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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 - 49년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 서로를 향해 여행을 떠나다
이흥규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8월
평점 :
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이흥규
(할머니와 손자, 단둘이 유럽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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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여행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많이 들었는데, 아들과 다녀왔다는 소리는 별로 듣지 못했다. 하물며, 자그마치 45년이나 차이가 나는 손자와 국내여행도 아니고 유럽여행이라니…?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 같았다.
92년생과 93년생(쌍둥이)인 세 아들을 둔 엄마인지라, 그동안 딸이 있는 사람들을 무척 부러워하며 살다가 이 책≪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를 만나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이럴 수도 있구나! 아들과의 여행도 꿈만 같은데, 손자와 여행을 갈 수도 있는 거구나! 싶어서…. 당연히 제목부터가 나를 유혹했다.
49년생 할머니와는 한참 차이 나는 나조차도 여행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가도, 막상 어디론가 떠나려고 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여행이라는 것이 로망이다가도, 막상 집 떠나면 고생이기도 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손자랑 가는 여행이 많이 설레고, 고맙다.
무릎이 아파서 많이 못 걸을까 봐 걱정이다.
손자한테 폐 안 끼치게 노력해야겠다.(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78쪽)
저자의 할머니도 그렇지 않았을까? 그러면서도 손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설렘과, 유럽이라는 유혹이 그녀를 들뜨게 한 것을 보면 사람은 모두 비슷한가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마음까지 늙지는 않는다는 것….
할머니한테 함께 여행가자고 제안했으면서도 돌아서서 걱정으로 후회하면서도, 또 다른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 내내 즐거운 것은 아니다. 할머니와는 살아온 이력이 달라, 생각도 체력도 같을 수 없으니 충돌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하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마침내 스위스의 에메랄드 호수 앞에서는 한마음이 된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접는다.
우리의 여행은 완벽하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아쉬움이 남았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에 그날을 상상하며 행복할 수 있다.(할머니, 저랑 유럽여행 가실래요?-78쪽)
우선,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너무 기특했다. 힘들어하는 할머니 곁에서 하나라도 더 보고 싶어서 짜증내는 철부지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직 살아온 세월이 많지 않은 20대가 아닌가? 할머니한테는 유럽여행도 신기루이지만, 손자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신기루라는 것을 경험하며 천천히 몸으로 체득해 간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잊혀 질 때가 가장 힘들고 외롭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랑하는 손자가 자신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되는데,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재앙이 거리두기로 몰아가고 있지만, 가지 않아야할 자리에는 억지로라도 간다. 그러면서 정작 소중하게 챙겨야할 것들은, 재난을 핑계로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번 한가위는,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여행하면서 서로 대립하고 때로는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진짜 중요한 것을 알아가는 과정과 함께하면 어떨까?

*본 도서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