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 - 명화가 건네는 위로의 말들
추명희 지음 / 책들의정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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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추명희

(명화가 건네는 위로의 말들)



 

고통으로 점철된 삶이었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사랑이 있어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다네. 인생이여 만세, 사랑이여 만만세!”(029)



 

사고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간신히 살아남은 프리다 칼로’, 그녀는 그저 주저앉아 자신을 비관만 하며 살지 않는다. 사진관을 운영하며 손기술이 좋았던 기예르모의 도움으로, 누운 자세로 천장에 매단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겨우 손만 움직이며 그려 나갔다. 그렇게 그는 평생 55점이 넘는 자화상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소원은 사랑하는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과 혁명가가 되는 것, 세 가지가 전부였다.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끝없이 배신당하면서도 열렬히 사랑하고, 결국 혁명의 영웅이란 칭호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사실 프리다 칼로는 책보다 영화로 먼저 만났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가상이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와 나도 모르게 거기에 빨려 들어갔던 기억이 새롭다. 짧은 언어능력으로는 그저 인간승리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내 무지가 부끄러울 정도로, 그는 고통스런 삶을 살면서도 허투루 살지 않고 삶에도 사랑에도 열정을 다했다. 그의 끔찍하게 느껴지는 작품 <단지 몇 번 찔렸을 뿐> 을 공포가 아닌, 화가의 참담한 심정을 느끼며 감상하게 되는 이유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나는 슬픔의 숨결을 느꼈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다리 난간에 기대섰다……. 죽도록 피로감이 몰려왔다. 피오르 위의 그림은 뚝뚝 떨어져 내리는 핏물처럼 붉은빛이었다. 친구들은 계속 걸어갔지만 나는 가슴 속의 아물지 않은 상처로 덜덜 떨며 멈춰 섰다. 그때 세상을 관통하는 거대하고 심상치 않은 비명이 들려왔다.”(166)

 


난 그동안 뭉크의 그림이 싫었다. 너무 불길하게 느껴져서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가족들의 죽음을 통해 평생을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살며, 사랑을 잃고 지독한 상실감으로 인해,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마저 받아들이지 못한 그의 삶을 생각하니 그의 작품 <절규>마저 감동으로 다가온다.

 

황혼의 아름다움을 보고도 공포를 느끼는 삶이란……?

 

내 지나온 삶이 너무 아파서일까? 사실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금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는 아름다움 그 자체를 찬양했다. 사랑스러운 여인들의 아름다움과 낭만주의 시의 아름다움을. 그는 오로지 아름다움에만 관련된 화풍을 창조했다. 그의 그림 속에는 눈부신 배경 속에 절세가인들이 가득했고 무엇보다 풀은 항상 초록빛이었다.(211)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는 거장들을 따라하지 않고, 먼지 낀 갈색 대신 과감하게 초록빛으로 풀을 칠한다. 거장들을 숭배하며 자신들의 의지대로 색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던 시대에, 그는 거장들의 뒤만 쫓는 것은 예술을 역행하는 바보짓이라고 당당히 선언한다.

 

또한 그림과 시를 병행, 시대를 거슬러 미술과 문학을 오가며 오직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구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씩 변화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을 알면 로세티의 작품에 애착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들을 포함하여 이 책상처받은 사람을 위한 미술관속에는 17명의 화가의 삶이 그림과 함께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림을 감상하며 그들의 희로애락을 따라가다 보면, 천재들이라 불린 예술가들조차도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작품이 한층 더 살갑게 다가오며, 그림이 이해가 되고 그 그림들 속에서 커다란 위로를 받게 된다.

 

프리다 칼로를 비롯하여 살바도르 달리/ 구스타프 클림트/ 파블로 피카소/ 카미유 클로델/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에드바르 뭉크/ 프란시스코 코야/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 폴 세잔/ 에곤 쉴레/ 엔디 워홀/ 요하네스 베르메르/ 알리 드 툴루즈 로트렉/ 로렌스 스티븐 라우리/ 램브란트 판 레인의 진실한 삶 속으로 들어가 보기를 권한다. 예술가들의 생애를 따라가며 첫눈으로 혹독한 겨울을 예고하는 이즈음,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다독이며 슬기로운 겨울 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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