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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마음 - 야생의 식물에 눈길을 보내는 산책자의 일기
고진하 지음, 고은비 그림 / 디플롯 / 2021년 10월
평점 :
야생초 마음 / 고진하
(흔한 것이 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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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귀농귀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아내와 함께 잡초와 공생하며, 야생에서 먹을 수 있는 들풀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며 야생초와 사랑에 빠진 저자가, 몸소 실천하며 터득한 경험들을 진솔하게 적어놓았다. 거기에 조각을 전공한 그림 작가인 딸이 직접 야생화를 찾아다니며 그린 그림으로, 한층 더 흙내음이 묻어나는 책≪야생초 마음≫이 탄생 되었다.
불로장수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쇠비름 그리고 질경이, 개망초, 씀바귀, 민들레, 토끼풀 등, 우리가 자라면서 함께 해 왔으나, 지금은 잊어가고 있는 것들에서, 곰보배추, 우슬 등 조금 생소한 것도 있지만, 웬만한 것들은 지방에 따라 방언이 있어 조금 다르게 불리었을 뿐, 거의가 낯설지 않다.
저자는 가장 낮은 곳에서 자연과 함께하며 잡초라 불리는 야생초들을 가지고, 최소한의 먹거리만으로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최대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생활하는 시인의 삶을 쫓아가다보면, 실상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살면서도, 소중한 것들을 방치한 체 그저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게다가 들에 지천인 들풀조차도 꼭 필요한 만큼만 채취한다고 하니, 자연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그 마음이 짐작되어 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코로나19라는 거대한 감염병으로 인해, 넘쳐나는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들로 인한 걱정이 앞을 가로 막는다.
옥토든 박토든 가리지 않고 최소한의 조건만 되면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봄의 들판으로 나가면 그야말로 지천인 개망초는, 화해라는 꽃말을 갖고 있으며 식물이라고 해서 가만히 한 곳에 정착하는 게 아니어서, 일본의 잡초 연구가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기차소녀”라고 표현했다고 하니, 그동안 식물이라고 너무 아무렇지 않게 대한 게 아닌가? 반성도 하게 된다.
호흡기, 순환계, 신진대사 계통의 질환을 다스리고, 특히 기침과 천식, 심장 질환으로 인한 호흡곤란, 변비나 몸이 부었을 때도 쓰이며, 이뇨작용을 도우며 가래를 제거하는 데도 효능이 있다는, 봄의 전령사 꽃다지의 꽃말은 아이러니하게도 무관심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시골 농부들은 쇠비름을 아주 싫어한다. 뿌리까지 뽑아 밭둑에 내던져도 비만 조금 내리면 다시 살아나 뿌리를 내리니까. 쨍쨍한 폭염에도 타 죽지 않고, 제초제를 뿌려대도 잘 죽지 않는다. 바랭이, 달개비와 함께 농부들이 매우 싫어하는 풀인 이 쇠비름은 유난히 여름철의 뜨거운 햇볕을 좋아하는 식물. 햇볕이 강할수록 오히려 더 생기가 나며, 잎과 줄기에 수분을 많이 저장하고 있어서 아무리 가물어도 말라죽지 않는다. (야생초 마음_16쪽)
질경이 씨는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작용이 있어 얼굴이 누렇게 변하는 황달에도 효과가 있으며, 최근에는 질경이가 암세포의 진행을 80%까지 억제한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와 있다.(야생초 마음_31쪽)
별꽃이야말로 땅 위의 별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풀꽃이다. 흔하디흔해서 더욱 귀한 풀꽃이다. 사람이든 잡초든 진정으로 위대한 별은 홀로 우뚝 솟아 있지 않다. 멀리 있지도 않다. 우리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야생초 마음_134쪽)
야생초 뿐만 아니라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이에 있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우리는 종종 잊곤 한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이 땅을 일구어 나가듯이, 홀대 받는 야생초들이 그나마 위기에 처한 자연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보게 된다. 비록 잡초로 불리지만 그 어떤 강풍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최소한의 조건만으로도 피어나는 개망초를 본받고 싶다.
책을 덮는 순간, 눈앞에 어린 시절 삼삼오오 모여서 산으로 들로 나물 캐러 가던 전경이 펼쳐져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본다. 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조금 어설프더라도 자연이 짓는 농사에 시중드는 농부로 남은 생을 살고 싶다며, 오히려 “흔한 것이 귀하다”고 말하는 시인의 마음도 닮고 싶어진다. 지구의 식물 종이 이제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게 되길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