을 하며 살아온 것에 대해 절로 반성하게 된다.

 

구조적 차별은 이렇게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미 차별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충분히 예측 가능할 때, 누군가 의도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차별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차별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불이익을 얻는 사람 역시 질서정연하게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불평등한 구조의 일부가 되어간다.(74)

 

우리의 생각이 시야에 갇힌다. 억압받는 사람은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사회구조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불행이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별과 싸우기보다 어쩔 수 없다며 감수한다. 유리한 지위에 있다면 억압을 느낄 기회가 더 적고 시야는 더 제한된다.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하다” “불평이 많다”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며 상대에게 비난을 돌리곤 한다.(79)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것들, 특히 노력하면 모든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달음박질쳐도 출발점이 다른 사람들이 같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설움들……. 그렇게 우리들은 한 가지씩 포기하며 생을 살아간다.

 

그런데 그렇게 모두들 포기하고 살아간다면 세상은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저절로 좋아지는 세상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앞장서서 외치고 희생하면서 조금씩, 그것도 아주 조금씩 좋아질 뿐이다. 국가나 언론이 나서면 훨씬 빠르겠지만, 그들을 움직이려면 결국 개인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탄생하기까지의 배경을 알아보고, 차별이 어떻게 해서 보이지 않고 우리들 눈에 도리어 공정하게까지 느껴지게 되는지 낱낱이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차별에 대응해야 하며, 반드시 차별금지법이 재정되어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차별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일러 준다.

 

예전에 단체원들끼리 회식하는 자리에서 한 회원이 술도 못 마시는데 운전까지 못하면 그건 최악이다.”라고 했다. 그 회식 자리에서 술도 못 마시고, 운전도 못하는 이는 한 사람뿐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때 일이 떠올랐다.

 

이 책은 우리들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차별이 보이나요? 라고…….

 

 

우리는 장애인을 비롯해 시대마다 불화하는 존재들을 차별했던 불구라는 낙인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불구의 존재들이 살아야 했던 폭력적인 운명을 거부하며 이제 불구의 뜻을 다시 만들려고 합니다. 사회와 국가는 온전하지 못한 기능, 스스로 구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고 배제하지만, 바로 거기에서 불구의 정치가 피어납니다. 우리는 이러한 처지에 있는 소수자들과 함께 정상성과 성장을 의심하고 의존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 쓰고자 합니다.(95)

 

왜 어떤 집단은 특별히 잘못이 없어도 거부되는데, 어떤 집단은 개별적으로만 문제 삼고 집단으로는 문제 삼지 않을까?(123)

 

한 가지 교훈은 분명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상처를 주는 잔인한 의미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133)

 

이상하게도 퀴어 문화축제는 좀 다르다. 축제를 방해하는 사람보다도, 축제를 여는 사람들에게 비난이 향한다.(136)

 

사실 누구나 어디서든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내가 있는 자리와 나의 위치에 따라 싫은 걸 싫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을 수없이 경험한다. 싫은 걸 싫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건 권력이다.(142)

 

이성애자가 하는 동성애자가 싫다는 말은 동성애자가 이성애자가 싫다고 하는 말과 같지 않다. 마찬가지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싫다는 말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이 싫다는 말과 같지 않으며, 국민이 하는 난민이 싫다는 말은 난민이 하는 국민이 싫다는 말과 같지 않다. 말자체가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주체 사이의 권력관계가 그 말의 의미와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143)

 

마이클 왈저는 영토 안에 권리가 적거나 없는 계층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이미 민주주의에 반하는 폭정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기본 전제로 그 안의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관계를 가지고 동등한 입장에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151)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라가야 정말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아 만족스러운 상태가 될지도 알 수 없다. 결국 일정 지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인정받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려는 동기를 가지며, 이는 매우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 학식과 경험이 많으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도록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저항 세력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187)

 

존 스튜어트 밀은 1859년에 발표한 자유론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우리 삶이 획일적인 하나의 형태로 거의 굳어진 뒤에야 그것을 뒤집으려 하면, 그때는 불경이니 비도덕적이니, 심지어 자연에 반하는 괴물과도 같다는 등 온갖 비난과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사람들은 잠시만 다양성과 벽을 쌓고 살아도 순식간에 그 중요성을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188)

 

차별과 억압이 무의식적이고 비의도적인 습관, 농담, 감정, 용어 사용, 고정관념 등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며, 아이리스 영의 말처럼, 무작정 사람들을 비난하기 어렵다.(189)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말만으로 저절로 모든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다.(193)

 

우리는 차별을 없애자는 기본원칙을 채택하기에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일상에서 차별이 사라지도록 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오래 전에 법으로 성희롱을 금지했지만 무엇이 성희롱인지 알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개선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성희롱을 하지 않겠다는 공동의 결단을 내렸고, 그 방향으로 사회를 진보시키고 있다.(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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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민정 지음 / 리브르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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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또 누군가는 가짜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내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권한다. 전 국민이 모두 읽게 되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진실을 바로 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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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민정 지음 / 리브르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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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니(UNNIE)/민정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리며, 우리 모두에게 바치는 책)



 

재작년에 도서관에서 몇 달 일한 적이 있고, 현재도 같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세월호 관련 책을 대여하는 이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다 읽어서도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관계된 이가 아니면 대부분 외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아직도 세월호냐는 이들과 똑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이들…….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가장 많은 도시에서 살고 있고, 막내가 단원고 학생 희생자들의 선배다. 이런 관계로 세월호와 관련 된 책은 이미 무수히 많이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내게도 자식이 있기 때문이고, 아직도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영어로 집필해 해외에서 먼저 출간되며,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 한국문학 수업 교재로 선정되었다는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진실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업 교재로 채택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다른 소설에 비해 이 책언니는 아주 힘겹게 읽었다. 책이 두꺼워서도, 결코 읽기 어렵게 쓰여서도, 어려운 내용이 있어서도 아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해서 그 참담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재작년에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내 언니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핏줄을 떠나보낸다는 건 그런 것이다. 경험한다고 해서 결코 무뎌지지 않으며, 세월이 간다고 덜 아프지 않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횟수는 다소 줄어들 수 있어도, 그 아픔은 줄어들지 않는다. 하물며 떠나보낸 이가 자식이라면, 그것도 구조가 가능한데 살리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다면……?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교실에서 친구들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너무 일찍 떠난 아이들을 생각하며 썼다는 이 책은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집필한 것처럼 생생하다. 200쪽이 조금 넘는 얇은 책 속에 단원고 교사인 언니를 떠나보내며 겪는 아픔을, 간결하지만 세세하게 기록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듯이 바다에서 배가 침몰했으나, 전원 구조되었다는 뉴스에 모두들 안심을 했다. 그러나 그건 최악의 오보였고 결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 희생자도 생존자도 모두 죄인이 되었다. 그런 속에서 유가족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에 구조되리라 믿고 가만히 있었던 아이들처럼, 그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투사로 남았다.

 

이 책은 세월호에서 희생된 언니를 그리워하며, 그날부터 언니를 떠나보내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날의 일들을 세세히 기록하고, 언니가 지나온 일상들을 되짚어보며, 기어코 찾지 못한 언니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다.

 

아이를 낳지 않아 걱정인 세상이 되었다. 성인이 된 내 아이들을 보며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데 내 아이들이 자식을 낳아 나와 같은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지만, 결코 강요할 수가 없다.

 

이 소설을 읽고 또 누군가는 가짜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내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권한다. 전 국민이 모두 읽게 되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진실을 바로 보게 되기를…….

 

진도에서 언니를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 연결음만 이어진다. 발견도 안 된 언니를 부모님이 벌써 사망 신고를 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그렇게 처리한 것인지 모르겠다. 사고 원인부터 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시작부터 완전히 잘못 되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43)

 

지호와 아빠가 국화에 둘러싸인 수백 개의 영정 사진 앞으로 엄마를 부축한다. 액자 상단을 가로지르는 검은 띠가 이들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말해준다. 비현실적일 만큼 압도적인 개수의 영정 사진에 조문객들의 숨이 멎는다.(71~72)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언니인데, 살아서도 아니고 언니 몸의 일부만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가 이리 큰 욕심일 줄 몰랐다.(83)

 

단상에 있는 대형 모니터로 뉴스가 나온다. 그 어떤 매체도, 정부도 정확하게 파악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전원구조 보도가 어떻게 나갔는지 아무도 모른다.(96)

 

구조자들의 도착으로 쉴 새 없이 분주해야 할 이곳이, 구조자 명단에 없는 자식을 찾아 헤매는 부모들로 북적인다.(127)

 

경찰은 배에 타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가짜 메시지가 유포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관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하고 통화와 메시지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어제 정오 이후 사용된 휴대전화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까지 허위로 판명된 메시지는 10여 개이며, 글 작성자와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각 지방경찰청에 수사 지시가 내려진 상태입니다.”(135)

 

엄마가 캐리어를 덥석 껴안는다. 마치 그게 언니인 듯.(164)

 

무수한 별들이 바다에 고요히 떨어지며 윤영을 안고 토닥인다. 이제 말하라고. 제일 하기 힘든 그 말, 이제 해도 괜찮다고. 윤슬이 그녀 눈에 일렁인다. 윤윤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입을 연다. 그리고 비로소 그 말을 놓아준다. “잘 가, 언니.”(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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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둥이를 낳으면 행복도 세제곱일 줄 알았지 - 스트레스 99%였던 극한 육아에서 진짜 행복을 찾다
유다윤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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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삼둥이를 낳으면 행복도 세제곱일 줄 알았지/ 유다윤

(스트레스 99%였던 육아에서 진짜 행복을 찾다)





엄마가 되고 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한다. 바로 부모님의 사랑, 엄마가 되고 나서야 나도 부모님께는 소중한 자식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이전에는 몰랐던 부모님의 사랑이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부모님의 사랑이 겹겹이 쌓여 있었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우리 부모님의 소중한 자식이었다.(293)

 

이 책삼둥이를 낳으면 행복도 세제곱일 줄 알았지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삼둥이는 아니지만 나는 삼형제를 낳은 엄마다. 92년생(첫째)인 큰아이와 93년생(쌍둥이)인 둘째와 셋째를 키우면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었다.

 

친정 부모님이 어릴 때 모두 돌아가셔서 큰아이를 낳았을 때는 시어머님이 5일 정도 산후조리를 해 주셨고, 쌍둥이를 낳았을 때에는 언니가 하던 일을 쉬고, 한 달 정도 산후조리를 해 주었다. 형편이 어려워 언니에게 생활비를 줄 수는 없고, 언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라서 그 정도로 만족을 해야 했다.

 

남편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 시간이 없어서라기보다는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못 하는 것 같았다. 매일 피곤해하는 내게, 어떻게 날마다 그렇게 피곤하냐며 도리어 화를 내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나는 정말로 날마다 피곤했다. 저녁에 자리에 누우면 다음 날 일어나지 못 할 것 같았다.) 남편 눈에 전업주부인 아내는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은 그저 집에서 노는 사람이었으니까…….

 

시부모님들도 아이들이 보고 싶다고 찾아온 건 한두 번이 전부이고, 매번 금요일 새벽에 전화해서 내려오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처럼 주5일 근무가 아니고, 일요일만 휴무였던 시절이었다. 아이들 얼굴 한 번 보여주기 위해, 토요일 저녁에 내려가서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어린이용 카시트도 없이 큰아이를 운전석 옆 좌석에 태우고, 나는 양 팔에 아이 한 명씩을 안고 뒷좌석에 타고 다녔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연년생에 쌍둥이를 키우면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살았으니, 이 책삼둥이를 낳으면 행복도 세제곱일 줄 알았지가 절로 공감되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는 현명하게도 책과 글쓰기에서 돌파구를 찾아, 마침내 그 어려운 육아를 현명하게 자신의 행복으로 만든다.

 

저자라고 해서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임신하기까지의 과정과 세 아이를 임신하고 선택유산을 권유 받으면서 고민했던 것에서부터, 아이를 낳고도 인큐베이터에 아이를 보내야 해 두 달이나 지난 후에야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그 지난한 시간들이 아이들과의 전쟁으로 다가오자 너무 힘들어서 자신도 모르게 엉망이 되어 가기도 한다.

 

이렇게 아이들과 좌충우돌하는 그의 진솔한 기록들을 따라가며, 나도 저절로 아이들을 키우던 때로 돌아가 맞아 그때는 그랬지 내 아이들도 삼둥이처럼 그랬어라고 중얼거리며 지난 일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육아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내가 쌍둥이를 임신한 걸 알았을 때, 의사가 선택하라고 했다. 그때는 하나만 낳아서 잘 키우자는 시대였다. 둘도 많은데 갑자기 셋이 되니까, 의사도 낳을 건지 유산을 할 건지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아이를 셋 낳으면 분만 시 의료보험(지금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다행히 나는 두 번 분만 하는 거라서 괜찮았다.

 

올 여름에 결혼 날짜를 잡은 아들이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한다. 결혼도 선택이 되어버린 시대에 아이도 선택이 되었다. 그런 아들에게 난 뭐라고 말해야 할까? 예비며느리에게 이 책을 슬며시 건네줄까? 싶다.

 

분명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 기쁨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지도 모른다. 저자처럼 삼둥이는 아니지만 거의 한꺼번에 셋을 키웠다. 게다가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이었으나, 아이 낳은 걸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후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저 애들이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때가 훨씬 더 많다.

 

작가는 아니지만 나도 저자처럼 육아 뿐 아니라, 외롭고 힘든 때에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으며 힘든 시간들을 견디어 왔다. 책에서 돌파구를 찾게 된다면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을 찾아 5분이든 10분이든 활용하면 좋겠지만, 꼭 책이라는 돌파구가 아니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 자신만의 돌파구를 찾으면 될 테니까…….

한 종양내과 의사가 말하길, 지금껏 만난 환자 중에서 가장 특별했던 환자는 죽는 날까지 일상을 지킨 한 할머니라고 했다. 할머니는 암 선고를 받은 후에도 일상을 이어 나갔다. 집안일을 하고 손주들 등하원을 시키고 TV를 보면서 이전과 똑같은 일과를 보냈다. 의사는 그저 평범한 일상을 유지한 할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죽음 앞에서 마지막 날까지 일상을 꾸려 나갈 수 있으려면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할머니는 알고 있던 게 아닐까. 일상은 인생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237)

 

아이를 키우는 것도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대단한 것보다 일상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저자도 한 종양내과 의사의 말을 빌려, 일상은 한 번 뿐인 특별한 날이라고 명명한다. 아이가 주는 것은 그 중에서도 최고의 일상이다. 그러니 최고의 일상을 포기하지 말자. 아이가 주는 행복은 다른 것과 결코 비교할 수 없을 테니…….

 

우리는 아이를 키우면서 진짜 어른이 된다. 삼둥이를 낳고 키우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저자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육아의 부담으로 인해 미리부터 아이를 포기하려하는 많은 이들이, 마음을 바꿔 진정한 행복을 찾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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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읽는 재클린의 가르침 - 다시 태어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지적인 대화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절판


이 땅이 어지럽다. 나라도 힘들고 개인도 힘들다.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야 할 때인 만큼, 30대가 아니라 인생의 전환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꼭 한 번 원점으로 돌아와 ‘재클린의 사회학’을 마주하길 권해 본다. 다 읽은 책을 30대 아들의 책상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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