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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옛 도시를 걷다 - 오랜 기억을 간직한 옛 도시에서 마주한 시간과 풍경
여홍기 지음 / 청아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 옛 도시를 걷다/여홍기
(오랜 기억을 간직한 옛 도시에서 마주한 시간과 풍경)

귀한 책이 내게로 왔다. 단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고고학을 전공하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연구원, 충남도청 학예연구사 등 우리 문화재 관련직을 30년간 두루 섭렵한 저자가, 고대 도시를 방문한 경험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왕조를 연 도시/그대로의 모습을 지닌 도시/삶을 엮은 공간과 도시/사람과 자연의 도시’인데, 모두 4장으로 구분하여 사진과 함께 수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며 여행을 하게 한다.

1장 1편, ‘전설의 왕조를 품다’를 펴면 내가 사는 옆 도시와 이름이 같은 중국의 허난성 최북단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안양’ 이 나온다. 이곳은 중국 상고사의 비밀을 간직한 옛 도시로, 이곳에서 출토된 자료는 왕조의 역사적 실재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고고학적 증거로 평가된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유물이나 유적이 전혀 낯설지 않다. 특히 1장 3편 천황이 다진 터전. 도시와 자연을 관리하는 일반법률보다 상위법으로 역사적 풍토를 보존하고, 주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아스카 특별 조치법’을 제정하여 관리하는 일본의 ‘아스카’는 우리나라의 부여와 아주 많이 닮았다고 하니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이 밖에도 스코틀랜드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에든 버러’, 공자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취푸’,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운드 오브 뮤직 속 그곳 ‘잘츠부르크’와 천혜의 자연 휴양지로 유명한 ‘바스’ 등 스물일곱 곳을 소개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여행 사진첩이라 여기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꼼꼼하게 감상하기를 권한다. 동서양이 나름의 특색을 가지고 우리에게 선뜻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와 닮은 것에는 향수를…. 낯설지만 새로운 것에는 탄성이…. 동서양의 건축양식만 봐도 옛사람들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기술과 노력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가끔 유적지를 방문하거나 박물관 견학을 가면 대부분 한 번 쭉 훑어보고는 나온다. 나 또한 그들과 무관하지 않다. 유적지마다 거기에 대한 설명이 잘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로 다니다 보면 도무지 읽을 시간조차 없을 때가 많다. 그나마 해설사와 함께하는 관람은 조금 낫다. 비록 일상으로 돌아와서 모두 잊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만이라도 역사를 생각하며 우리 조상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단순한 진리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도 여행 가기 전에 꼼꼼하게 미리 계획하고 검색해서 공부하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좋은 곳을 다시 방문할 수도 있겠으나, 마음과는 달리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을 고려하면 절대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우리는 또 갈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좋은 기회를 쉽게 놓쳐버린다.
이 많은 도시를 단숨에 모두 여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자의 사정에 맞게 여행을 시작하기 전, 우선 마음속으로라도 수천 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는 세계의 옛 도시들을 찾아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거리를 마음껏 거닐어보자.
그 속에서 내가 사는 동네를 떠올리고, 고향을 그리고, 선조들의 삶도 더듬어 보자. 어쩌면 수많은 이야기가 내 귓가를 살포시 건드릴지도 모른다. 이 땅에 소중하지 않은 삶은 존재하지 않을 테니….
이 책《세계 옛 도시를 걷다》는 급하게 읽으면 소용없겠다. 조금씩 읽으며 오래 곁에 두고 감상하길 바란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달려가고 싶을 때, 해설사 대신 이 책을 들고 과감히 떠나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