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민정 지음 / 리브르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니(UNNIE)/민정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리며, 우리 모두에게 바치는 책)



 

재작년에 도서관에서 몇 달 일한 적이 있고, 현재도 같은 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세월호 관련 책을 대여하는 이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다 읽어서도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그만큼 관계된 이가 아니면 대부분 외면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아직도 세월호냐는 이들과 똑같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이들…….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가장 많은 도시에서 살고 있고, 막내가 단원고 학생 희생자들의 선배다. 이런 관계로 세월호와 관련 된 책은 이미 무수히 많이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내게도 자식이 있기 때문이고, 아직도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영어로 집필해 해외에서 먼저 출간되며,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 한국문학 수업 교재로 선정되었다는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진실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업 교재로 채택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다른 소설에 비해 이 책언니는 아주 힘겹게 읽었다. 책이 두꺼워서도, 결코 읽기 어렵게 쓰여서도, 어려운 내용이 있어서도 아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해서 그 참담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재작년에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내 언니가,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핏줄을 떠나보낸다는 건 그런 것이다. 경험한다고 해서 결코 무뎌지지 않으며, 세월이 간다고 덜 아프지 않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횟수는 다소 줄어들 수 있어도, 그 아픔은 줄어들지 않는다. 하물며 떠나보낸 이가 자식이라면, 그것도 구조가 가능한데 살리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다면……?

 

고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교실에서 친구들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너무 일찍 떠난 아이들을 생각하며 썼다는 이 책은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집필한 것처럼 생생하다. 200쪽이 조금 넘는 얇은 책 속에 단원고 교사인 언니를 떠나보내며 겪는 아픔을, 간결하지만 세세하게 기록했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듯이 바다에서 배가 침몰했으나, 전원 구조되었다는 뉴스에 모두들 안심을 했다. 그러나 그건 최악의 오보였고 결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그날 이후, 희생자도 생존자도 모두 죄인이 되었다. 그런 속에서 유가족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에 구조되리라 믿고 가만히 있었던 아이들처럼, 그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투사로 남았다.

 

이 책은 세월호에서 희생된 언니를 그리워하며, 그날부터 언니를 떠나보내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날의 일들을 세세히 기록하고, 언니가 지나온 일상들을 되짚어보며, 기어코 찾지 못한 언니를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다.

 

아이를 낳지 않아 걱정인 세상이 되었다. 성인이 된 내 아이들을 보며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다. 그런데 내 아이들이 자식을 낳아 나와 같은 기쁨을 누리기를 바라지만, 결코 강요할 수가 없다.

 

이 소설을 읽고 또 누군가는 가짜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내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권한다. 전 국민이 모두 읽게 되는 날이 오기를……. 그래서 진실을 바로 보게 되기를…….

 

진도에서 언니를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 연결음만 이어진다. 발견도 안 된 언니를 부모님이 벌써 사망 신고를 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그렇게 처리한 것인지 모르겠다. 사고 원인부터 처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시작부터 완전히 잘못 되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43)

 

지호와 아빠가 국화에 둘러싸인 수백 개의 영정 사진 앞으로 엄마를 부축한다. 액자 상단을 가로지르는 검은 띠가 이들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말해준다. 비현실적일 만큼 압도적인 개수의 영정 사진에 조문객들의 숨이 멎는다.(71~72)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할 언니인데, 살아서도 아니고 언니 몸의 일부만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가 이리 큰 욕심일 줄 몰랐다.(83)

 

단상에 있는 대형 모니터로 뉴스가 나온다. 그 어떤 매체도, 정부도 정확하게 파악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전원구조 보도가 어떻게 나갔는지 아무도 모른다.(96)

 

구조자들의 도착으로 쉴 새 없이 분주해야 할 이곳이, 구조자 명단에 없는 자식을 찾아 헤매는 부모들로 북적인다.(127)

 

경찰은 배에 타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의 가짜 메시지가 유포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관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하고 통화와 메시지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어제 정오 이후 사용된 휴대전화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까지 허위로 판명된 메시지는 10여 개이며, 글 작성자와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각 지방경찰청에 수사 지시가 내려진 상태입니다.”(135)

 

엄마가 캐리어를 덥석 껴안는다. 마치 그게 언니인 듯.(164)

 

무수한 별들이 바다에 고요히 떨어지며 윤영을 안고 토닥인다. 이제 말하라고. 제일 하기 힘든 그 말, 이제 해도 괜찮다고. 윤슬이 그녀 눈에 일렁인다. 윤윤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입을 연다. 그리고 비로소 그 말을 놓아준다. “잘 가, 언니.”(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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